카카오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갑니다. 네이버로 검색한 맛집입니다. 배달의민족으로 배달된 야식을 먹고, 쿠팡 새벽배송으로 받은 준비물로 아이 학교를 보냅니다. 구글로 다운받은 앱으로 결제를 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TV를 대신합니다. 이미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민)'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 기업'들은 막대한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고 클릭을 유도합니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검색순위를 조작하고 경쟁회사에 불이익을 줘 시장에서 퇴출시킵니다. 처음엔 무료서비스로 시작하지만 시장이 점령되면 유료서비스로 바꾸고 다른 서비스를 끼워팝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플랫폼법'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한국에도 '온라인 플랫폼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중소상인, 노동자, 소비자,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이야기하고, 온라인 플랫폼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연속기고를 연재합니다.[기자말] |
알고리즘과 경쟁하는 자영업자
한동안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이 '기회의 땅'을 열어주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그 기회의 땅은 자영업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거대한 '소작농장'으로 변해버렸다. 현장에서 느끼는 거대 플랫폼의 독점 폐해는 단순한 수수료 문제가 아니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과 지갑을 위협하는 구조적 재난이다.
플랫폼을 사용하는 자영업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노출'이다. 소비자는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 그중에서도 상단에 있는 제품만을 본다. 플랫폼은 이 자리를 권력으로 삼는다.
과거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으면 입소문을 타고 팔려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플랫폼이 정한 복잡하고 불투명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내 상품은 사막 한가운데 놓인 것과 다름없다.
이 알고리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국 '돈'이다. 검색 광고, 프로모션, 광고비 입찰 경쟁에 뛰어들지 않으면 매출은 즉시 곤두박질친다.
기본 수수료에 광고비, 결제 수수료, 배송비까지 떼고 나면, 1만 원짜리 물건을 팔아 손에 쥐는 돈은 몇 백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플랫폼은 '광고는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독점적 시장 지배자 앞에서의 선택은 사실상 강요와 다를 바 없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플랫폼이 심판 역할에 머물지 않고 직접 선수로 뛴다는 점이다. 특히 플랫폼의 PB(자체 브랜드) 상품 문제는 자영업자에게 공포 그 자체다. 그들은 우리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판매 데이터와 리뷰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다.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 어떤 가격대가 인기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들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유사한 PB 상품을 만들고, 알 수 없는 알고리즘 논리를 통해 검색 순위 최상단에 '추천'이라는 딱지를 붙여 배치한다. 내가 수년간 공들여 개발하고 마케팅한 제품이 플랫폼이 만든 '카피 제품'에 밀려 순식간에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심판이 휘슬을 불다 말고 공을 가로채 골을 넣는 경기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이길 수 있겠는가?
플랫폼 기업의 '소비자 독점' 문제
많은 소비자가 묻는다. "플랫폼끼리 경쟁하고 가격을 낮추면 소비자에게는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독과점의 폐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가된다.
첫째, '가격의 역설'이다.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과도한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는 결국 상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마진을 포기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원가를 줄이기 위해 품질을 낮춰야 한다. 소위 말하는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을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크기·수량·품질을 줄여 실질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이나 품질 저하는 이러한 구조적 압박에서 기인한다.
둘째, '선택권의 박탈'이다. 플랫폼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상품(PB 상품이나 고액 광고 상품)만 상단에 노출하면, 소비자는 정말로 좋고 혁신적인 중소상공인의 제품을 만날 기회를 잃는다. 우리는 플랫폼이 보여주는 것만 보게 되고, 그것을 사게 된다. 다양성이 사라진 시장은 고인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셋째, '독점의 청구서'다. 경쟁자가 사라진 독점 시장에서 플랫폼은 언제든 혜택을 줄이거나 구독료(멤버십 비용)를 올릴 수 있다. 쿠팡이 최근 멤버십 가격을 기습 인상했을 때, 소비자들이 대안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한 것이 그 증거다. 자영업자가 다 무너진 뒤, 플랫폼이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때 소비자를 지켜줄 방패는 어디에도 없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곧 혁신이다
혁신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네이버와 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이 만든 편리한 쇼핑 경험과 빠른 배송 시스템은 분명 혁신이다. 하지만 그 혁신이 참여자를 착취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약탈'에 가깝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공정한 경기가 불가능하다. 이제 정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화와 독과점 방지를 통해 투명한 알고리즘 공개, 과도한 수수료 규제, 자사 우대 금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자인 우리는 특별한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만든 좋은 물건을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원할 뿐이다.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다음 차례는 소비자다.
거대 플랫폼의 독주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받아먹는 대가로 경제적 주권을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 건강한 시장 생태계는 플랫폼, 판매자, 소비자가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이 폭주 기관차의 종착역은 모두의 공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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