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나 가족과의 두 번째 만남, 아리안나 집으로 초대받아 함께 한 저녁 모임 사단법인 아디는 지난 8월과 9월, 파키스탄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13가족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는데, 그중 아리안나(가명) 가족은 유일하게 두 번 인터뷰할 수 있었던 가족이었다.
사단법인 아디
파키스탄을 떠나기 전날 저녁, 다시 만난 아리안나(가명)와 남동생, 어머니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묻어났다. 아디는 지난 8월과 9월, 파키스탄에서 생활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13가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 중 아리안나 가족은 유일하게 두 번 인터뷰할 수 있었던 가족이었다.
첫 만남에서 아리안나는 자신을 아프가니스탄 여성 활동가라고 소개하며 당차게 말을 이어갔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학교와 대학을 폐쇄했고, 여성의 고등교육을 금지했다. 당시 의대생이었던 그녀는 탈레반에 저항하며 여성 교육권을 위한 시위를 조직하고 참여했다. 탈레반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을 향해 '정숙하지 못한 나쁜 여성'이라고 조롱하고, 살해 협박과 함께 몽둥이로 구타하며 잔혹하게 탄압했다.
탈레반의 시위 탄압을 묻자, 아리안나는 2021년 9월 7일의 시위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시위는 수도 카불 시내 킬라 파툴라(Qala-e-Fatullah)에서 출발해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여성에게 자유와 일자리, 교육권을 허하라"는 요구가 담긴 시위였고,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합류해 인파가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자 탈레반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며 폭력적으로 해산을 시도했다. 총성이 울리자 아리안나를 비롯한 여성 시위대는 인근 병원 지하로 몸을 숨겼고, 탈레반은 그곳을 봉쇄하고, 한 시간가량 그들을 가두고 협박했다. 이후 가족들의 간절한 요청 끝에 봉쇄가 풀려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지인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시위를 조직하며 2022년 3월까지 저항을 이어갔다. 탈레반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을 체포해 감금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는 실종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리안나는 해외 언론에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인권 탄압을 꾸준히 알렸다. 결국 탈레반은 그녀의 집을 급습했고 이미 피신한 그녀 대신 남동생(당시 14세)을 체포해 가족을 위협했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심장마비를 일으켜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더는 아프가니스탄에 머물 수 없게 된 그녀는 단신으로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피신했고, 이후 어머니와 남동생도 어렵게 합류했다.
파키스탄으로 피신한 뒤에도 아리안나는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2023년 이후 파키스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불법 이민자'로 규정하고 강제추방 정책을 펼치면서 그녀의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아디가 난민들을 만났던 시기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자진 출국'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고, 아리안나는 언제든 체포·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지내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게 되면 탈레반에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단속을 피해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활동을 계속할 이유를 설명했다.
"탈레반은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교육과 외출, 직업을 제한합니다. 하지만 이슬람은 여성이 학교에 가고 교육받는 것을 금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성이 없는 사회, 여성이 침묵하는 사회를 만들려 합니다. 제가 여기서 추방되면 감옥에 가거나 살해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 저의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하지만 문제에 대해 제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가 살아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저는 이전에도 여성의 권리를 위해 일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두 번째 저녁 모임에서 그녀의 개인적인 꿈을 물었다. 아리안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도 의사였고, 저 역시 의대생이었기에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아프가니스탄이 자유로워지고, 제가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2021년 8월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은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해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다. 당시 언론은 카불공항에서 탈레반을 피해 떠나는 시민들의 절박한 모습을 집중 조명했고, 한국 언론 역시 한국에 피신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사연을 널리 보도했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 4년이 지난 지금, 아리안나처럼 여전히 저항하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점점 보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포함해 아디가 만난 적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세상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뿐,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며, 자신들의 언어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침묵을 강요받는 현실 속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곧 살아있음'임을 증명하듯, 그들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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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다면 살아있는 게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활동가 아리안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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