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숩이 빼곡히 자란 모습
이경호
종합하면, 본 조사에서 확인된 조류 다양성, 멸종위기종의 잠재적 서식 가능성, 특이종의 존재 등의 요소는 해당 소나무 숲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이고 다층적인 생태 정보가 확보된 이후 개발 관련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
학내 곳곳에는 "소나무숲을 지키자"는 대자보와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학생들은 답사 현장에서 "아무도 모르게 바뀐 개발 계획이 지금 숲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은 숲의 문제뿐 아니라 학교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를 함께 지적하고 있다.
충남대는 2023년 5월 교육부의 반도체공동연구소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총 60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완공 시점은 2026년이었으나 현재는 설계 지연으로 2028년 완공이 목표다. 당초 연구소 건립을 검토한 장소는 공대 인근 드론·로봇실습장이었다. 그러나 학교는 지난해 9월경 부지를 소나무숲으로 변경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 공개나 구성원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함께 답사한 학생들은 "절차적으로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될 뿐, 왜 숲을 부수는 쪽으로 급히 틀었는지 설명이 없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 9월 진행된 공청회에서 윤갑천 시설과장은 "부지 선정 과정에 법적 하자는 없었다"라고밝혔다. 또 조철희 기획처장은 "이 사업은 대전시와의 대규모 매칭펀드를 포함한 권역 공동 대응 사업으로, 한 번 어기면 사업 수주 자체가 어렵다"며 "예산 문제를 떠나 현시점에서 다시 돌리기에는 구성원들이 입게 될 피해가 너무 크다"라고 강조했다.
개발 계획이 공개되자 가장 먼저 반발한 건 교수진이었다. 지난 7월 인문대를 중심으로 교수 100여 명이 성명을 내 "숲을 지키는 방식으로 연구소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나무 숲 보전을 염원하는 교수들의 모임은 '소나무숲이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니라 충남대 전체 녹지축의 중요한 일부이며, 탄소중립을 선언한 대학이 스스로 숲을 훼손하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한다. 교수들은 "이 숲을 지우고 건물을 세우는 선택은 단순히 개발을 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학생들이 동참을 호소문과 연명요청
충남대소나무지킴이
현재 학생들은 학내 곳곳에 '소나무숲은 충대인의 삶과 기억이다', '파괴를 멈추라'는 문구가 적힌 대자보를 붙이고 서명운동을 벌이가 고있다. 숲은 충남대에 흔치 않은 오래된 녹지이며, 교정 전체를 잇는 생태축이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소음과 안전 문제는 인근 인문대·예술대 강의실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연구소가 갖는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숲을 파괴하는 방식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학생들은 "숲을 없앤 뒤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는 식의 사후 보완책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애초에 다른 후보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존 후보지였던 드론실습장 재검토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문제는 기후위기 시대 대학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 그루의 나무를 베는 일조차 신중해야 하는 시대에 숲 전체를 개발하려는 결정은 '탄소중립'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소나무숲 보전 논쟁을 넘어, 대학이 구성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를 묻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충남대에 붙어있는 대자봐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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