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세민 편집장이 스케치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윤건우
천세민 <서울대저널> 편집장은 서울대 안 자신의 삶과 서울대 밖 현장의 차이에서 느꼈던 괴리감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 역시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을 꺼내 들어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천 편집장은 "대선 국면 당시 '민주주의 특집호'를 냈는데, 그때 인터뷰하며 번호를 주고받은 사람들이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선 국면이 끝나고 일상을 살던 중, 인터뷰했던 사람들로부터 문자로 '울산 현대차 투쟁현장에서 사측이 폭력사태를 일으켰다'고 취재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기 중에 갑작스럽게 먼 거리를 내려갈 수 없어 취재하러 가지는 못했다"면서도 "나는 일상에 복귀했지만 투쟁현장에 있던 분들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에 심정이 복잡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계엄 전에도 계엄 아래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문구가 떠오르는 지점이었다.
천 편집장은 이어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서울대생으로서 학벌주의를 비판하며 느끼는 모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부르는 별명이 있다"며 "그런데 서울대 입학 이후 나를 부르던 여러 별명들이 사라지고, '서울대' 3글자만 남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시 서울대'나 '서울대인데 그것도 몰라?' 하는 호칭들을 들으며 서울대 3글자가 자신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는 서울대를 '지식의 전당'이라 부르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도 했다.
천 편집장은 "자신이 서울대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주변 환경의 덕이 크다"라며 "친구들 중에는 그런 환경이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서울대에 못 들어온 친구들의 삶이 불행하냐 물으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며 "가끔은 정해진 길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천 편집장이 도달한 결론은 "계급을 배반하라"였다. 그는 "가끔씩 친구들이 농담조로 자기 서울대 친구 있다고 말하며 '널 이용해먹겠다'라고 한다"면서 "'실컷 이용하라'고 답하고 싶다" 말했다. 그는 "생일 때마다 '모든 23살의 생일파티'를 하려고 한다"라며 "서울대에 다니든, 서울대에 다니지 않든 다같이 모여 노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으니"
다음 발언을 맡은 연혜원 투명가방끈 상임활동가는 가벼운 톤으로 농담하듯 말을 꺼냈다. 얼마 후 열릴 후원주점을 위해 스탠드업 코미디를 연습하다 생겨버린 말투라고 했다.
연 활동가는 "나는 대학에 대한 애정이 컸던 사람이다"라며 대학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과거를 이야기했다. 이어 "지금 투명가방끈 활동하는 걸 그때 같이 대학 홍보대사 했던 친구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책 <서울대의 이슈>를 읽고 기자들의 <서울대저널>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며 "그게 서울대에 대한 애정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 활동가는 "사실 대학 내 자치기구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자치기구가 대학을 조금 더 민주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대학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을 덜어주고 '견딜 만한 공간'으로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앞의 <서울대저널> 기자들에게 답변하듯, 서울대생으로서 느끼는 윤리적인 책임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연 활동가는 "서울대가 없어지지 않는 한 (학벌주의의 정점에 서 있다는) 윤리적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되지는 못 할 것"이라며 "윤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연 활동가는 최근 대학 밖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가 개설된 사례를 언급하며,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었다는 점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학의 모습과 맞닿아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학이라는 공간이 좀 더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열렸으면 좋겠다"라며 발언을 마쳤다.
"지방대 대학생들도 많이 찾아가고 싶다"

▲ 투명가방끈 연혜원 활동가가 농담하고 있다.
윤건우

▲ 공현 활동가가 말하고 있다.
윤건우
투명가방끈 공현 활동가가 마지막 발언을 맡았다. 공현 활동가는 대학 내 운동단체들의 쇠퇴를 언급하며, "과거에는 운동단체들이 의식화와 조직화라는 이름으로 하던 활동을 이제는 자치언론이 도맡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자보들을 보면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고, 대학 내 민주주의에 관한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며 "얼마나 운동사회가 망했으면 언론이 운동 역할까지 다 하겠냐"고 이야기했다.
공현 활동가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투명가방끈이 대학 내에 충분히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며 "소위 '지잡대'('지방의 잡다한 대학'의 줄임말로, 지방거점국립대를 제외한 지방대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에 다니는 학생들과 더 활동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마무리했다.
공현 활동가의 발언 이후, 참여자들도 직접 손을 들고 발언자들과 각자 가지고 있던 고민들을 나누며 좌담회를 마쳤다. 대부분 대학에서 활동하며 느끼는 어려움과 내적 갈등에 관한 고민이었다. 필자도 공교육을 떠나 대안학교를 다니며 했던 생각과 고민을 나누었다.
'학벌주의의 꼭대기에 서서 학벌주의를 비판하는 데서 오는 모순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방끈의 이슈' 좌담회에 참여한 나의 한 줄 요약이다. 학벌주의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생으로서 느끼는 윤리적인 부담감, 그리고 학교가 학교인지라 가장 강하게 느낄 학벌주의의 분위기 속에서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는지 잘 느낄 수 있었던 좌담회였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결국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현 대입제도와 학벌주의에 반대하면서도,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가 학벌주의의 수혜를 누리고자 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즐기며, 동물복지를 이야기하면서도 동물을 착취해 만들어진 고기를 먹는다.
어쩌면 모순 없는 삶이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윤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 연혜원 활동가의 말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모순을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우리 삶이 모순으로 가득찼음을 인정하되, 그 속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윤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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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지역 중학생들이 모인 독립언론 토끼풀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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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학하고 많이 듣는 말이..." 그가 들려준 '학벌주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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