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철 소장은 지난 2011년 계약직 직원에 대한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여 1인 시위를 하고 중징계를 받았으나 소송을 제기해 2017년 징계 처분이 취소되었다.
육성철
육 소장이 가장 강하게 비판한 사건은 안 위원장이 세계인권선언 기념사에서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직접 삭제한 일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은 국가인권기구의 존재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전 국민이 내란세력의 폭거를 지켜봤고,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가 가까스로 역사의 후퇴를 막았다. 그런데 인권위원장이 세계인권선언 기념사에서 핵심 내용을 직접 삭제했다. 나는 그 순간부터 안창호란 사람을 인권위원장으로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는 안 위원장이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에 따라 인권위원들이 오랜 시간 토론하고 합의한 내용을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식으로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관련 '비상계엄 사태 위기 극복 권고안'에 대해서는 "치욕적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인권기구는 누구의 인권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가?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과 수하들인가, 아니면 비상계엄과 포고령으로 치명적 위험에 처했던 국민들인가."
육 소장은 "도대체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의 신속한 심리와 인권위 업무가 무슨 관련이 있나"며 "인권위가 왜 '탄핵심판 절차가 윤석열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결정문을 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인권위 직원들이 격렬히 항의해서 상정 자체가 연기됐고, 일부 인권위원이 사퇴하거나 철회하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까지 밀어붙인 걸 보면 뭔가 보이지 않는 외부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닐까 싶은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인권위가 내란 사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내도 모자란 판에,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공범이 되고 말았다"며 "그것으로 인권위는 독립성을 상실했고 인권 감시자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고 단언했다.
내부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하다고 증언했다.
"차관급 정무직이 공식회의에서 대놓고 직원을 하대하고 모욕까지 주는 상황을 난생 처음 겪었다. 나를 포함해 여러 직원들이 위원장에게 상임위원들의 행태를 제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위원장은 '상임위원도 마음의 상처가 깊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광주 5·18 기념식 강행, "부끄럽고 창피한 하루"
지난 5월 광주 5·18 기념식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던 사건에 대해서는 "광주시민들의 처지에서 보면 45년 전 비상계엄을 직접 경험한 피해자들"이라며 "시민들은 내란을 옹호한 한덕수 총리도 묘지 입구에서 막았다"고 설명했다.
"5·18 단체와 시민단체가 '안창호는 광주에 오지 말라'는 성명도 냈다. 나도 위원장 측근들에게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다. 그런데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까지 하고 온다니까 광주시민들과 인권활동가들이 더 강하게 저항한 거다.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하루였다."
공무원 조직에서 이례적으로 간부들이 실명을 걸고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육 소장은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공무원 조직에서 간부들이 불이익을 무릅쓰고 기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간부들이 릴레이로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만큼 상처가 곪았고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권연구자 700여명의 최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성명에 대해서는 "인권위 설립 이후 가장 많은 숫자가 아닐까 싶다"며 "1년 동안 안창호 위원장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최근의 잇따른 성명에 상당 부분 공감할 듯하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인권연구자 700명,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성명 https://omn.kr/2g6pa)
일각의 "일부 직원과 진보 성향 단체들의 정치적 공격"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권문제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견해가 다른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프레임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평소 말이 없고 다소 보수적이었던 지인들도 '인권위원장은 왜 그러냐?' '어디서 그런 사람을 뽑았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위원회 내부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쓴 분들도 보수나 진보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오죽했으면 이럴까 싶을 만큼 인권위는 심각한 상황이다."
"사퇴 없이 인권위 정상화는 불가능"

▲ 인권위 독립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지켜온 건 인권활동가들이었다. 지난 25일 인권위 설립기념일에 인권위 앞에서 진행된 안창호 퇴진 요구 기자회견
육성철
인권위 정상화를 위해 육 소장은 인적 청산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에 '인권위 정상화'가 있다. 인권위를 정상화한다는 건 지금 상태가 비정상이란 얘기다. 지금 정상화의 핵심은 당연히 인적 청산이다."
"독립기구로서 인권위의 위상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할 때 유지되는 것이다. 내란공범이 무슨 자격으로 독립성에 기댈 수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안창호 위원장의 사퇴 없이 인권위 정상화는 불가능한 일이다."
제도적 개선 방안으로는 "인권위원 선출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인권위법에 명시된 대로 인권에 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인권위원이 될 수 있도록 법과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육 소장은 마지막으로 "마지막 희망이라면 이 상황을 함께 견디고 있는 위원회 직원들과 여전히 인권위에 기대를 품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이라며 "그들이 외롭지 않게 시민사회가 손을 잡아주고,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제도적 개선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은? |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당시부터 23년간 인권 현장 근무.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과거사, 사회갈등, 노동 현안 담당. 2022년 인권위 복귀 후 홍보협력과장을 거쳐 올해부터 광주인권사무소장. 저서로 <세상을 향해 어퍼컷>, <그곳에는 새로운 인생이 있다>, <동대문 네팔타운 희노애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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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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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비상계엄 침묵한 순간 위원장 자격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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