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의 문제적 발언... 진짜 문제는 이거다

[주장] 이주노동자 관련 발언 논란에 사과... 구조적 저임금이 만든 지역의 위기는 혐오로 해결되지 않아

등록 2025.11.27 15:22수정 2025.11.27 15:22
0
원고료로 응원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가운데, 자료사진)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가운데, 자료사진) 울산 동구

24일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은 지역 시민단체인 '동구 주민 살리기 대회 조직위원회'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주민들이 "동남아에 사는 것 같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라고 얘길하고 있다며 이러한 목소리들을 "단지 막연한 불안감이라고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해당 시민단체는 "대책 없는 외국인 대량 유입 정책은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울산광역시가 추진하는 '울산 광역형 비자' 확대에 반대했다. 단체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도 단기 체류와 저임금으로 인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기자회견 이후 김 구청장은 "주민들이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주노동자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거나, 큰 범죄를 일으키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며 "차이 때문에 낯섦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김 구청장의 이 발언은 그의 주장이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드러낸다. '막연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이다. 그런데 김 구청장이 내세운 말들은 모두 어렴풋하기 그지 없었다. 이주노동자가 일으킨 문제나 범죄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나 근거가 없음을 시인하면서도 차이로 인한 낯섦을 핑계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막연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구청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의 생활상 우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 있었다"고 사과했고 김 구청장이 소속된 진보당 또한 "이주노동자를 사회의 불안이나 범죄와 연관 짓는 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소 용접해도 손에 쥐는 건 월 200만 원

울산 동구의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일하는 직장은 조선업으로, 현재 조선업은 호황을 맞아 선박 수주가 활발함에도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5년 상반기 주요 업종의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조선업의 인력 미충원율은 18.9%로 전산업 평균의 두 배 높았다.


인력 미충원의 주된 사유를 조사한 결과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 전체 응답의 36.6%를 차지했다.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 또한 전체 응답의 31.7%였다. 즉,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으니 기피 업종이기에 내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러 오지 않으니 자연스레 이주노동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조선업 현장에서 들려오는 임금과 노동 조건에 관한 증언들은 충격적이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한화오션 하청업체 소속으로 무려 16년 경력을 지닌 취부사(선박 블록을 제작도면에 따라 가조립하는 직무)가 받는 시급은 작년 기준 1만 1730원으로 최저시급보다 고작 1900원 높은 수준이다.


경력이 짧은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더 심각하다. <쇳밥일지>의 저자인 천현우씨가 <경향신문>에 공개한 본인의 2025년 3월 급여명세서를 보면 실수령액은 204만 3370원으로, 최저임금보다도 낮다(209만6270원).

중요한 점은 이런 임금구조가 윤석열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확대 정책 이전부터 이미 고착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16년차 취부사의 경우 2021년과 2022년에도 최저시급보다 겨우 1500원 높은 시급을 받았다. 이런 저임금으로는 이주노동자가 아닌 내국인 노동자여도 지역 경제 활성화는 요원한 일이다.

즉, 지금의 조선업 현장은 '이주노동자가 들어와서 임금이 낮아진 곳'이 아니라, '임금이 워낙 낮고 구조가 불안정해서 내국인들이 먼저 떠나버린 곳'이다. 내국인들이 떠난 자리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온 것일 뿐, 원인과 결과의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해석되고 있다.

조선업의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인한 저임금

조선업의 저임금 구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호황기와 불황기를 넘나드는 산업 특성 속에서 원청의 하청노동자 확대 전략이 일관되게 관철된 결과다. 원청은 책임을 회피했고, 그 책임은 하청으로, 또 그 아래의 또 다른 하청으로 전가됐다. 숙련공조차 계속된 임금 동결 속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단가에 얽매여 임금을 올릴 여지가 없었고, 결국 숙련 인력은 산업에서 이탈해 갔다.

이 과정에서 임금 상승의 길은 완전히 막혔고, 생산량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이주노동자에게 눈을 돌렸다. 그들은 내국인 노동자가 받아들이지 못할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을 견딜 수 있는 노동력으로 취급되었고, 그렇게 조선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구조를 갖추어 갔다.

지역의 위기는 내국인 숙련공의 부족이 아니라 그들을 떠나게 만든 조선업계의 낙후된 노동환경에서 비롯했다. 지역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은 이주노동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원청의 다단계 하청 체계가 임금 상승을 원천적으로 막아왔기 때문이다.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는 서로의 경쟁자가 아니다. 경쟁을 강요받고 있을 뿐이다. 이 경쟁은 노동자들 사이가 아니라, 그 경쟁을 설계한 기업 구조를 향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울산 동구에서는 노동자들끼리의 불신이 조장되고 있고, 그 불신의 언어는 혐오의 형태로 나타난다.

지금 필요한 건 상생 위한 기반 마련... 저임금 문제부터 문제 삼아야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절박하게 마주해야 할 사람이 바로 지역 단체장이다. 하지만 김 구청장은 문제의 중심을 향한 비판 대신 주변부를 향한 불안을 건드렸다. 조선업의 구조적 부조리가 남긴 상흔 위에서 차별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공직자는 지역의 갈등을 봉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자극하는 발언은 정책적 해결을 위한 토대를 허물고, 지역 공동체를 위험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이주노동자가 많아졌는가"가 아니라 "왜 16년차 취부사의 시급이 1만 2천원인가", "왜 1년차 용접공의 실수령액이 최저임금만도 못하나", "왜 조선업은 내국인이 떠날 수밖에 없는 산업이 되었는가"이다. 이 질문을 외면하고 이주노동자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것은 산업과 지역, 공동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길이다.

김종훈 구청장의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선업의 저임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숙련공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주민과 지역 주민이 충돌이 아니라 상생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동체적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김종훈 #조선업저임금 #이주노동자 #조선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름대로 읽고 나름대로 씁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에서 일합니다. 후원계좌 : 농협 351-0802-5012-33(음성노동인권센터) 제보 문의는 ahtclsth@naver.com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퇴직 후 평온한 사람들의 공통점, '많이 가진 자' 아니더라
  2. 2 2만 시민서명 법원 제출... "지귀연, 윤석열 최고형 즉각 선고하라" 2만 시민서명 법원 제출... "지귀연, 윤석열 최고형 즉각 선고하라"
  3. 3 [단독] 박정훈 재판서 "VIP 격노 못 들어"... 해병대 2인자, '모해위증' 고발 당해 [단독] 박정훈 재판서 "VIP 격노 못 들어"... 해병대 2인자, '모해위증' 고발 당해
  4. 4 '윤석열 사형' 구형에 논평 한 줄 못내는 국민의힘의 속사정 '윤석열 사형' 구형에 논평 한 줄 못내는 국민의힘의 속사정
  5. 5 윤석열 사형 구형에 세계가 주목... "정치적 자살 행위로 몰락한 스타 검사" 윤석열 사형 구형에 세계가 주목... "정치적 자살 행위로 몰락한 스타 검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