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물이 기도를 막으면 혼자라도 하임리히법을 해야 된대"라고 친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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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쩌라고요?' 숨이 막힌 상태에서 하임리히법과 구조요청을 동시에 해야 하다니, 급박한 상황에서 손으로는 배를 움켜쥐고, 전화는 발로 걸어야 하나? 하지만 마지막 문장에는 친절하게도 이렇게 적혀있었다.
'혼자 하임리히법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반드시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도 알지만, 주변에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고요. 난 1인 가구니까요. 흑.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혼자인 게 유독 쓸쓸하게 느껴진다. 1인 가구의 중년에게 가장 무서운 건 외로움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절박한 순간조차 오롯이 혼자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혼자 있다 쓰러지면 골든타임 안에 발견이 될 수 있을지, 급하게 수술이라도 받게 되면 보호자 동의를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지, 혼자 화장실에 있다 혹여 문이 잠긴 채로 고장나버려 문이 열리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예전에는 상상조차 않던 걱정들이 문득문득 현실로 다가온다.
한걸음에 달려와줄 가족들은 내가 있는 서울에 살지 않는다. 한걸음에 달려와 준다 해도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다. 그럼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빙고' 같은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지도 않는다. '얘도, 쟤도, 심지어 나도, 인간은 누구나 다 이상하다'를 20여 년의 사회생활을 통해 절실히 체득한 바,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은 웬만하면 만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가 편해졌다. 1인 가구 경력만 20년이 되어가지만, 지금껏 혼자 사는 게 힘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가끔씩 외로움이 스멀스멀 기어올 때면,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며 위로 삼았다.
국가 정책은 언제나 한 발 늦다
모든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는 1인 가구의 삶은, 독립적이고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 나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지금까지는 1인 가구의 삶이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건 용기를 잃어가는 과정이다. 점점 두렵고 무서운 게 많아지는 1인 가구의 삶이 앞으로도 계속 좋을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 나에게 문제는 현재가 아니다. 혼자일 미래이다. 내가 온전히 나를 관리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나를 보호해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정책은 언제나 한 발 늦고, 우리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
걱정이 꼬리를 물지만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에잇, 걱정은 그만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혼자 살지만, 이 세상에서 혼자는 아니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내 사람들과의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그것이 내가 세상과 소통하고, 미래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숨이 컥컥 막히는 회사 생활에서 나의 숨구멍이 되어주는 동료들과 사소한 잡담으로 하루를 견뎌낸다. 이제는 극소수만 남은 친구들과 잡다한 일상을 공유하며 깔깔거린다. '역시 남는 건 가족뿐'이라는 명언에 걸맞게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매일매일 말한다.
이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나의 일상을 채우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나의 골든타임에 이 사람들이 내 옆에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죽상을 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답도 안 나오는 그 시간에 차라리 '혼자 하임리히 하는 법'이라도 찾아봐야겠다. 혼자서 완벽하게 하임리히법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나저나 거리상 제일 가까이 사는 조카에게 우리 집 현관문 비밀번호나 알려줘야겠다. 급할 때 와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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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철없는 어른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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