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parisa_ssdgh on Unsplash
"선생님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세요?"
"이번 선거에서 누굴 찍으셨어요?"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철만 되면, 아이들에게서 이런 질문이 마구 쏟아지지만, 교사에게는 답변할 권리가 없다. 자칫 잘못 대꾸했다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치도곤당할 수 있다. 현행법상 그 어떤 경우에도 교사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아이들 앞에서 드러내선 안 된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민원이 제기되는 과정은 대강 이러하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교사가 나눈 대화가 학부모의 귀에 전해지고, 그들 중 일부가 앞뒤 맥락을 소거한 채 교사의 발언을 문제 삼아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다. 교육청 등 상급 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단 민원이 제기되면, 소명서를 작성한 뒤 관할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한 번 소명으로 끝나는 게 보통이지만, 민원인이 수용하지 않는 경우 마무리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민원의 소명 과정이 교육활동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주위엔 법적 소송으로 비화해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교사들도 있다.
교실 파고든 정치 시사 유튜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교과서나 펴라."
예전엔 아이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게 교사마다 '불문율'이었다. 애초 답변을 회피하는 게 상책이어서다. 다만, 뒤통수가 따가웠던 건, 정치 현실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쓸데없는 소리'라며 무질러버려서는 안 된다는, 나름 교육자적 고민 때문이었다. 관심이 사라졌을 리 없건만, 정치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은 시나브로 드물어졌다.
학교가 정치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오랫동안 방기해 온 가운데, 가장 빠르고 친근하고 확실한 '해결사'가 나타난 거다. 바로 유튜브다. 웬만한 고등학생이라면, 정치 시사 관련 유튜브 하나쯤은 구독하고 있다. 또래의 입말을 사용해 이해를 돕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 뺨치게 재미있는 채널도 여럿이라고 한다.
유튜브가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된 건 이미 오래지만, 이젠 그들에게 현실 정치를 가르치는 교실 역할까지 하고 있다. 가짜 뉴스가 판치고,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환경에서 정치 시사 유튜브라고 멀쩡할 리 없다. 유튜브를 통해 정치를 배운 아이들에게 학교 교육의 정치 교과목은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2025년의 스펙터클 한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호기심이 교과서 속 17세기 영국의 명예혁명과 18세기 프랑스혁명 등을 빗댄 설명으로 해소될 리 만무하다. 학교에서 배운 정치가 아이들의 올곧은 정치의식 형성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이유다. '효능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학교 교육은 은연중에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온상이다.
유튜브를 통해 '정치 문법'을 학습한 결과
"중국 관광객 무비자 입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검찰청을 폐지하는 건 교각살우 아닌가요?"
"심야 노동을 제한하는 건 위헌 아닌가요?"
이런 질문에도 선뜻 교사의 생각을 밝혀선 안 된다. 굳이 답변하고자 한다면, 찬반 양측이 주장하는 논리와 근거 정도를 양시론, 또는 양비론적 입장에서 설명하는 게 그나마 안전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답변은 위험하다. 시간은 물론, 뉘앙스조차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한번은 비자 면제 협정은 국가 간 쌍무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건넸다가, 아이들로부터 느닷없이 "이재명을 편드는 거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한 아이는 날 '친중파'로 낙인찍기도 했다. 최근엔 검찰청 폐지도 정치 검사들의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부지불식간에 꺼냈다가 순식간에 '민주당 지지자'로 규정당했다.
아이들로부터 찍힌 정치적 낙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이후 기회만 되면 입버릇처럼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을뿐더러 후보를 선택할 때 정당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공약만 본다며 해명하고 다녔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역대 대통령 중 전두환을 제외하곤 '전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떼놓고 불러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의 심야 노동 제한 입법 논의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쓰고 보는 아이들이 다수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며 반문한다. '쿠팡맨'들의 연이은 사망에도 건강권을 위협하는 심야 노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드물다.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이라는 모진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심지어 아이들 사이에선 심야 노동 제한 입법에 찬성하면 '민주당 편'이고 반대하면 '국민의힘 편'이라고 갈라치기 하는 경우마저 있다. 다양한 주장들이 토론과 숙의를 통해 수렴되어야 할 정책 결정 과정이 첫 단추를 끼우기도 전에 누구 편이냐부터 묻는 황당한 상황이다. 단언컨대, 이는 아이들이 유튜브를 통해 '정치 문법'을 학습한 결과다.
대한민국의 교사는 '정치적 천민'
정치 영역에 관한 한 교사의 발언은 '무색무취'해야 한다. 요즘처럼 이념의 대립과 정치적 갈등이 극심하고 교실의 극우화가 표면화하는 현실이라면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화근이 될 수 있다. 주제가 정치적 이슈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거라면 아이들과 토론하는 것조차 섣부르다. 애초 피하는 게 상책이다.
어느 학자의 일갈처럼, 대한민국의 교사는 '정치적 천민'이다. 아이들 앞에서 '노 코멘트'로 일관해야 하는 처지가 참담하다. 더욱 당혹스러운 건, 정작 아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정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16세 이상이면 부모 등 법정 대리인의 동의 아래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정당에 가입한 아이들을 정당 가입은커녕 후원금조차 낼 수 없는 교사가 정치 교과목을 가르치는, 이 기괴한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개인적으론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도 기우라고 생각한다. 기성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워낙 팽배해 '정치화'라는 용어가 왜곡된 탓이라고 본다. 아이들과 교사가 마주 앉아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두고 토론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이는 유튜브를 통해 배운 정치를 해독하는 데 특효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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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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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정치 학습한 아이들, '누칼협' 모진 표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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