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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함과 탁월함'으로 비영리의 다음 도약을 묻다

다음세대재단·카카오임팩트,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 개최

등록 2025.11.28 09:40수정 2025.11.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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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행사 시작 전 참석자들이 좌석을 정돈하는 모습.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행사 시작 전 참석자들이 좌석을 정돈하는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비영리의 역사는 '선함'과 '탁월함'이 만들어 왔다는 공감대 아래, 그리스 철학과 B급 과학, AI와 마을약사, 성소수자 청소년 지원과 광장 시민행동, 책 읽기와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탁월함을 실천해 온 이들이 모여 비영리의 다음 도약을 함께 모색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변화의 원동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2008년부터 다음세대재단이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현장에 400여 명의 비영리단체·사회복지기관 관계자와 기업 ESG·CSR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행사는 '탁월(卓越): 뛰어넘을 만큼 뛰어남'을 주제로 다양한 강연과 토론으로 꾸며졌다. 사회자 없는 오프닝 영상이 상영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영상은 참여자들의 사연과 이름을 호명하며 기립을 유도했고, 동료 참여자가 그들에게 환호하면서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연출이 이뤄졌다. 이는 체인지온 컨퍼런스의 오랜 전통이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인 '탁월함'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가진 최고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힘'으로 정의됐다. 주최 측은 "비영리의 역사는 선함과 탁월함이 만들어 낸 역사"라며 "인간과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열정과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부대행사를 살펴보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부대행사를 살펴보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첫 세션은 인문학과 과학 분야에서 '탁월성'의 의미를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 부교수는 그리스 개념인 '아레테(aretē)'를 소개하며 "칼의 아레테는 잘 써는 것이고, 눈의 아레테는 잘 보는 것, 축구선수의 아레테는 골을 잘 넣거나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탁월함이란 남보다 뛰어난 게 아니라 자기 본성,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정치학을 언급하며 "어떤 일이 고급스러운 일로 평가받든, 사소한 일로 여겨지든 자신의 분야에서 요구되는 지성과 기능, 시민으로서의 품성적·윤리적 아레테를 갖춘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노타우로스를 잡으러 미궁으로 들어간 테세우스 이야기를 들려주며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두려움을 안고 도전했지만, 도전하는 순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길이 열렸다"며 "여러분도 힘에 부치는 일 앞에서 내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려는 용기를 낸다면 결국 테세우스처럼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청중을 격려했다.


이창욱 동아사이언스 기자는 "과학계에서 '탁월하다'고 하면 대부분 노벨상을 떠올리지만, 오늘은 그 반대편에 있는 '이그노벨상'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며 "능력주의 시대의 탁월함을 다른 각도에서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웜뱃의 똥오줌 같은 소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연구들을 소개하며 "처음에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비주류 연구도 시간이 지나면 어디에 쓰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B급 과학'이 실용성의 잣대로는 평가받지 못해도, 탁월한 상상력과 집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드레 가임 연구팀이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모두 받은 사례를 들며 "두 사례의 '또라이 지수'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래핀'이 대단한 물질이 아니었다면 이 연구도 이그노벨상으로 끝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엉뚱한 실험을 허용하는 연구 문화가 진짜 탁월함을 만든다고 강조한 것이다.


오후 세션은 '세상을 바꾸는 탁월함'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발표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탁월함을 실천해 온 사례를 소개했다.

홍진아 카카오임팩트 팀장은 "AI 웨이브가 시작됐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3년 뒤면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AI가 내 직업을 없애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AI에 쫓기지 않고 현명하게, 함께 일할 수 있을까, AI와 동료가 돼 같이 일해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으로 관점을 바꿔 보니, 막연한 공포 대신 '어차피 사라질 거라면 한번 같이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써 보니 AI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해결책의 초안을 잡아주는 동료 정도에 가깝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의 방향을 정하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며 "AI 시대에 탁월하게 일하는 방법은 '이제 너희 없어질 거야'라는 말 앞에서 '그럼 같이 살아볼까, 어떻게 같이 일할까'라는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연사로 참여한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 부교수 ▲이창욱 동아사이언스 기자 ▲홍진아 카카오임팩트 팀장 ▲박상원 사단법인 늘픔가치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이사장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팀장 ▲장대익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 ▲김지원 경향신문 기자 ▲한지원 방송작가 그리고 행사 사회를 맡은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의 모습.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연사로 참여한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 부교수 ▲이창욱 동아사이언스 기자 ▲홍진아 카카오임팩트 팀장 ▲박상원 사단법인 늘픔가치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이사장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팀장 ▲장대익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 ▲김지원 경향신문 기자 ▲한지원 방송작가 그리고 행사 사회를 맡은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의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박상원 사단법인 늘픔가치 대표는 "전국에 약국은 2만5000개나 있지만 정작 약에 대한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약사는 없다"며 만성질환자들이 10종이 넘는 약을 복용하면서도 불안과 혼란 속에 방치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마을로 향하는 약사들'을 슬로건으로 내건 늘픔가치의 활동을 소개하며, 찾아가는 복약 상담과 폐의약품 저감 캠페인을 통해 "약국을 나서는 마을약사 1000명을 만들 것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상담 현장에서의 기록 부담을 덜고 주민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 AI 요약 기능을 결합한 디지털 기록 도구 '케어링노트'를 개발했다"며 "상담 내용을 전산화하고 복지기관과 공유하면서 약사·복지·의료가 연결되는 통합 돌봄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예산도, 정책도, 연구도 없이 청소년 성소수자가 '없는 존재'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2015년 시작된 띵동 활동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해결 방법을 찾는 단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시도"라고 규정하며, 이를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가시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상담과 지원을 통해 교육·복지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세상 전체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원 현장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팀장은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한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소개하며 "1744개 단체와 130여 명의 활동가들이 함께 빛의 광장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시민들 사이에 섞여 구호를 외치던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핵심 과제로 "평등하고 안전한 광장을 만드는 것"을 꼽으며, 집회 시작 전 낭독하는 '모두의 약속'을 언급했다.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해 "동물권 단체의 문제 제기를 반영해 '비인간 동물을 차별하거나 대상화하지 말자'는 문구까지 담아 모두의 약속을 업데이트했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이처럼 약속문을 세밀하게 손보고 현장을 조율해 온 과정이 "광장에 모인 모두의 안전과 평등을 지키기 위한 활동가들의 탁월함"이라며, 빛의 광장을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노동을 강조했다.

장대익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는 'Super-Cool, 탁월함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탁월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독창적인 이들이지만, 그 독창성이 타고난 것인지 훈련 가능한 것인지가 늘 궁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성장 마인드셋과 내재적 동기를 바탕으로 한 '의도적 연습'의 루프를 탁월함의 핵심"이라고 짚으며, "탁월함은 성장 마인드셋 위에서 의도적 연습의 루프가 내재 동기에 의해 지속되는 여정"이라고 정의했다. 장 교수는 특히 "탁월함의 과학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지점은 실패에 대한 생각"이라며 "실패를 학습 루프 안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야말로 탁월함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순서대로 ▲서로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참석자들 ▲축하공연에 나선 가수 울랄라세션 ▲책 증정 이벤트에 당첨된 참석자들 ▲포토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참석자들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5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순서대로 ▲서로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참석자들 ▲축하공연에 나선 가수 울랄라세션 ▲책 증정 이벤트에 당첨된 참석자들 ▲포토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참석자들 공익저널 차종관

마지막 세션 '지원의 탁월함'에서는 글쓰기와 독서를 통한 탁월함 키우기를 다뤘다.

김지원 <경향신문> 기자는 인문 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소개하며 "책을 기반으로 평범한 이야기를 비범하게 보는 독서법을 고민해 왔다"며 참자들에게 "오늘 오면서 본 풍경 중 각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는 "평소에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공간적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감금돼 있다"며 "책을 손에 드는 순간 다른 세계와 다른 관점을 내 삶에 소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맨바닥에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보다, 책을 통해 다른 관점과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불러오면 탁월하고 비범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며 "책을 가장 좋은 사고 도구로 활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지원 방송작가는 가수 신해철의 명곡 '그대에게'를 언급하며 "무조건 전주부터 화려하게, 전진 돌격 대형으로 특이하게 시작해야 하지만, 동시에 단순함을 놓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한 고인의 육성을 들려줬다. 한 작가는 "스트롱 스타트만큼 중요한 건 없다, 처음에 재미없으면 끝"이라며 "몰입과 변화를 끌어내는 치밀한 설계와 반복 연습이야말로 각자의 영역에서 '나만의 공든 탑'을 쌓는 탁월함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는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폐회를 맞았다. 한 참석자는 취재진에게 "각 분야 연사들의 통찰을 얻고, 비영리 활동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번 행사가 비영리 분야의 미래를 한층 밝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루 종일 온기를 더한 화합의 분위기만으로도 "함께 연대하며 탁월함을 키우자"는 행사의 메시지를 내재화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
#다음세대재단 #비영리 #카카오임팩트 #체인지온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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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저널리스트, 시민사회·사회연대경제·임팩트생태계 등을 출입하며 사회변화를 기록합니다. 대학언론의 위기, 주체적인 죽음 설계,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등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당사자언론 등을 연구합니다. 대학 내 언론자유 및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시민공익활동 등 정책 제안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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