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무 남편이 직접 농사지은 무와 배추
정현순
난 남편에게 물어봤다. "우리는 김장할 수 있고 그 집도 배추 줄 수 있나?" "그 집은 몇 포기나 할 건가?" "정확히는 모르는데 10포기 정도? 그 집도 우리처럼 두 식구이니깐 많이는 안 하지" "그럼 그 정도는 줄 수 있을 거야" 한다.
난 그에게 그대로 말했다. 그는 "언니 만약 괜찮으면 5포기 더 줘요" 한다. "그건 나도 장담 못 하는데" 했었다. 그런데 배추를 뽑아온 날 다행히도 예상보다 많이 수확할 수 있었다. 속도 나름 꽉 찼다. 그동안 남편의 정성이 통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날마다 가서 확인하고 돌보아주었으니 말이다.
A집에 배달 가는 중 남편은 "이 배추는 황금 배추라고 꼭 말해" 한다. A에게 파와 무, 배추 몇 포기를 덤으로 더 주었다. 국 끓여 먹으라고. 배추가 예상보다 잘 되었지만 누구 한 사람에게 몰아 줄 수는 없을 정도여서 남은 배추와 무도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겨울에 국 끓여 먹으라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들은 잘 먹겠다고 하면서 한결같이 내년에는 미리 예약해야겠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우리 배추로 김장을 한 A를 만났다. "언니 덕분에 김장 잘했어요, 배추가 아주 맛있어요.배추 속도 상한 것이 한 포기도 없었어요. 내년에도 부탁할게요" 한다. "그거 황금 배추라 맛있는 거래" 하고 잊고 못 했던 말도 해주었다. 배춧국을 끓여 먹었다는 다른 이웃들 몇 명도 "내년에는 미리 부탁해야지" 한다. 전문 농사꾼이 아닌 남편의 농사 솜씨가 날로 좋아지고 있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남편에게 "이젠 힘들 텐데 농사 그만 짓지" 하면 남편은 "농사가 내 유일한 취미 생활이야. 내가 힘들면 알아서 그만둘 거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한다. 내년 김장배추 A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예약받았다고 말해주니 남편은 싱글벙글이다.
은퇴 전후의 6070 시니어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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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지은 배추 농사, 내년 예약도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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