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노동과 공유부로서의 기본소득

[주장] 대학생의 일상이 쌓아 올린 '데이터 지대', 그 정당한 몫을 묻다

등록 2025.11.29 10:47수정 2025.11.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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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대학생은 노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오늘 하루 몇 시간을 노동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주저 없이 '0시간'이라 답할 것이다. 과제를 위해 구글링을 하고, 친구와 카카오톡을 주고받으며, 남는 시간에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상이니까.

아르바이트가 빠진 대학생의 일상에서,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통상적인 관점으로 볼 때 '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구글에 입력한 검색어로 검색 엔진의 정확도는 올라갔고, SNS에 올린 사진과 텍스트는 맞춤형 광고를 위한 데이터가 되었다. 또한 유튜브 시청 기록은 다음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의 재료가 되었다.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학생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기업의 핵심 자원인 빅데이터를 생산해 낸 성실한 노동자였다.

마치 가사 노동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 가치가 지워지고 무급이듯, 지금 대학생의 일상 역시 데이터라는 이름 아래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이 되고 있다. 여기서 무엇이 진정 노동이고, 무엇이 노동이 아닐까? 돈을 받는 순간 노동이 되고, 돈을 받지 않고 일하면 노동이 아닌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으며 현실의 기준은 지극히 자의적이기만 하다.

사라지는 일자리, 길 잃은 청년 정책

그렇다면 누군가는 모두가 임금노동으로 인정받는 일자리를 얻으면 그만이라 반문할지 모른다. 문제는 그간 사회보험과 청년고용정책이 전제했던 그러한 일자리 자체가 가파르게 소멸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 감소분의 98%(-20.8만 개)가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고노출 업종’에 집중되었다.
지난 3년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 감소분의 98%(-20.8만 개)가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고노출 업종’에 집중되었다. 한국은행

특히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은 경력이 없거나 짧은 대학생의 일자리부터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미 미국 로펌에서는 초당 10억 건의 판례를 검토하는 AI 로봇이 도입된 사례가 존재하고, 물류창고에서는 기존에 1시간 반 걸리던 일을 15분 만에 끝내는 로봇이 개발되었다. 올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줄어든 청년층 일자리 21만 1천 개 가운데 무려 98%에 달하는 20만 8천 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남은 일자리의 질 또한 나빠지고 있다. 올해 20대 임금노동자 중 정규직의 비율은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좁은 문을 뚫고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를 얻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인력 구조 앞에서는, 누구도 미래에 대해 쉽사리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 정책은 대학생을 미래의 임금노동자로만 바라보고, 존재하지도 않는 일자리를 찾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면, 사회 정책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불안정하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일자리가 아니라, 기본적인 삶을 지탱할 소득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할 때다.

플랫폼의 부(富)는 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노동과 소득의 관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시대에서, 사람들은 삶의 안전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힌트는 모두가 매일 생산하고 있는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봉건 시대나 산업화 초기에는 토지나 공장을 소유한 자가 부를 독점했다면, 21세기의 부는 플랫폼으로 모인다. 구글,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모여들어 생성한 데이터 그 자체를 자산으로 삼아 수익을 올린다. 마치 땅 주인이 땅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돈을 벌듯, 플랫폼 기업들은 디지털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지대를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 거대한 부의 이동 속에서 대학생의 일상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강의실 밖에서도, 심지어 침대 위에서도 대학생은 스마트폰과 연결된 채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 시간과 휴식 시간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순간이 데이터 생산 노동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미래를 바라보며 만들어낸 그 수많은 활동 데이터로 기업의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그 과실은 생산의 주체인 모두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결국 플랫폼이 독식한 이 막대한 수익의 원천은 오직 기업의 혁신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AI를 고도화하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 SNS를 채우는 수많은 창작물은 누구의 것인가? 알고리즘의 이면에는 인류가 이전 세대에서부터 축적한 지식과, 지금 이 순간 모두가 매일 검색하고, 이동하고, 대화하며 생산해 내는 데이터가 촘촘히 쌓여 있다.

햇빛과 바람이 누구의 소유도 아니듯, 공동체가 함께 만든 빅데이터 역시 소수의 기업이 독점할 수 없는 공유부이다. 따라서 여기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는 마땅히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기본소득이라는 정당한 몫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매트릭스를 넘어, 데이터 주권자로 서려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기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소모품, 배터리로 묘사된다. 거대 플랫폼을 가동할 데이터를 끊임없이 제공하면서도 정당한 대가 없이 소모되는 지금의 현실은, 영화 속 디스토피아와 어딘가 닮아 있다.

AI와 빅데이터 시대, 무너진 노동과 소득의 고리를 새롭게 잇는 첫걸음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임금노동을 전제로 한 기존의 분배 시스템에 더해, 사회적 유산에 대한 공동의 권리를 실현하는 제도다. 이는 사회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낸 데이터와 공유부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몫을 모두의 삶을 위한 토대로 되돌려주는 일이다.

모두가 바라는 미래가 매트릭스 영화 속 배터리의 삶은 전혀 아닐 것이다. 다행히 농어촌기본소득, 아동기본소득 등 사회 곳곳에서 이미 기본소득의 싹은 트고 있다. 이제 그 가능성을 더 넓고 확실하게 키워내야 한다. 기본소득은 불안정한 시대를 건너는 대학생을 비롯해 모든 시민이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정의로운 대답이다.


#기본소득 #대학생 #대학생기본소득서포터즈 #시간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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