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만남전 -인천kmj갤러리 전시 인천 kmj갤러리 전시 엽서
김충중
어느덧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온다. 겨울의 초입, 삭막해진 도시의 풍경 속에 지친 마음을 기댈 곳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인천남동구 인주대로에 위치한 'KMJ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깥세상의 찬 바람과는 사뭇 다른 훈훈한 공기가 훅 끼쳐 온다.
난방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에 걸린 그림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려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뿜어내는 온기 때문이다.
지금 KMJ 갤러리에서는 '10인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숫자 '10'은 단순히 참여 작가의 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열 명의 이웃이 건네는 열 가지의 위로이자, 열 가지의 '사는 이야기'다. 거창한 담론이나 난해한 철학이 아닌,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거리를 걷으며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캔버스 위에서 특별한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kmj 갤러리 인천 kmj갤러리 전시 사진
김충중
붓질 하나에 담긴 숨결, 그리고 12색의 표현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다양성이다. 회화작품들로 모인 10인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양성 속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진정성'이다.
전시장 입구, [임경식 작가]의 작품 앞에서는 발걸음이 오래 머물게 된다. 캔버스 가득 채워진 유화물감의 색깔은 일러스트풍의 화려한 색채와 묵직한 톤으로 그려낸 풍경과 캐릭터로 고단했던 하루를 묵묵히 견뎌낸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느껴진다.

▲임경식 작가의 작품 임경식 작가의 그림들
김충중
작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반복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가장 위대한 힘'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붓질 한 번 한 번에 작가의 호흡과 노동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꽉 찬 포만감이 느껴진다.
이어지는 이진수 작가의 작품은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소한 풍경들.
자연속 사물들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공간을 화폭에 담아 작가만의 기법과 색채로 표현을 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만나자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관람객 김모씨는 "그림을 보고 집에 가면 자연풍경이 다르게 보일 것 같다. 내 주변의 모든 나무들과 자연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며 미소 지었다.

▲최영숙작가 작품 최영숙작가 그림 작품들
김충중

▲서미란 작가 작품들 서미란 작가 작품전시 사진
김충중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치유의 기록
이번 10인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작가들의 '사는 이야기'가 작품 이면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라고 해서 이슬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육아에 지치고, 생계형 노동에 시달리고, 인간관계에 상처받는 우리와 똑같은 생활인이다.
서미란 작가의 회화는 복잡한 내면의 감정을 색채로 폭발시킨 듯하다. 아름다운 색의 조화는 한때 그를 잠식했던 고민의 흔적들이다. 질서를 찾아가려는 빛의 움직임이 보인다.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캔버스 위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며 싸워낸 흔적. 그래서 그의 그림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선 '치유'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보는 이로 하여금 "당신의 상처도 언젠가는 이렇게 아름다운 무늬가 될 것"이라고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서영원김현진 작가 부부작가 서영원작가 그리고 김현진 작가
김충중
반면, 꽃과 사랑을 표현한 김현진 작가와 서영원 작가의 작품은 도시인들에게 잃어버린 여유를 선물한다. 꽃과 사랑의 주제로, 한 그림 앞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특히 김현진 작가는 심리학 전공의 지식을 살려서, 심미적 표현으로 작품을 이야기 한다. 작가는 붓을 통해 우리를 갤러리 밖, 더 넓은 세상으로 안내한다.

▲김혜정 작가 작품 김혜정 작가의 작품 사진
김충중
따로 또 같이', 10인의 하모니
이번 전시의 묘미는 개성 강한 10명의 작가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조화'에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불협화음이 아닌, 풍성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이는 KMJ 갤러리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지역 사회 속에서 예술가와 주민이 소통하고, 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놀이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시 기획 관계자는 "10명의 작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진솔함'이었다"고 전했다. "기교가 뛰어난 그림보다, 투박하더라도 작가의 삶과 철학이 녹아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관람객들이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어려운 현대미술일까 봐 걱정했는데, 내 이야기 같아서 울컥했다."

▲이동진작가 작품들 이동진 작가 작품들.
김충중
예술,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사는 이야기' 그 자체
우리는 흔히 예술을 일상과 분리된, 고상하고 어려운 무언가로 치부하곤 한다. 미술관에 가려면 큰맘을 먹어야 하고, 그림 앞에서는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을 느낀다. 하지만 인천 KMJ 갤러리 10인전은 말한다. 예술은 밥을 짓는 냄새 속에, 퇴근길 버스 창가에, 낡은 신발 속에, 그리고 당신의 주름진 손등 위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이번 전시에 참여한 10인의 작가들은 캔버스라는 창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사는 이야기는 어떤 색깔인가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혹은 그저 따뜻한 위로 한 조각을 얻기 위해 KMJ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10명의 작가가 정성껏 차려낸 밥상 같은 전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림 속에서 나를 닮은 모습을 발견하고,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다 보면, 어느새 차가웠던 마음에도 보일러가 켜진 듯 온기가 돌 것이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계속된다. 놓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고백들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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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시작해서, 문화예술에 관해 다양한 해석과 분석으로 좀더 빠르게 문화를 접해 보고자 오늘도 노력하는 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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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KMJ 갤러리 10인전,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사는 이야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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