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금관 왼쪽부터 교동금관, 서봉총, 금관총, 금령총, 황남대총, 천마총 금관이다.
이정미
드디어 12시 30분이 되어 금관전 전시관 앞에 다시 줄을 섰다.
"평일에도 2000명은 옵니다."
극성수기를 맞은 박물관 직원의 고초가 이해되었다. 원래 오는 12월 14일까지 전시 예정이었으나 인기가 너무 많아 내년 2월 22일까지 전시 기간을 연장했다는 설명이었다. 금관전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라는 제목으로 APEC 2025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이번 특별전은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여섯 점의 금관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되는 사상 최초의 자리"라고 한다. 앞으로 이런 귀한 기회가 다시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가슴 콩닥거리며 전시된 6점의 금관과 금허리띠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특별전시관 내부는 온통 검정으로 배경을 꾸몄다. 찬란하고 화려한 황금의 향연이 단연 돋보이도록 디자인 되었다는 생각이다.
어린아이가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교동금관'부터 각 금관에 얽힌 사연과 발굴 과정을 읽으며 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다. 약 1500년 전 신라 마립간의 권력과 권위를 금관과 금허리띠에 고스란히 새겨 넣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정신, 예술성을 감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전시관에는 6점의 금관을 장식한 사슴뿔 모양, 나뭇가지 장식, 드리개, 곱은옥과 달개, 매듭 등을 서로 비교하며 확대하여 관찰할 수 있도록 비디오 자료도 설치되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확대하면서 관찰하다 보면, 하나 하나 수작업으로 공들였을 장인의 위대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본래 회당 150명 한정 30분 관람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순간을 영원 속에 담기 위해 사진도 찍고 동행과 이야기 나누며 살펴보느라 시간은 점점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신라한향' 가득한 솔거미술관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금관전을 관람한 뒤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 부부는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얼마 전 강인욱 교수님의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을 읽은 탓일까. 과거 유물이 단순히 유물로만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솔거미술관'으로 향했다. 솔거미술관은 경주엑스포공원 안에 있다. 엑스포 공원을 산책하듯 오르면 '아사달 조각공원'이 나오고, 맞은편 단아한 건물이 미술관이다. 현장에서 "경주 남산에 머물며 작업해온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건립이 추진되었고, 신라시대 화가 솔거의 이름을 따 2015년에 문을 열었다"는 설명을 읽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 주제는 '신라한향'(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전이다. 김민, 박선민, 박대성 작가와 송천 스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공간 자체가 예술성이 물씬 풍긴다. 작품들도 신라의 문화, 미술을 주제로 하고 있어 관람 내내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졌다. 한쪽 벽면을 통창으로 액자처럼 구성해 밖의 연못과 자연 경관이 그림처럼 펼쳐지도록 디자인한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도 추억이 된다.
이밖에도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건축가 유현준씨가 설계 디자인해 더욱 유명해진 '오아르 미술관'도 권하고 싶다. 미술관 통창으로 바라보는 '대릉원' 전경에 가슴이 뻥 뚫리고,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아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APEC 행사가 새삼 고마운 이유는 '경주가 다시 살아난다'는 느낌 때문이다. 거리가 먼 수도권에서도 수고를 마다 않고 경주를 방문하고,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랑스러워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대성 화백의 대작과 포토존 박대성 화백의 대작에는 단군신화에서 고구려 벽화, 금강산, 훈민정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의 기원이 장대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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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도 2000명은 옵니다" 어묵 국물로 몸 녹이며 줄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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