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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에 꽂힌 '이상한 어부',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시민 과학자' 김정판 회장이 만든 의미 있는 변화

등록 2025.12.01 12:02수정 2025.12.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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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없는 바다 만들기 지난 11월 19일 창원시 해양드라마세트장에서는 (사)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가 주최하고 (사)한국수산업경영인마산시연합회가 주관한 '쓰레기 없는 바다 만들기' 해양 정화 활동이 진행됐다. 경남연합회 소속 5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은 쓰레기를 수거했다.
▲쓰레기 없는 바다 만들기 지난 11월 19일 창원시 해양드라마세트장에서는 (사)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가 주최하고 (사)한국수산업경영인마산시연합회가 주관한 '쓰레기 없는 바다 만들기' 해양 정화 활동이 진행됐다. 경남연합회 소속 5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은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철재

"깨끗하지 않은 바다에서 나는 건 소비자들이 안 찾는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누가 찾겠나?"

지난 11월 19일 오후 2시 경남 창원특례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곡리 해양드라마세트장 앞으로 50여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사)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이하 경남연합회) 곽영효 회장을 비롯해 경남연합회 소속 9개 지부 임원과 회원이다. 이들은 해양드라마세트장 부근 물 빠질 시간에 맞춰 한 손엔 60리터 마대, 다른 손엔 집게, 갈고리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등에 '한국수산업경영인 (사)창원특례시'라고 적힌 형광색 조끼를 입었다. 이날 마산 지부 소속 회원들이 가장 많았다. 또 7~8명의 창원시 소속 해양 지킴이도 함께였다. '경남 수산경영인이 먼저! 쓰레기 없는 바다 만들기'가 이날 이들이 모인 목적이다. 이 행사에 대해 곽영효 회장은 위의 말처럼 소비자 관점을 강조했다.

곽 회장은 "바다는 우리 삶의 터전인데 우리가 치우지 않고 넘이 치워줄 기라고, 정부에서 해줄 기라고, 또 환경단체에서 해줄기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며 "우리가 하다가 힘에 부치면 그분들이 도와주는 이런 구조로 앞으로 가야 한다"라면서 "집과 비교하면 우리가 집을 청소 안 하고 방치하는 거와 뭔 차이가 있나?"라며 어민 주체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경영에 있어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해양 쓰레기 문제에 있어 어업 경영인이 주체가 돼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경남연합회 차원의 ESG 리스크 관리 방식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연합회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건 지난 8월부터였다. 9개 지부에서 자체적으로도 월별로 한두 차례 수거 활동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더해 경남연합회 차원의 집중 활동을 지부별로 돌아가면서 매월 1회 진행하고 있다. 거제, 통영, 고성에 이어 11월엔 마산 차례다.

해양 쓰레기 해결을 위해 시민 과학자 방식 도입


(사)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 곽영효 회장 곽 회장은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있어 소비자 관점을 강조하면서 김정판 회장의 시민 과학 관점으로 해양 쓰레기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지난 8월부터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사)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 곽영효 회장 곽 회장은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있어 소비자 관점을 강조하면서 김정판 회장의 시민 과학 관점으로 해양 쓰레기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지난 8월부터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이태일

물론 예전에도 해양 쓰레기 정례 수거 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이전 활동이 해양 쓰레기 수거에만 집중했다면, 지난 8월부턴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게 곽영효 회장의 말이지만, 그래도 해양 쓰레기의 무게, 부피는 물론 쓰레기 성상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모두 기록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이유에 대해 곽영효 회장은 "그냥 쓰레기를 줍는 게 다가 아니고 어떤 쓰레기가 해상으로 유입되는지 데이터 구축을 해보자는 취지"라며 "사천 김정판 회장님이 처음에 했던 방법을 도입했다"라고 밝혔다.


경남연합회 곽영효 회장이 언급한 사천 김정판 회장은 지난 2022년 9월 "쓰레기에 꽂힌 '이상한 어부'가 있습니다"라는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소개된 해양 쓰레기 시민 과학자다. 김정판 회장은 경남 사천시 실안 바닷가에서 죽방렴을 하면서 주변에서 '이상한 놈'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15년 가까이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 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 소속 임원과 회원 50여 명이 창원시 해양 드라마세트장 뒤편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활동을 벌였다.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 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 소속 임원과 회원 50여 명이 창원시 해양 드라마세트장 뒤편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활동을 벌였다. 이철재

김정판 회장의 해양 쓰레기 해결 방식은 아날로그지만 꼼꼼했다. 커다란 전지에 본인을 비롯해 주변 어민이 수거해온 쓰레기를 빼곡하게 적었다. 공책에도 기록했다. 이렇게 수기로 기록된 것만도 여러 권에 이르렀고, 해양 쓰레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기록도 있다.

그는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서도 손으로 직접 써서 관련 기관에 제출했다. 지역의 생태 지식과 죽방렴 원리를 활용한 해양 쓰레기 포집 시설 관련 특허도 냈지만, 사익이 아니라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관련 기사 : 해양 쓰레기 포집 특허 내고 돈 포기한 '이상한 어부').

해양 쓰레기 시민 과학자 김정판 회장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그가 사는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놈' 대신 '좋은 일 한다, 애쓴다'라는 격려와 함께 그의 활동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인근 지역 공기업이 정기적으로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에 동참했고, 그가 만든 '우리 바다 환경지킴이'에 사천시, 진주시 시민들이 함께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사천 회장이 된 이후 김정판 회장은 경남연합회 회장으로부터 경남도 차원의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을 제안받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냥 수거하고 행사 후 사진 찍고 끝내는 게 아니라 기록을 남기는 '시민 과학자 김정판 식'의 수거 시스템을 경남도 어부들에게 전격 도입하자는 제안이었다. 해양 쓰레기에 꽂힌 한 명의 '이상한 어부'를 수천 명의 '이상한 어부들'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해양 쓰레기를 기록하는 시민 과학자가 여럿이면 그게 기준이 된다. 또 기억은 휘발하지만, 기록은 계속 남기에 그렇게 쌓인 데이터를 통해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지역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그렇게 될 때 혈세가 조금이라도 덜 들어가는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게 해양 쓰레기 시민 과학자 김정판 방식의 장점이다.

해양 쓰레기 시민과학자 15년 가까이 해양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면서 '이상한 어부' 소리를 들어왔던 김정판 한국수산업경영인사천시연합회 회장은 기록을 통해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천시를 넘어서 경상남도로 자신의 방식을 확산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 시민과학자 15년 가까이 해양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면서 '이상한 어부' 소리를 들어왔던 김정판 한국수산업경영인사천시연합회 회장은 기록을 통해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천시를 넘어서 경상남도로 자신의 방식을 확산하고 있다. 이철재

최근 의미 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상남도기록원에서 김정판 회장의 해양 쓰레기 수거 기록을 보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경상남도기록원은 '기억을 넘어, 기록으로'라는 취지로 공공기관의 영구 기록물뿐만 아니라, 민간이 소장한 보존 가치 높은 중요 기록물을 발굴·수집하여 기록문화 유산으로 전승하는 기관이다.

손으로 쓴 해양 쓰레기 기록물, 기억을 넘어 기록으로

경상남도기록원이 김정판 회장의 해양 쓰레기 관련 수기 기록을 보존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록문화 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또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과학자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경남연합회 곽영효 회장이 "어민들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김정판 회장을 추켜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정판 회장은 19일 마산합포구 경남연합회 해양 쓰레기 활동에도 함께했다. 그와 함께 둘러본 해양드라마세트장 주변은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인근 명주항에서 1톤짜리 어선을 타고 대규모 미더덕과 오만디(오만둥이의 경남 방언) 양식장 사이를 지나 해양드라마세트장 뒤편으로 가자 족히 1미터 가까운 스티로폼 부표 등 여러 해양 쓰레기들이 몰려 있었다.

인정받은 해양 쓰레기 수거 기록 최근 경상남도기록원은 김정판 회장의 해양쓰레기 수거 수기 기록을 보존가치 높은 중요 기록물로 인정했다.
▲인정받은 해양 쓰레기 수거 기록 최근 경상남도기록원은 김정판 회장의 해양쓰레기 수거 수기 기록을 보존가치 높은 중요 기록물로 인정했다. 이철재

이 마을 서대웅 어부는 "여기는 만처럼 안으로 동그랗게 있어서 쓰레기가 모일 수밖에 없다"라며 "바람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 심하게 쌓인다"라고 말했다. 주변 연안 상태에 대한 지식은 마을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기에 김정판 회장은 "지역민 도움 없으면 해양 쓰레기 해결 안 된다. 제대로 하려면 지역민들이 감시하고 수거하고 그런 활동을 해야 한다"라고 지역민 참여를 강조했다.

최근 지방정부 소속 해양 지킴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도로가 연결된 접근 가능 지역의 해양 쓰레기는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도로 접근이 어려운 섬 해안선 지역엔 여전히 쓰레기가 몰리고, 방치되면 미세 플라스틱이 돼서 해양 생태계와 우리 국민의 밥상을 위협한다. 다른 지역민이 배를 동원해 치우려 해도 그 지역 해안 지형과 수심을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김정판 회장은 그래서 더더욱 지역민 참여를 강조한다. 특히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회원들은 대부분 선박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했을 때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고무적인 사항은 경남도 해양수산국에서도 수시로 경남연합회와의 민관합동회의 개최, 수거 활동 현장 방문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해양 쓰레기 데이터화 해양 쓰레기 수거 이후 김정판 회장은 사진 등을 확인하면서 이날 쓰레기 성상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 데이터화 해양 쓰레기 수거 이후 김정판 회장은 사진 등을 확인하면서 이날 쓰레기 성상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철재

50여 명이 1시간가량 해양 쓰레기를 수거한 이날 1톤 트럭 화물칸으로 가로 2m, 세로 1.5m, 높이 1.2m의 해양 쓰레기가 수거됐다. 부피 3.6㎥에 해당한다. 앞서 10월에 있었던 통영시 욕지면 노적해변 등에서는 24㎥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한 바 있다. 김정판 회장은 이날 자신이 찍은 사진 등을 종합해 '쓰레기 수거 활동표'를 직접 작성했다.

앞으로 이렇게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김정판 회장은 볼펜을 들어 올리며 "머리가 아무리 똑똑해도 이것보다 못하다. 이걸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기록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계속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뭔가가 그림이 딱 그려진다. 오류를 범하지 않고 제대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거, 그런 점에서 기록의 큰 뜻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사)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 소속 회원은 8천 명이고, 전국적으로는 3만 5천 명의 회원이 있다. 아직 '해양 쓰레기 시민 과학자 김정판 식'에 동참하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올해 경남연합회 시범사업을 기초로 내년엔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차원에서 전국화하겠다는 것이 김정판 회장과 곽영효 도회장의 구상이다.
#해양쓰레기 #시민과학자 #한국수산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 #김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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