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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각자도생에서 각자도살로... 대학 캠퍼스의 민낯

불안정한 미래와 불평등한 사회 속 청년들, 기본소득으로 '우리'를 회복할 수 있을까

등록 2025.12.18 15:22수정 2025.12.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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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대학은 많은 청년들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청년들이 일상을 '보낼 만한', 또는 '보내고 싶은' 공간이 되어 왔을까?

경쟁, 경쟁, 경쟁.. 각자도생의 대학

먼저 청년들이 놓인 상황에 대해 떠올려보자. 지금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안정과 불평등이 낳은 '각자도생'이다. 청년들은 학점을 챙기기 위해 경쟁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경쟁하며,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경쟁한다.

취업에 성공한 뒤에도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핑크빛 미래가 아니라 저임금의 불안정 일자리와 '갓생'으로의 요구이다. "남들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 속에서 청년들 사이의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불안정한 미래와 불평등한 소득 분배 속에서 경쟁이라는 쳇바퀴를 넘어지지 않고 달릴 책임은 개인에게 귀속된다. 쳇바퀴 속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청년들에게 서로 돌보고 연대할 여유는 찾기 어렵다.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도전했다가 실패할 때 떨어질 낭떠러지가 너무 깊고 험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미래를 꿈꾸기조차 어렵다.

혐오와 차별.. 각자도살의 대학

각자도생을 넘어 '각자도살'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너와 나는 '우리'가 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논의하기보다, 각자의 생존에 급급해 살아가고 있다. 각자도살의 사회에서 공동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대학생이나 소수자성을 가진 대학생은 계속해서 배제되고 만다.


대학은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고유한 삶을 누리며 살아갈 만한 공간이 되지 못했다.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기 위한 논의 또한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부터는 여러 대학에서 인권 기구가 통폐합되거나 재인준에서 배제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이 전국 모든 대학에 보편적인 경향으로 일반화될 만큼 충분히 집계된 것은 아니며, 대학별·맥락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별 대학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오늘날 대학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중요한 신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생활자치도서관의 재인준 부결, 성균관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편집위원회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등록 부결,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의 재인준 부결과 징계성 합병 및 감사위원회 신설,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존폐 및 대체 기구 설립 여부 논의가 모두 올해 일어났다.

하지만 올해 이어진 일련의 학내 인권 기구에 대한 백래시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관심 갖지 못하고 돌보지 못하는 사회는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혐오에 편승해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하는 정치인이 청년들의 지지를 받고, 이주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토론 수업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각자의 고유한 성정체성은 위협받고, 장애학생의 이동권은 보장받지 못한다. 그리고 일부 대학생들이 이러한 혐오적·배제적 담론에 동참하는 모습이 실제로 관찰되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모든 대학생이 같은 방식으로 동참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대학마다 그러한 태도에 반대하고 대응하는 학생과 단체들도 존재한다는 점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의 대학은 일상을 보낼 만한, 보내고 싶은 공간이 되지 못했다. 너와 내가 '우리'가 되지 못하고, 대학생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소음으로 취급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너와 나는 '우리'가 되지 못하게 되었을까?

대역폭의 문제

멀레이너선과 샤퍼는 <결핍의 경제학>에서 '대역폭'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개개인마다 처리할 수 있는 인지노동의 양이 정해져 있다는 것으로, 이에 따르면 대역폭을 초과하는 인지노동 앞에서 개개인은 실수나 누락에 취약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인지노동'은 공부나 연구뿐 아니라 다음 달 월세를 마련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인지노동까지 포함한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닥친 불평등과 불안정은 청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대역폭을 학점 챙기기와 스펙 쌓기 같은 '뒤처지지 않기 위한 활동'에 사용하게 만든다.

한정된 대역폭 속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또 공동체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생각할 여유는 사라진다. 공동체의 평등과 존엄의 가치를 이야기할 여유 역시 찾기 어렵다.

유럽공공정책저널에 따르면,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한 단위 증가하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1퍼센트 증가한다. 이민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내세우는 정당이 유럽 국가에서 힘을 얻는 것 역시 대체로 경제적 요인에서 기인하며, 특히 경제위기 이후 극단적 포퓰리즘 운동이 득세해 왔다. 자신의 생존이 불안정하면 타인의 권리까지 돌볼 여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너와 나, '우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너와 나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을까. 그에 앞서, 너와 나는 왜 '우리'가 되어야 할까. 너와 나라는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체에 대해 사유할 수 있을 때에야 각자의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해진다.

청년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사회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그 해결책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는 공동체 차원에서만 가능하다.

미래를 꿈꾸고 이야기하며 도전할 수 없기에 대학생들은 단기적 해결책만을 좇게 된다. 청년들이 왜 토익 성적에 목매야 하는지 사회 구조를 성찰하려는 목소리보다, 토익 성적의 유효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정책이 더 실효성 있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해야 살 수 있는 사회, 각자도생의 사회, 누군가가 배제되는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해, 특히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성을 가진 이들은 계속해서 배제된다.

너와 나, '우리'가 되려면
 대학가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묻는 보드판. 대학생들은 기본소득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즐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학가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묻는 보드판. 대학생들은 기본소득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즐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조성윤

공동체에 대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회가 되려면 구성원 개개인에게 공동체와 미래를 꿈꿀 여유가 있어야 한다.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사회에서는 현재 자기 자신의 처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두가 과실을 나누는 사회에서는 공동체와 미래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그런 사회는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내가 살아남는 사회가 아니라, 누군가가 밟히지 않는지 서로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는 내가 가진 모습이 죄가 되지 않는다. 이는 정기적이고 무조건적이며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현금, 즉 기본소득으로 만들 수 있다.

기본소득은 불안정을 해결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현금이기에, 창업에 실패하고 취업에 실패한 청년도 매달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는다. 당장 돈벌이가 없어도 매달 몇십만 원이 주어진다면, 경쟁에서 밀려도 낭떠러지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밀리면 끝이다'라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너와 나는 각자가 아니라 '우리'에게로 눈길을 줄 수 있다.

기본소득은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 코르피와 팔메는 저소득층만을 골라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가 오히려 재분배 효과가 덜하다는 '재분배의 역설'을 주장했다. 가난한 사람만을 골라 지원하면 재분배 효과가 높을 것 같지만,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조세 저항의 문제뿐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와 낙인의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개인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미래를 꿈꾸게 만든다. 자신의 미래뿐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의 미래까지 고민하게 만든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너와 나는 무관심 대신 관심을, 냉소 대신 연대를, 두려움 대신 존엄을 택하며 '우리'가 된다.

사회의 과실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쳇바퀴 속에서 계속 달리고 있다. 너와 나는 기본소득이라는 표지판 앞,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숨을 헐떡이며 쳇바퀴 위를 달리는 개인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 과실을 나누며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리'가 될 것인가.
#기본소득 #대학생기본소득서포터즈 #시간주권 #대학생기본소득을말하다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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