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진 사단법인 느린소리 대표가 느린인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느린소리라는 이름은 '느린학습자의 소리를 듣겠습니다'라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느린IN뉴스
최수진 느린소리 대표 역시 학교폭력이 남긴 후유증을 현장에서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 그는 "30대가 넘은 청년들도 상담을 시작하면 학창시절 겪었던 일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3년 동안 최 대표를 만난 한 청년은 최근에야 학교폭력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이제야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다"며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도 없고, 그 당시에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상처를 말하고 해소할 기회가 부재한 채 시간이 흘렀던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피해 청년뿐 아니라 가족들도 상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부모님끼리 이야기할 때도 한 분이 학교 이야기를 꺼내면, 순식간에 모두 비슷한 경험을 꺼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린소리와 함께하는 10여 명의 청년 가운데 학교폭력을 겪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이후의 삶과 진로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경계선지능 청년의 정책소외 실태 및 정책개발' 연구에서도 이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종사자들은 경계선지능 청년이 학령기 동안 겪은 학교폭력·집단 부적응이 대인기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낮아진 자존감이 사회적 독립을 준비하는 데 심각한 장애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왕따, 관계 형성 실패 등 학령기의 경험이 성인이 된 후에도 트라우마나 무기력으로 되살아나면서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연구에서는 "심리정서적 지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러나 실제 청년들은 학교폭력 이후 회복 절차나 정서적 지지 기반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과거 피해를 겪은 청년들이 받은 대부분의 도움은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보호였다. 하지만 별도의 회복 프로그램이나 지지체계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든든하고 편안한 울타리였던 부모라는 존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부담으로 돌아왔다. '부모에게만 기대고 있다'는 자책감, 부모의 희생을 떠올리며 느끼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부는 가족 밖에서 도움을 받았지만, 그 경험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남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학교 상담, 치료 지원, 경찰·사법 시스템, 시설 보호 등 공적 도움을 받은 일부 청년들은 "충분한 공감을 받지 못했다", "도움을 받은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며 관계가 손상됐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어렵게 연결돼 외부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거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학교폭력 경험은 단순히 '그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으로 고립되고, 졸업 후에는 사회진입 과정에서 또 다른 실패를 반복하며 은둔·사회적 고립·범죄 노출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경계선지능인에게 학교폭력 회복은 단순히 트라우마 치유를 넘어, 미래의 삶 전체를 지켜내는 문제다.
다음 편에서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다시 '관계'와 '사회'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지역·기관의 실제 사례들을 살펴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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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상처' 성인이 되어도 계속되는 학교폭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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