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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직접 쓴 12·3 그날, 나를 울린 그 청년 그 응원봉

[12·3 비상계엄 1년 ②] 국민들은 그렇게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등록 2025.12.02 17:33수정 2025.1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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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후 1년이 지났다. 같은 해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5년 1월 15일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비상계엄 선포 123일 만인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렸다.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부터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을 때까지 12일간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숨 가빴던 행적을 공개한다. 이 내용은 올해 4월 15일에 출간된 이 대통령의 책 <결국 국민이 합니다>(오마이북)에 실린 내용의 일부다.[편집자말]
<[12·3 비상계엄 1년 ①] 이 대통령이 직접 쓴 12·3 그날, 피가 마르는 국회 진입 작전>(https://omn.kr/2g8x0)에서 이어집니다.

가슴이 타다

 2024년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2024년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유성호

풍전등화가 계속되었다. 무장한 계엄군은 헬기를 타고 국회의사당 운동장에 집결했다. 국회 정문 앞쪽에 몰려든 시민들은 "비상계엄 철회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정을 넘겨 12월 4일로 날짜가 바뀌었다. 국회의사당 상황은 더 긴박해졌다. 본회의장 밖에서는 무장한 계엄군이 밀고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금세라도 본회의장 안으로 쳐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란한 소리가 긴장감을 부추겼다.

의결 정족수를 이미 훌쩍 넘겼는데도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니 가슴이 타들어갔다. 나중에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물어봤다. '왜 그렇게 의결이 늦어졌느냐. 우리는 가슴이 타서 죽는 줄 알았다'고 했더니, 일리 있는 답변을 하셨다. 아주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인 것은 본인도 잘 알고 있었지만,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절차에 일체의 위반 사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절차를 정말 악착같이 챙겼던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지연 작전을 썼다. 우원식 의장은 그에게 12월 4일 오전 1시 30분으로 의결 시간을 통보했으나 이마저도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결국 오전 1시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애초 통보보다 30분가량 당겨 의결을 진행한 것이다. 전날인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2시간 30분 만의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우원식 의장의 판단이 옳았다. 법률가인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법전을 뒤졌다고 하지 않나. 절차상 허점이 있었다면 분명히 꼬투리를 잡아서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절차를 밟는 데 하루이틀 정도 걸리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처리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오마이TV 갈무리
 2024년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포하자, 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년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포하자, 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의 가결을 확인하고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데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다가와 내게 말했다.

"대표님은 계엄군의 체포 대상입니다. 최우선 체포 대상 세 명 중 한 명입니다."


어떻게 확인했느냐고 물었더니 계엄군과 연결된 곳으로부터 직접 받은 제보라고 했다. 비상계엄을 확인한 순간부터 내가 체포 대상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안 의원으로부터 실제로 들으니 다시 긴장이 되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비상계엄이 법적으로 최종 해제되기까지 정말 기적 같은 우연들의 연속이었다. 나중에 비상계엄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당시에는 몰랐던 많은 사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알게 된 기적 같은 우연들은 지금 생각해 봐도 〈애국가〉 가사에도 있듯이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였다. 그건 주님의 은총이었고, 부처님의 가피였다. 윤 대통령과 그 최측근들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비상계엄과 내란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그 계획들이 모두 어긋났다. 그중 하나라도 들어맞았더라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만약에 비상계엄이 단시간에 합법적으로 제압되지 않고 포고령대로 시행되었다면? 그래서 장갑차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계엄군들이 시내를 활보했다면?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고개를 숙인 채 숨죽이며 지낼 국민들이 아니다. 분명히 불의에 맞서 저항했을 것이다.

국민들이 저항하면 계엄군도 순순히 물러날 리 없다. 국민과 계엄군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그러면 엄청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우리나라는 망하는 길로 접어들 것이다. 게다가 친위쿠데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한 새로운 군사정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대혼란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국회에서 철수하는 군병력 2024년 12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이날 새벽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국회에서 철수하는 군병력 2024년 12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이날 새벽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공한 계엄은 반드시 독재로 이어진다. 독재를 하기 위해 불법 계엄을 밀어붙인 것 아닌가. 저들의 계엄 시나리오를 보면, 성공했을 경우 군정을 하면서 영구집권을 기도했을 것이 명백하다.

만약 날짜가 화요일인 12월 3일이 아니라 토요일이나 일요일인 주말 어느 날이었다면? 비상계엄을 선포한 시간이 밤 10시 28분이 아니라 다들 곤히 잠든 새벽 서너 시였다면? 더 치밀하게 준비해서 비상계엄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몰래 시행했다면? 국회의장과 부의장, 민주당 대표인 내가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전에 계엄군에 체포되었다면?

수방사에서 헬기 비행 통제를 하지 않고 대충 허가해서 국회 운동장에 특전사 헬기가 일찍 도착했더라면? 국회의사당 안에 진입한 군인들의 현장 지휘관들이 상관의 명령에 따라 국회 본회의장에 '문 부수고 쳐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냈다'면? 국회에 출동한 계엄군들에게 개별적으로 실탄을 지급했다면? 계엄군이 총구에 착검을 했다면? 현장에 동원된 군인들이 태업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무 수행에 나섰다면?

12월 3일과 4일 계엄의 밤에 믿을 수 없는 수많은 우연들이 퍼즐 조각처럼 모여서 역사적인 그림을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무도한 비상계엄을 결정적으로 막아낸 필연이 있다. 방송 뉴스를 보고, 유튜브 방송을 보고, SNS 메신저를 보고 곧장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이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갑차를 온몸으로 막고 계엄군에게 경고했다. 그들의 양심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권우성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국회 담장에 올라가 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국회 담장에 올라가 있다. 권우성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시민들이 국회앞에 집결해 계엄해제, 윤석열 탄핵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시민들이 국회앞에 집결해 계엄해제, 윤석열 탄핵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우성

당시 비상계엄과 관련된 여러 증언들을 보면, 국회에 모인 평범한 시민들을 보고 나서 군인들이 '이건 아닌데…' 하며 망설이고 갈등했다고 하지 않는가. 군인들을 주춤하게 만들었던 그 시민들의 동참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당시 국회로 모여들어 비상계엄을 막아섰던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모두 역사에 남을 장면들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함께했는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정확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킨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판을 막아라

 2024년 1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4년 1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무력화하려면 국제 사회의 여론도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미국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미국 측에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위법성, 민주주의 유린을 명확히 설명해주고 싶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민주당의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내가 그런 판단을 한 것은 1980년 '오월 광주' 때의 상황이 반면교사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시 전두환 세력의 쿠데타를 결과적으로 용인해준 셈이었고, 이것은 이후 한국 내의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도 1980년 광주처럼 오판을 한다면 그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위성락 민주당 의원에게 미국과의 가교 역할을 부탁했다. 위 의원은 미국 정계에 다양한 채널이 있는 '지미파'다. 12월 3일 오후 11시 전후로 위 의원과 통화를 했다. 그는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위 의원에게 명확한 지침을 내렸다.

"미국 정부에 불법 비상계엄으로 인해 한미동맹의 가치가 훼손되면 안 된다는 것을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명확한 논조의 미국 정부 공식입장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주십시오."

위성락 의원은 내게 받은 지침대로 골드버그 대사와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하면서 미국 측을 설득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내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골드버그 대사도 우려스러운 상황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위 의원은 한시가 급하다면서 "워싱턴에서 빠른 입장 표명이 나오기 어려우면 여기 서울(주한 미국대사관)에서라도 입장을 내달라"라고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12월 3일 오후 11시 59분 미국 백악관에서 첫 반응이 나왔다. "한국 정부와 연락 중이며, 비상계엄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4일 오전 1시 31분에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의 (비상계엄) 상황을 중대한 우려 속에 주시하고 있다"라며 "법치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년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측의 공식입장이 나온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담은 메시지였다. 이어서 윤석열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하고 있고, 비상계엄은 "불법적"이라는 강력한 비판이 미국 정부 측에서 나왔다.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발언이었는데 국내외 언론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12월 4일(현지 시각) 아스펜전략포럼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은 '심한 오판'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매우 문제가 있고 불법적이다. 윤 대통령이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면서도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견고하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초기 과정을 지켜본 골드버그 전 대사는 2025년 2월 초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비상계엄은 '엄청난 실수'이자 '비민주적 행동'이며, 이같은 입장을 당시에도 한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1980년 광주 때의 악몽은 재현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강력한 비판 대상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이 내란 세력의 기를 초기에 꺾고, 내란에 저항하는 국민들의 기를 살리는 데 매우 유효했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이정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야구 경기에만 쓰이는 격언이 아니다. 대형 산불도 눈으로 보기에는 다 꺼진 것 같아도, 오랫동안 잔불이 남아 있어 어느 순간 바람이 세게 불면 다시 거센 화마로 돌변해 버린다.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도 마찬가지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었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비상사태'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비상계엄이 해제되고도 한참 동안 민주당은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막강한 권력과 공권력을 쥐고 있는 친위쿠데타 세력의 특성상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2차, 3차 비상계엄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정황들에 대한 첩보와 정보들이 민주당에 쏟아졌다. 일단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해 하루라도 빨리 직무정지를 시켜야만 했다. 그것이 잇따른 비상계엄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까지는 국회 경내에 머물도록 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말 그대로 비상한 상황이었다. 국회에 머물다 보니 잠이 오지도 않았고 편하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그때마다 국회 담벼락 쪽을 둘러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무장 계엄군을 국회에 헬기로 투입해 체포하려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하루 앞둔 2024년 12월 6일 저녁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을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정문앞에서 열리고 있는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 상황을 가까이 접근해 살펴본 뒤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무장 계엄군을 국회에 헬기로 투입해 체포하려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하루 앞둔 2024년 12월 6일 저녁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을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정문앞에서 열리고 있는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 상황을 가까이 접근해 살펴본 뒤 돌아갔다. 권우성

그 야심한 시각에 국회 주변을 떠나지 않고 담벼락 근처에서 노숙을 하며 밤을 새우는 시민들이 많았다. 특히 국회 담벼락 펜스를 끌어안고 잠든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으니 그렇게 풍찬노숙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혹시라도 경찰에 끌려갈지 모르니 담벼락 쇠창살을 움켜잡고 잠시 눈을 붙인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모습에 울컥했다. 민주당 당직자에게 밤샘용 텐트를 쳐주라고 지시했다.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드디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내 예상보다 일주일 정도 빨랐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민주당과 야권 의원들의 표만으로는 부족하니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일부가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혹한에도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명령하니 탄핵 시도 2주째에 그것이 가능했다. 모두 다 국민들 덕분이다.

주권자 국민들의 탄핵 명령은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을 동요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역할도 있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신속하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그 후 며칠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탄핵에도 찬성했다. 여권 내에서는 입장이 난처할 수도 있었는데, 비상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했으니 역사에 남을 만한 헌신을 한 셈이다.

 2024년 12월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년 12월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날은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도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인파가 낮부터 밤늦게까지 국회 앞 여의도 일대에 모였다. 탄핵안 가결 소식에 저녁 집회 분위기도 들떠 있었다. 열흘 넘게 국회 안에 갇혀 있던 나도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집회에 참석했다.

그동안 고생하신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단상 위에 올라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인파, 그들의 손에 들린 형형색색의 응원봉 불빛을 보자 숨이 막혔다. 오색찬란한 불빛은 또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뒤섞여 올라왔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이정민
 2024년 12월 14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2024년 12월 14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유성호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치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위대함을 믿기 때문이다. 오로지 믿을 건 그것뿐이었다.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국회로 달려오면서 긴급 생방송으로 "여러분, 국회로 와주십시오"라고 외치던 때가 오버랩 되었다. 믿을 수 있는 건 국민밖에 없으니까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응답했고, 여기까지 왔고, 나는 '1차전 승리'를 확인하는 무대에 올라 그들의 응원봉 불빛 혁명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감동 사연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날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회 앞으로 달려온 사람들 중에는 반팔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오로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집을 나서느라 영하의 날씨에 반팔 차림으로 나온 것이다. 그날, 자칫 잘못되었으면 총격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비상계엄 #이재명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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