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등록 2025.12.02 16:17수정 2025.12.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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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대 현황

보건복지부와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장애인학대 전담기관)은 2018년부터 매년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2018년 전국의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3,658건이었다. 2024년 신고접수는 6,031건으로 전년 대비 9.7% 증가하였고, 이 중 학대 의심사례는 3,033건(50.3%)로 전년 대비 2.2% 증가하였다. 학대피해 장애인의 장애유형은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이 71.1%로 피해자의 대다수가 발달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이 주로 당하는 학대의 유형은 신체적 학대 33.6%, 정서적 학대 26.5%, 경제적 착취 18.6%, 성적 학대 13.0% 순으로 나타났다. 학대 행위자와 피해 장애인의 관계로는 가족 및 친인척 38.0%(부 10.4%, 모 7.9%, 배우자 7.8%), 타인 37.4%(지인 22.6%), 신고의무자인 기관종사자 20.6%(사회복지시설 종사자 15.7%) 순으로 나타났다. 학대 발생 장소는 피해 장애인 거주지 45.0%, 장애인 거주시설 12.7%, 학대행위자 거주지 7.4% 순으로 나타났다.1)

장애인학대의 특이점

장애인학대는 몇 가지 특이점이 있다. 가장 먼저 피해자의 대다수가 현재 15가지 장애유형 중(2026년 5월부터 췌장장애가 포함되어 장애유형이 16개로 늘어날 예정) 발달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피해을 외부로 드러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특히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장애 특성이 장애인학대의 다양한 현실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려온다.

두 번째, 학대 피해유형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신체적 학대라는 것이다. 아동학대의 경우 정서적 학대 피해가 가장 많이 신고되고 있으며, 노인학대의 경우에도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의 비율이 비슷하다. 장애인학대가 특이하게 신체적 학대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장애인학대의 경우는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신체 피해가 있는 정도가 되어야 신고가 이뤄지는 것으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즉, 학대에 대한 민감성이 다른 유형의 학대에 비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경제적 착취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경제적 착취 중 노동력 착취의 비율이 가장 높다. 염전노예, 사찰노예, 고물상노예, 식당노예 등 노동의 다양한 현장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모습. 장애인의 노동은 비장애인의 노동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은 노동현장뿐만 아니라 학대 피해를 심판하는 법원도 가진 차별적 인식이다. 보험사기, 휴대전화 사기 등 다양한 사기 피해자로 발달장애인이 등장하는 뉴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네 번째, 학대 행위자가 다양하게 있다는 점이다. 아동학대는 학대행위자의 80% 이상이 부모이고, 노인학대도 학대행위자의 80%에 근접한 비율이 가족인 것에 비춰 보았을 때, 장애인학대는 가족, 타인, 신고의무자인 기관의 종사자 등 피해자와 다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학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매우 특이한 지점이다.

이에 따라 피해 발생지도 다양하다. 아동학대나 노인학대는 피해 발생지의 대다수가 가정이다. 대개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다뤄지는 장애인학대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거주시설 직원에 의해 발생한 학대이다 보니,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장애인 거주시설 안에서 발생한 학대가 가장 심각하다고 여겨질 수 있겠으나, 사실 학대 자체는 재가(장애인 거주시설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설의 직원들도 왕왕 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 직업적 의무가 있는 서비스제공자가 서비스 제공 대상에게 가하는 학대라는 점에서 재가에서 발생하는 학대보다 비난 가능성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우리 법체계도 신고의무자인 기관 종사자(거주시설 종사자 등을 포함)에 의한 학대를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실태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강화 방안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8일, 2024년 울산 태연재활원 학대 사건을 계기로 올해 실시한 '50인 이상 대규모 거주시설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동안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던 보건복지부가 인권실태 조사의 결과를 발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인권실태 조사 결과, 시설 대다수가 3인실 이상의 다인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대부분 자율적으로 CCTV를 설치·운영하고 있었다. 입소장애인은 대다수가 지적장애인이며, 시설에 입소한 기간은 평균 20년 이상이고, 대부분 상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학대 예방을 위해 시설 대다수에서 인권교육을 이수하고 있었으며, 인권지킴이단도 법에서 정한 인원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일부 인권침해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인권실태 조사 결과,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예방 및 인권강화 방안으로 외부전문가 활용 인권교육 독려, 인권지킴이단의 내실화를 위한 외부단원 직종 다양화 및 외부단원 비중 확대, 공용공간 CCTV 설치 및 운영 의무화, 대규모 거주시설의 30인 이하 소규모 시설 전환을 위한 지역사회 공동주택 활용, 다인실 생활공간을 1~2인실로 단계적 전환, 입소장애인 맞춤형 개별서비스 지원, 공공후견 강화 등 지역사회 연계 강화, 의료집중형 장애인 거주시설 단계적 확대, 종사자 근무 여건 개선,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 인력의 확충 및 지역기관 추가 설치, 피해 장애인 쉼터 종사자 처우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였다.2)

보건복지부의 인권강화 방안은 인권침해를 줄일 수 있을까

거주시설의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인권교육을 들어야 한다. 보통 8시간을 듣도록 정해 두고, 이 중 4시간 이상은 외부 인력에 의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실제 외부 인력에게 인권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히 재정지원이 열악하고 인력 부족이 심각한 소규모 개인시설을 제외하고는 인권교육 수료기준은 이미 준수하고 있다.

인권지킴이단의 경우, 인권감수성이 풍부한 외부단원을 구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인권지킴이단이 형식적인 조직이 아닌 실질적 기능을 하게 하려면, 예산 투입은 필연적이다. 비용까지 희생하면서 정기적인 인권지킴이단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들이 얼마나 있을까. 공용공간 CCTV 역시 이미 많이 설치되어 있으나, 계속해서 학대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또 CCTV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 학대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의 공동주택을 매입하고, 1~2인실을 확보하고, 맞춤형 개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 거주시설 근로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장애인학대 전담기관인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을 추가로 설치하고,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이뤄지면 좋겠다. 이 방안들은 거주시설 이용장애인의 인권상황을 증진하고 학대 등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형 거주시설의 소규모화 정책(30인 미만 시설로의 소규모화)을 추진하면서 시설의 규모가 작아진 만큼 지원을 줄였던 정부, 2017년 17개로 시작한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을 2025년 현재 고작 2개밖에 더 늘리지 못한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게 과도한 비판인지 묻고 싶다.

지난 9월 16일 '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역사회로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라고 한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장애인 거주시설을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개선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서로 맥을 같이 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설의 환경이 개선되면 인권침해는 정말 사라질까.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강화 방안은 시설이 아닌 곳에서 살 수 있는 주거 선택권을 보장하는 조치의 선제적 고려 위에서 시설 환경개선이 함께 논의될 때 빛날 것이다.

1) 2024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 보건복지부, 중앙장애인 권익옹호 기관, 2025.
2) "장애인 거주시설을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개선 추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5.11.28.)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정한별 인권연대 칼럼니스트는 현재 사회복지사로 재직 중입니다.
#장애인권익옹호 #장애인확대 #보건복지부발표 #인권연대 #정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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