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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재명 대표와 지하통로 뛰어 본관으로...반드시 살아 투표해야 했다

[기고_한준호 민주당 의원] 정지된 뇌 깨운 건 '국회로 집결' 선배·동료 의원들의 메시지

등록 2025.12.03 06:33수정 2025.12.0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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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2024년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2024년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이라, 아득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권력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다. 계엄군과 싸우며 희생한 이들의 회고와 증언을 통해서 계엄의 폭력성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뿐이었다. 화염병을 들고서라도 최루탄에 맞서야 했던 선배들의 역사는 전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긴급담화를 한다는 소식이 퍼졌고, 계엄이 선포되었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딥페이크' 장난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난데없는 계엄령 앞에서 한동안 사고가 정지되었는데, 그 정신을 날카롭게 깨운 것은 '국회로 집결하라'는 선배·동료 의원들의 메시지였다.

민주당은 일고의 망설임도 없었다. 반드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서 계엄해제요구안을 가결시키는 것이, 그날 300명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이었다. 그것만이 민생과 민주주의, 안전과 평화를 비롯한 모든 것을 지켜내는 길이었다.

국회로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경찰들이 국회를 에워싸고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순간에 '계엄 해제'는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해내야 하는 필생의 임무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의원들은 담을 넘었다. 국회의장도, 당대표도, 시각장애가 있는 의원도 반드시 담을 넘어야 했다. 지역구에 있던 의원들도 기차며 택시며 되는대로 잡아타고 여의도로 향했다. 의원 한 사람이라도 더 본회의장에 들여보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국회 앞에 모인 국민은 제 등을 발판삼아 의원들을 기꺼이 담장 위로 밀어올려 주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계엄해제요구안을 가결시켰다.

계엄 1년, 가장 밝은 빛들이 여의도를 다시 채울 것이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24년 12월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 불참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를 포위하고 있어 (경내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하고 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24년 12월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 불참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를 포위하고 있어 (경내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하고 있다. 남소연

일각에서는 '숲에 숨었다'라면서 야당의 대표를 조롱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보나마나 계엄군의 제1표적이었을 것이다. '계엄 해제'라는 임무를 반드시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표는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래서 대표를 안전한 곳에 피신을 시켰다가 아직 계엄군이 점거하지 못한 지하통로를 함께 달려서 본관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살아서 계엄을 해제했던 것이 어째서 놀림거리가 되는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 밖에서는 여당의 자중지란이 계속되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끊임없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오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의원 집결 장소 공지가 오락가락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경찰이 길목을 가로막았다고 포기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항의해서 못 들어갔다고 핑계를 댔다. 계엄해제요구안에 한 표를 던지기 위해 사선을 넘나들었던 입장에서 듣기에 매우 궁색한 변명이다.

내란수괴를 배출한 정당, 계엄 해제에 동참하지 않은 정당은 지금도 '대국민사과'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대의 책무를 저버린 집단에게 사죄의 변을 듣고 싶지 않다는 국민의 분노가 불붙는다. 계엄 1년, 가장 밝은 빛들이 여의도를 다시 채울 것이다. 색색의 응원봉 불빛이 민주와 평화의 대한민국을 비추고, 그 반대편에 드리운 그림자가 내란세력을 잠식할 것이라 믿는다. 다시, '계엄' 같은 것은 알 필요도 없는 세상을 꿈꾼다.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이정민
#한준호 #계엄 #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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