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등록 2025.12.03 11:26수정 2025.12.03 11:26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주 전 막내의 졸업 전시회에 다녀왔다. 큰아이가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9년이 넘었으니 정말 간만의 발걸음이었다.
여느 대학 전공과 달리 작품전으로 졸업을 마무리하는 미대생의 졸업 전시회. 자식 중 미대생은 처음이라 낯선 것이 많았는데, 전시회장 입구에 늘어선 수많은 화환도 그중 하나였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아차 싶은 마음에 걱정이 앞섰는데, 언니들이 준비한 소소한 축하 플래카드를 보고 함박 웃음 짓는 막내를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시각영상을 전공한 졸업생들의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족들 앞에서 의젓하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막내의 얼굴이 빛났다. 막내는 디자인 종류 4가지(편집, UI/UX, 키네틱 영상, 시각)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시 각각 디자인의 하위 종류를 세밀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분야에 문외한인 나는 아이의 설명과 작품을 연결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막내의 작품 중 우리 집 강아지 잡채를 모델로 만든 엽서와 영상이 눈에 띄었다. 굿즈샵에서 사고 싶을 정도로 가을 색 짙은 엽서의 색감이 오래 내 마음을 적셨다. 그리고 자신이 눈물 흘릴 때 나타나 위로하는 강아지가 담긴 잡채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고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뭉클했다.
단단히 성장한 아이의 졸업 전시를 보며

▲ 막내의 졸업 작품, 다양한 디자인의 종류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현숙
사실 이 자리가 유독 의미 깊은 이유를 우리 가족 모두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기에 그 기쁨이 더 묵직했다. 오늘이 오기까지 방황, 고민과 좌절, 그리고 사색과 성찰로 이어진 성장과 성숙을 함께 했기에 더없이 감격스러웠다.
어려운 시기가 주마등처럼 스쳤다. 고등학교 시절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해 우울한 날을 이어가던 아이. 막내의 요청에 따른 강아지 입양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온 축복이라 할 만큼 잡채는 막내 뿐 아니라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과 웃음, 화목을 선물하고 있다. 그러니 막내의 졸업 작품전에 강아지 잡채의 등장은 당연한 일이다.
그 시절 나는 막내를 어린아이로만 보았다. 아이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기 위해 무지 애를 썼지만, 사실은 당당하고 당차게 자기 주장을 펼치는 아이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막내를 보며 깨달았다. 대학에 간다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건 아니지만, 게다가 코로나 시기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갈등과 고민이 깊었지만, 점점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찾아가는 과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후 댄스 동아리 활동으로 많은 만남과 관계의 시행착오를 겪은 듯하더니, 농사 관련 동아리 가입 후 아이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고 행복해 보였다. 나는 땅과 햇빛의 건강한 기운을 믿는다. 땅을 일구고, 호미질을 하고, 씨앗을 심고, 열매를 수확하는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존감을 키우고 용기 내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멋진 청춘이 되어 갔다. 무엇보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조화로운 삶을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게 반가웠다.
좋은 이들을 만나 건강한 대학 생활을 이어가며 얻은 아이의 성장은 단단했다. 성실하고 건강하게 보내는 일상으로 안정을 찾아 많이 웃기 시작했다. 또한 사회에도 눈을 돌려 세상 물정을 배우고,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에 어울리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했다.

▲ 디자인이라는 전문 분야에 대해 야무지게 브리핑하는 막내가 참 예뻐 보였다.
한현숙
'5.18 광주 역사 기행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가해 광주에서 1박을 묵으며 민주화와 정의와 공동체 삶을 배우고, 추운 겨울 내내 광장에 앉아 눈과 바람을 이겨내며 한 목소리를 내는, 해야 할 일을 해 내는 막내가 정말 기특하고 고마웠다. 청춘의 용기와 건강함과 씩씩함을 지닌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뮤지컬을 즐기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공연비를 마련하고, 관람 후 뮤지컬로 각색된 원작을 읽어보며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같은 취미를 지닌 사람들과 연대하여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막내의 고등학교 졸업조차 걱정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성장하여 어엿한 학문 탐구의 과정을 거쳐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를 열기 위해 협업하여 얻은 그 결과물을 눈앞에서 확인하니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막내를 위한 칭찬 문장을 써본다

▲ 미대생 막내의 졸업 전시회 작품, 이미지와 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했다.
한현숙
디자인이라는 전문 분야에 야무지게 브리핑하는 막내가 참 예뻐 보였다. 남편이 40살 되던 해 태어난 막내, 막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많았던 남편은 마지막 대학 등록금 마련을 끝내 이제 해방이라며 숨을 돌린다. 그 농담에 우리 모두 웃었지만 부모도 자식도 애쓰며 잘 지나온 시간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나는 이제 막내를 믿는다. 졸업 후 취업하느라,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 살아가느라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는 많으나, 20대를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는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 유지를 위해, 질서를 지키고 바른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해, 궁리하고 노력할 것을 믿는다. 친구, 가족, 동료 등과 좋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을 것이다.
막내는 마음이 따스하고 정의롭다. 불의를 참지 않고 해결하려 노력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손재주가 좋아 무엇이든 잘 만든다. 감각이 뛰어나 잘 꾸미고 패션 센스가 돋보인다. 늘 웃는 모습이 예쁘고 긍정적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곱고 건강한 생활을 한다. 부모에게 늘 감사함을 표현하며 언니들과 잘 지낸다. 뮤지컬 관람을 통해 얻은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 글을 잘 짓는다. 경제적이고 알뜰한 생활로 검소하다. 등등.
우리 반 아이들 생활기록부에 쓰듯, 졸업 축하 선물로 막내의 장점을 찾아 칭찬 문장을 써본다.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인 만큼 어려운 세상이지만 졸업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잘 꾸려가리라 기대한다.역시 사랑이 힘이고 답이다.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 것! 이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또 있을까! 막내 뿐 아니라 다른 동기들의 작품도 여유롭게 감상했다. 모두 의미 있고 훌륭했다. 4년의 결실을 모아 아름답게, 풍성하게 엮어 자신의 재능을 보여 준, 이 모든 청춘의 앞길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사랑한다, 막내야! 고생 많았다. 졸업을 축하하며, 앞으로 가는 길이 늘 진심으로 가득하기 바란다. 많이 행복하고, 자주 웃으렴!"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중학 국어 교사, 다음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가족여행, 반려견, 학교 이야기 짓기를 좋아합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의 저자.
공유하기
미대생 막내의 졸업 전시, 눈물이 핑 돈 이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