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연구 결과보고서' 발췌.
푸른나무재단
푸른나무재단이 조사한 '2025년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 피해 경험 후 당사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회복하고 보호 받도록 하는 것'(21.5%)이었다.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20.5%)나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과 조치'(16.8%)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피해학생의 바람과 달리,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 절차와 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이다.
상담, 치료 등 회복에 필요한 비용은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해학생은 학교 안팎 전문기관을 이용해 심리상담을 받거나 병·의원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가해학생 측에 청구 또는 긴급한 경우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선지급 받을 수 있다. 상담·치료기간은 2년으로 정해져 있으나, 추가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 심의를 거쳐 1년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피해학생이 피해 사실을 인정 받아 심의 결과, 보호조치(1~3호)가 나왔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만일 가해학생에게 경미한 조치만 이뤄지고 피해학생 보호조치는 나오지 않았다면, 지역에 따라 별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기에 관계기관에 알아보는 것이 좋다.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는 과정은 '정보전'에 가깝다. 시도교육청 홈페이지나 사이버폭력예방센터 '도란도란' 등 공개된 정보가 일부 있지만, 넘치는 정보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선별하는 것은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피해자 가족이 겪는 정보 불균형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피해학생을 돕기 위한 지원책은 '찾아서 직접 챙겨야 하는' 무책임한 시스템이 되어 상황 판단과 정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지능인에게 또 다른 고문이 된다.
피해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그간의 성과로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전문지원기관 확대'를 꼽았다. 2020년 163개소에서 2024년 751개소로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 기관 대다수가 민간 심리상담센터나 일반 청소년 지원시설로, 기존 업무에 학교폭력 사안을 부차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다양한 청소년 문제를 함께 다루다 보니 피해학생의 어려움을 세밀하게 보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학폭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피해학생은 등교조차 망설인다. 때문에 유급 위기에 처하거나 학교 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남은 고통은 사안 종결로 끝나지 않기에, 이들의 일상 복귀를 끝까지 책임질 전담 기관이 절실한 이유다.

▲ 해맑음센터 아이들이 오디나무에서 열매를 따고 있다.
해맑음센터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회복과 치유에 초점을 맞춘 전담 기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북 영동의 해맑음센터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위탁 운영하는 유일한 전국단위 피해학생 전담 '기숙형' 교육기관으로, 교육부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정규 교육과 문화·예술 기반 대안교육, 지속적 상담, 가족교육 등을 통해 학생의 치유와 일상 회복을 돕고, 학생은 출석을 인정받으며 상황에 따라 최대 1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
조정실 해맑음센터장은 "매년 전국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홍보하지만, 여전히 학부모들이 인터넷을 뒤져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스템 연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의 '위드위센터', 광주의 '지세움' 등 지역교육청에서 (위탁)운영하는 통학형 교육기관도 있지만, 전국 단위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5~2029)'을 발표하고 맞춤형 통합지원체계를 통해 피해학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학교폭력제로센터에 배치된 1,168명의 피해학생전담지원관을 2029년까지 그 수를 두 배로 늘리고, 내년「학생맞춤통합지원법」 본격 시행에 따라 변화된 통합지원체계 안에서 학폭 피해학생의 복합적인 어려움을 다방면에서 개입한다는 것이다.
경계선지능인은 감정조절이나 대인관계기술이 비교적 취약하기에, 더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 '학맞통' 법에 경계선지능이 가진 어려움이 명시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계획이 현장에 뿌리내리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약속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경계선지능 피해학생들의 울타리가 될 수 있을까. 마지막 편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학교폭력 대책의 지향점을 고민해봤다.
※ 이 기사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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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남았지만, 경계선지능인에겐 더 높은 '치유'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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