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2.04 16:13수정 2025.12.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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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만 고용하는 공공시설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종종 커피를 사 먹는다. 직원이라기보다는 동네 할머니, 정겨운 이웃같이 손님들을 대하는 그분들의 태도는 카페를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전문성은 좀 모자라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안한 아늑한 느낌이 든달까. 오전에 그 카페에 가서 연유라테를 포장 주문했는데, 음료를 받을 때 보니 종이컵 뚜껑이 닫혀 있지 않았다.
"이거 보여 드리려고, 예쁘죠?"

▲ 시니어 바리스타의 마음이 담긴 라테아트
김지영
시니어 바리스타는 라테 위에 우유 거품으로 그린 나뭇잎 아트를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마 손님에게 내어줄 음료에 라테 아트를 선보이고 싶어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셨겠지. 그 마음이 예뻐서(또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났다. 덕분에 웃음으로 시작한 아침. 내게 전해져 오는 그녀의 마음 덕분에.
마음이 전해져오는 방식을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사각형으로 짓는 게 더 내부 공간을 넓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건물인데, 건물 뒤편의 산뷰를 가리지 않으려고 사다리꼴 모양으로 지은 공공 기관의 건물 형태를 보았을 때, 더 많은 책상을 행렬로 늘어놓았을 수도 있는데 중앙에 긴 테이블을 배치하고 사람들이 움직이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의 여백을 마련해 두거나, 창이 적어 답답할 수 있는 공간에 계단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열어 두어 계단 창문 너머의 풍경을 내부로 들여오는 배려와 고민의 흔적을 느낄 때.
무생물인 건물에서도 이렇게 건축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마음이란 오죽할까. 배려로 지어진 건물에서 생활하는 이의 마음엔 사랑이 자라나기 더 쉬울 것이다(내가 내 공간을 열심히 예쁘고 보기 좋게 나의 생활 방식에 맞게 꾸미는 이유도 그런 것이겠지).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 이의 마음엔 나눌 수 있는 사랑의 씨앗이 가득할 것이다.
서울이란 도시에서 살다 보면 종종 마음이 어딘가 어긋나거나 뒤틀리기 쉽다고 느낀다. 효율을 추구하는 공간과 일과 사람 사이에서 인간성이 숨 쉴 공간이 부족하기에. 마음을 주고받을 여유가 넉넉하지 않기에. 닭장 같은 공용 주택에서 귀와 코가 예민해지고, 마음엔 날이 서기 쉽기에.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처럼 차갑고 건조해진 마음에 일상의 이런 작은 따뜻함이 불어오면 그제야 얼어붙은 마음이 풀릴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주고 받는 마음이 중요한 이유.
인간이 독립된 개체라는 사실은 어쩌면 완벽한 오해일지도 모르겠다. 홀로 서있어도 타인에게서 불어오는 훈풍을 들이마시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게 인간이기 때문에.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사랑 없이는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한 잔의 라테로 너무 심오해져 버렸지만, 모두의 안녕을 바라게 되는 겨울, 아침. 여느 때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 필요한 계절,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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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라테 한 잔에서 건진 12월에 필요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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