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옥천군 감로리 배정연씨
월간 옥이네
마을의 즐거움을 위한 부부의 노력은 일상에서도 계속된다. 그중 하나가 매일 마을회관을 방문하는 것. 그날그날 텃밭에서 따온 작물로 식사를 준비해 이웃과 함께 저녁을 보낸다.
"이웃들과 주기적으로 저녁을 먹지만 꼭 그날이 아니어도 간단하게라도 함께 먹으려고 해요. 반찬이 될만한 것들을 텃밭에서 키우다 보니 재료비도 안 들고요. 무엇보다 같이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무릎 수술하고 농사를 많이 줄였는데, 나눠 먹는 재미에 완전히 그만둘 순 없겠더라고요." (배정연씨)
부부가 가꾸는 텃밭에는 10여 개가 넘는 작물이 자라고 있다. 노란 호박꽃이 텃밭 테두리에 자리 잡고 손가락만큼 자란 가지와 단단한 초록색의 방울토마토가 한자리에서 사이좋게 영글어 간다. 그 주변으론 겨울 김장으로 맛있게 버무려질 배추와 무가, 나물과 국으로 즐기는 쑥갓이 나란히 있다.
"배추는 집과 마을회관에서 먹는 김치로 담그는데, 올해는 무름병이 와서 상태가 안 좋아요. 더 나빠지기 전에 수확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어요." (김기태씨)
감로리에 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농사짓기 시작한 부부. 어렸을 적 농사짓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라온 터라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지만 매년 극단적으로 바뀌는 기후 탓에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길고 긴 가을장마에 예상치 못한 병충해가 생겨 고민이 깊어졌다. 수확 직전 찾아온 병충해라 더욱 가슴이 쓰라리지만 건강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경험으로 삼는다.
"쉬운 농사가 어디 있겠어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랐지만 내년을 위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일부는 건질 수 있으니 이렇게 자라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김기태씨)
텃밭에는 배정연씨의 취향도 담겨 있다. 파릇파릇하게 자란 고수는 손이 살짝만 스쳐도 그 향긋함이 멀리 퍼져나간다.
"고수의 향긋함을 정말 좋아해요. 먹진 않지만요(웃음). 주변에 고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나눠주는데, 고수 좋아하는 이가 많지 않아요. 텃밭에서 일하면서 중간중간 향 맡으려고 키우고 있어요."
오후 5시,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배정연씨가 애호박을 따서 마을회관으로 향한다. 숭덩숭덩 썬 애호박을 튀김물에 묻히니 순식간에 호박전이 완성됐다. 마을회관 밖으로 퍼진 고소한 전 냄새가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주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그렇게 하나둘 마을회관으로 모인 이들로 어느새 식탁이 꽉 찼다. 배정연씨는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다"고 서둘러 먹기를 권한다. 방금 기름에서 건진 호박전을 호호 불며 한입 크게 베어 문 주민들의 입에 웃음이 번진다.
바깥이 깜깜해질수록 더 많은 이웃들이 모여든다. 밭에서 있었던 일, 작물 시세, 날씨 얘기들로 마을회관이 시끌벅적해진다. 하루 동안 고생한 이들을 위해 배정연씨의 손이 더욱 바빠진다. 호박전으로 쌓여 있던 그릇이 바닥을 보이자 "간식 끝, 본격적으로 밥 먹자"고 말하며 식탁을 차린다. 그 말에 주민들도 일어나 배정연씨를 도와 저녁을 준비한다.
"제가 먹는 저녁에 양을 더 늘리는 것뿐이라 힘들지 않아요. 밥은 같이 먹을수록 더 맛있는 법이지요. 어르신들이 마을을 잘 가꾸어 놓은 덕분에 제가 여기서 살고 있는 거니까,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즐겁게 먹고 많이 웃는 것. 감로리에 살면서 하고 싶은 거예요. 우리 마을에 90대 어르신이 많은데, 주민들과 함께 즐겁게 살다 보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 쑥갓
월간 옥이네
▲ 쑥갓 이렇게 먹어봤어요? 식욕 돋습니다 김기태·배정연씨 부부가 쑥갓의 진짜 맛을 보려면 나물로 먹는 게 가장 좋다며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관련기사 : https://omn.kr/2gckt) *이 기사는 '월간 옥이네' 기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 이주영
[제철밥상 -쑥갓나물]
김기태·배정연씨 부부가 텃밭에서 기른 쑥갓을 나눠줬다. 쑥갓의 진짜 맛을 보려면 나물로 먹는 게 가장 좋다며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도 쑥갓나물이 가장 맛 좋다고 입 모아 말했다. 감로리 주민들이 알려준 '쑥갓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대로 쑥갓요리를 해봤다.
재료
쑥갓, 다진마늘 1/2스푼, 국간장 2스푼, 들기름 2스푼, 통깨 1스푼, 맛소금 2꼬집 (*스푼 기준: 성인 숟가락)
과정
1 굵은소금 넣은 물에 쑥갓을 살짝 데친다. 숨이 살짝 죽을 정도로만 데친다.
2 데친 쑥갓을 찬물에 헹군다.
3 쑥갓에 물기를 짠 후 다진마늘, 국간장, 들기름, 맛소금, 통깨를 넣고 버무리면 완성.
(알아두기, 다진마늘을 너무 많이 넣으면 쑥갓의 향을 헤칠 수 있다)
월간옥이네 통권 101호(2025년 11월호)
글·사진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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