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복지톡25화

낙인 대신 연대로, 고립·정신질환 청년들과 함께 날갯짓하는 '펭귄의 날갯짓'

[인터뷰] 박지선, 이광호 펭귄의 날갯짓 활동가

등록 2025.12.05 15:16수정 2025.12.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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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줄곧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기록해 온 한국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다양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붙는 '비효율적'이고 '비정상'이라는 낙인은 여전히 견고하다. 또한 집 밖에 나가기조차 어려워하고, 방 안이 쓰레기로 가득 차도 치우지 못하며, 끼니를 챙겨 먹는 것조차 버거운 청년들도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그들을 향해 편견의 시선을 겨누는 대신, 사회가 져야 할 책임과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는 무엇인지 되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현실 속에서 '쓸모없다'라고 여겨지는 존재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정신질환 및 고립·은둔 청년들과 동행하며 삶을 지탱할 힘을 함께 찾아가는 단체, '펭귄의 날갯짓'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 위해 '펭귄의 날갯짓'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지선·이광호 활동가를 만나보았다. 인터뷰는 11월 7일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광호 : "안녕하세요. 이광호입니다. 진단명으로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저는 우울과 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고, 수면 장애로 치료받는 정신 질환 경험 당사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제 활동명 글자 중 '광'은 빛 광(光)이 아니라 미칠 광(狂)을 사용하고 있어요."

지선 : "저는 지선입니다. 저는 저를 소개할 때 주로 '5년 차 경력직 정신병자', '페미니스트', '캣맘'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정신병자'라는 용어를 굳이 쓰는 이유는, 퀴어들이 "그래, 우리 변태다!"라고 스스로를 '변태'로 지칭하는 것처럼, '정신병자'를 전복적으로 사용해서 우리의 언어로 가져오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정신병자'라는 용어가 더 이상 낙인의 언어가 아니기 바라는 마음에 '정신병자'를 당사자의 언어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펭귄의 날갯짓', 단체명이 흥미롭습니다. '펭귄의 날갯짓'을 단체 이름으로 삼은 이유, 그리고 어떻게 단체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펭날'에 연대하는 단체들도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광호 : "펭귄은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라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러나 사실 펭귄은 바닷속에서 헤엄을 치거나 걸어 다닐 때 날개를 굉장히 잘 활용하는 동물이에요. 정신질환이나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쓸모없다'라는 인식이 있는데, 환경이 바뀌면 펭귄이 자유롭게 헤엄을 치는 것처럼 당사자들에 대한 인식도 사회의 환경이 바뀌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쓸모없다'라는 말도 사회가 변화하면 그 의미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펭귄의 날갯짓'(이하 '펭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쓸모'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적절한 표현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섬세한 펭귄'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시는 공동대표가 계시는데요, 그분이 먼저 자조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어요. 저는 직장을 다니다가 모임에 초기 멤버로 합류하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에 단체를 설립했어요. 현재는 6~7명 정도의 인원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선 : " '펭날' 소속 활동가들의 직업은 다양해요. 치과의사, 미술치료전공 대학원생, 사회복지 박사과정 학생 등이 함께 해요. 자신의 본업을 따로 갖고 있고 '펭날'에서 돈을 받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광호 : " '펭날'에 연대하는 단체들을 살펴보면, 꼭 정신질환만을 주요한 의제로 다루지는 않으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자주 연락하는 단체들은 있어요. '뜻밖의 상담소'는 저희가 종종 자문을 받고, 최근에는 고구마도 받았어요. 고구마 구워 먹으라고 오븐도 보내주시고... 또 '후견 신탁 연구센터'라는 곳도 있는데, 지금까지도 센터 소속 교수님과 활동가분들이 저희를 많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애정하는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정신장애 당사자 영역에서 오래 활동했고 지금도 누구보다 앞장서고 계신 곳입니다. 워낙 바쁘실 텐데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대표님과 국장님께 연락해 괴롭히고 있어서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 정신질환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가나 제도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그 구조 아래 살아가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시선이 팽배한 현실인 것 같아요. '펭날' 활동을 하면서 구조와 제도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점에 대해 많이 고민하실 것 같은데요. '펭날'이 하고 계시는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광호 : "'펭날' 활동 초반 시기에는 참여자들과 독서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문화·예술 활동을 많이 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 참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주거'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결국 "당장 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집을 나와야 하는데 주거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외부 지원을 받거나 보건복지부 예산을 사용해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렸던 적이 있어요. 수원 인근 카페 사장님과 참여자분들을 연결해 직접 카페에서 일을 하셨던 적도 있고요. 저희 쉼터에서 일을 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원금으로 드리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했습니다.

저희는 중증이나 장애등록 정신질환자분들보다는 미등록 정신질환자 분들이 더 많이 찾아오세요. 이분들은 사실상 제도 안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습니다. 있어 봐야 지자체 안에서 외래 치료 지원을 받는 정도예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미등록 정신질환자들에게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어요. 자해나 자살 사건 등이 발생해야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까요."

지선 : "최근 '회복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격주에 한 번씩 정신질환과 고립을 경험한 당사자분들을 대상으로 식재료를 직접 고르고, 사고, 가져와서 다듬고, 요리하고 청소까지 해보았어요. 대부분의 참여자분들께서는 식사를 잘 안 챙겨 드시거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분들이라, 그러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음식을 직접 해먹어보자는 취지에서 '회복밥상'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정신질환자 당사자들이 음식을 잘 챙겨 먹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안'과 '못'이 다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고시원에 사는 경우, 주방이라는 공용공간을 사용해야 하니까 본인이 원할 때 요리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고요. 주거 공간이 작은 경우 마땅히 식재료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도 있어요. 의사들이 "식사 잘 챙겨 드세요"라고 말하지만, 모두 그럴 수 있는 환경에서 사는 건 아니잖아요. 주거환경과 먹거리 수준은 함께 가니까요. 식사를 챙기는 습관이 생기기 어려우니까 요리하는 행위가 무서워지기도 하고요.

'회복밥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저는 채식을 지향하고 있어서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채소 위주의 식재료를 사용했어요. 그리고 식품위생안전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는데요. 참여자분들 중에서는 브리타 정수기를 왜 정기적으로 세척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시는 분도 계셨어요. 또 우울증이 심해 냉장고에 썩은 음식을 버리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방치했던 제 경험처럼, 해야 할 것을 알지만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각자가 느끼는 감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냉장고를 연다, 썩은 오렌지를 꺼낸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는다. 이 일련의 과정이 무섭다거나, 괴롭다거나 하는 감정에 대해서요."

펭귄의 날갯짓의 '마음119' 프로그램 2023년 4월 10일, '마음119' 프로그램 참여자의 백드롭 페인팅 작업물
▲펭귄의 날갯짓의 '마음119' 프로그램 2023년 4월 10일, '마음119' 프로그램 참여자의 백드롭 페인팅 작업물 펭귄의 날갯짓

-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모두를 위한 주간 쉼터 '친구네 집'을 운영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또 추석과 같은 명절에 '명절대피소'도 마련하셨고요. 이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이 정말 든든해졌는데요. 이와 같은 공간을 마련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선 : "명절에는 모두가 다 쉬고 싶잖아요. 고립을 경험하거나 정신 질환이 있는 분들 중에서 한창 일할 나이에 안정적인 수입이 없으신 분들이 10명 중 8명은 되는 것 같아요. 돈이 있어야 명절에 여행도 갈 수 있는데, 돈이 없으니 문화생활 접근이 어렵고 갈 곳도 없는 거죠. 그런데 명절 내내 가족과 붙어있자니 불편하기도 하고, 아예 가족과 연이 끊긴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 '명절대피소'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같이 명절 음식도 만들었고, 영화도 봤고, 키링도 제작했습니다."

광호 : "보통 정신질환 당사자들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주말이랑 명절에 쉬거든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오갈 곳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그래서 명절에 대피할 곳을 마련하고, 그 시기에 맞춰 문을 열어보자는 계획을 세웠고요. 이런 맥락에서 '친구네 집'은 지금도 토요일에 열고 월요일에 쉬고 있습니다."

- 현재 한국의 복지제도가 정신질환자들에게 접근성이 높고, 당사자들의 현실이 잘 반영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까요?

지선 : "저는 접근성이 낮다고 생각해요. 일단 장애 등록 접근이 어려워요. 조현 증상 같은 경우 장애 등록이 다른 질환에 비해서는 쉽지만, ADHD나 우울, 강박 등은 장애 등록 자체가 접근성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복지 제도를 활용하려면 복지 관련 용어나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모든 사람이 정보 접근성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정책과 제도의 용어는 굉장히 어렵고, 알아야 신청하는데 모르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죠.

예를 들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구별로 있는데, 센터는 인력도 예산도 한정되어 있으니 대기 시간이 발생해요. 그런데 정신질환이 대기 시간에 딱 맞춰서 발현되지 않잖아요. 의사가 내 눈앞에 있을 때만 다리가 부러질 수 있고, 맹장도 터질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요. 인력과 예산 문제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국가가 복지에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정신 건강 요원이나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등은 대부분 여초잖아요. 여성화된 직업이나 돌봄 직업은 사회적인 지위, 저평가가 된 노동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급여도 낮아요. 이렇게 얽혀있는 모든 문제들이 풀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와 이용자의 구도가 아닌, 노동자가 안정된 환경에서 적정한 임금을 받아야 더 안정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노동권 문제도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호 : "우리나라 정신건강과 관련한 복지 제도는 대부분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깔때기와 같은 역할을 해요. 센터를 통해 내려온다는 뜻인데요. 모든 사업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일단 가거든요. 자살 사건이든, 고립 당사자든 일단 정신건강복지센터로 보내는 식이에요. 그러면 사업비는 올라가는데 인건비는 안 올라가요. 사업은 늘어나는데 수용하는 인력은 그대로인 거예요. 당연히 일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가 좋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고요.

제가 등록된 보건소의 담당자가 두 번 정도 바뀌었는데, 담당자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져요. 계속 저연차로 바뀌는 거죠. 연차가 낮아지면서 경험도 적은 분이 오시게 되고,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시 자신의 어려움을 반복해서 말해야 해요.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여기 안 가야지', '복지 서비스 이용 절대 안 해야지'가 되는 거죠. 그리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센터에서 당사자에게 먼저 연락할 수 없어요. 센터가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자해나 타해가 일어나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개입이 어려워요.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가족에게 책임이 많은 것도 문제인데요. 1인 가구이거나 부모님이 멀리서 사시는 경우, 동거인이 있지만 결혼하지 않았거나 동성 간 커플인 경우, 보호자의 역할을 법적으로 할 수가 없는 거죠. 앞으로 한국의 복지제도는 어떻게 당사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지역사회에서 관계를 더 잘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최근 몇 년 전부터 고립·은둔 청년들에 대한 이슈들이 제기되면서 은둔과 고립은 벗어나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 '펭날'의 입장이나 활동 방식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지선 : "저희는 정신질환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거나, 자신들의 공간에서 나오고 싶을 경우에 그에 맞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회복밥상', '명절대피소'를 운영하는 것이고요. 저희는 본인 스스로 세상 바깥으로 나오고 싶은 욕구가 있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호 : "공식적으로 논의해 본 적은 없는데, 저희가 '자활' 관점도 아녀요. '대상에게 지원이 필요한가'가 중요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했다고 하면 개입을 할 필요성이 없을 수도 있는데요. 본인은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다른 비자발적 요소들이 있고, 그걸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다면 저희가 지원해야 할 필요성도 있겠죠.

모호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본인이 탈고립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외부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저희가 지원을 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모두 다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고요. 외부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고, 찾아오셨을 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병원에서 가서 약 처방을 받고, 우울한 감정이 사라지고, 잠을 잘 자게 되는 것만을 '회복'이라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펭날'이 생각하기에 당사자들이 '회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회복'이라는 용어에 대한 의견을 주셔도 좋습니다.

지선 : "꼭 '회복'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고,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병과 함께 살아감에 익숙해지는 것이죠. 처음에 저를 소개할 때 '경력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회복이라는 단어를 과거의 경험과 비교해 보면서 사용해요. 현재 병이 있는 상태가 아닌, 병이 없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단어로요. '회복'하는 감각은 현재의 경험이 아닌 거고요.

그러나 제게 '회복'은 모두가 '경력직'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요. 정신 질환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머리카락을 마구 뽑거나, 강박이 심해지거나, 돈을 절제하지 않고 쓰기 시작하는 상태를 감지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거거든요. 경력이 쌓이면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 나 자신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익숙해지는 것, '경력직'이 되어간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는지 생각합니다."

예비 활동가들 교육 2023년 11월 19일, 고립·은둔 청년 조력 세미나 강의를 듣고 있는 예비 활동가들
▲예비 활동가들 교육 2023년 11월 19일, 고립·은둔 청년 조력 세미나 강의를 듣고 있는 예비 활동가들 펭귄의 날갯짓

광호 : "저도 초반에 정신질환을 진단받았을 때, 우울·강박·공황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야 내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이건 사실 실현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 스스로 증상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고, 지금은 증상과 같이 살아가는 중이에요. 그래서 '회복'은 증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만들 수 있는지,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듯싶습니다.

또 '회복'은 다른 선택지를 만들어놓는 행위 같기도 해요. 제가 지금도 고속버스나 택시만 타면 경미한 공황 증상이 오는데요. 이럴 때, 목적지까지 가는데 어떤 교통수단을 선택할 것인지, 혹은 가는 도중 특정 지점부터는 내려서 걸어가야겠다는 등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두면, 제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그렇게까지 제한적이지 않는 것 같아요. 증상이 있음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본인이 습득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회복'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사회에서 고립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광호 : "우리가 사는 사회는 너무 빠르잖아요. 정신질환자들이 바로 그 사회의 전반적인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신질환이 있거나 고립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을 드러낼수록 편견이 사라질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시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니까요. 그걸 '펭날'이 하고 있을 테니, 각자 시간이 필요하면 쉬고 계셔라, 그동안은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있겠다. 걱정하지 마셔라! 정도로 말씀드리고 싶네요."

- '펭날'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활동가 두 분의 운동을 이어나가는 동력이 무엇인지도요.

지선 : "운동의 동력은 '재미'인 것 같아요.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내가 가진 욕구를 프로그램으로 기획할 수 있는 '펭날' 활동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예전에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여성 정신질환자가 겪는 특수한 경험들을 확인한 적이 있어요. 여성들이 성폭력 등 관계 맺기에 있어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고, 범죄 타켓팅이 쉽게 된다거나 하는 고민들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고요. 또 성소수자들이 겪는 다중 혐오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성소수자 연애 시장에서도 정신질환자를 혐오하고, 소위 정신이 '건강한' 사람을 찾는 현상이 있어요. 이와 관련해 소수자 집단 안에서 발생하는 정신질환 혐오와 여성의 정신질환 특수성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날지 않는 펭귄들의 연말파티 개최 2023년 12월 28일, '날지 않는 펭귄들의 연말파티' 참여자들의 모습
▲날지 않는 펭귄들의 연말파티 개최 2023년 12월 28일, '날지 않는 펭귄들의 연말파티' 참여자들의 모습 펭귄의 날갯짓

광호 : "먼저 '펭날'의 목표는 단체가 소멸되는 것이 목표예요. 저희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기로 남아있어요. 활동 초반에 '펭날'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었는데요. 비전문가인 정신질환 당사자가 어떻게 다른 당사자들을 잘 지원할 수 있겠냐,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약간의 오기가 생긴 거죠. 동시에 지금은 약간의 책임감이 생긴 느낌도 들어요. '펭날'이 정신질환 분야의 활동 단체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관련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단체 활동이 자리를 잘 잡으면 저는 완전히 떠날 생각도 간혹 하고요."

지선 : "제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겠습니다. 제가 광호 님 때문에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어딜 가요."

-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지선 : "저희가 정말 돈이 없어요…. 돈이 있는데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돈이 없어요. '펭날'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광호 : "복지동향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은 복지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글을 꼼꼼하게 잘 읽으실 것 같아서, 정신질환이나 복지 이슈에 관심이 '없는' 주변 사람 2명에게 복지동향을 건네주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복지동향>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정지원 활동가가 인터뷰하고 정리했습니다.
#복지톡 #펭귄의날갯짓 #박지선 #이광호 #복지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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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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