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서울 동답초등학교서 열린 ‘느린학습자 인식개선 교육’ 현장. 경계선지능 청년 주고용사업장인 ‘프리웨일’ 소속 바리스타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느린IN뉴스
제도적 장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학교 내 '인식 확산'이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 학생의 온전한 치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선결 조건으로 '교육'을 꼽는다.
최수진 느린소리 대표는 "교사는 물론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심의위원 등 학폭 사안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이해가 전제될 때 비로소 당사자가 학교 시스템 안에서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학교 현장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대전의 한 학부모는 "반 친구들이 경계선지능 학생을 배려할 수 있는 적절한 정보와 교육이 충분히 제공되길 바란다"며 "아이들에게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조금 느리지만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 같은 '어른들'을 위한 이해 교육도 필요하지만,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다. 경계선지능 학생이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으려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기초 이해 교육과 안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조력인 제도, 실효성이 관건
학폭 사안 발생 시, 인지·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경계선지능 학생의 불리한 위치를 보완해 줄 '조력인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와 충청북도의회는 올해 학교폭력 관련 조례를 개정하며, 경계선지능 학생이 학폭 절차에서 의견 진술을 조력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그러나 조례 개정은 이미 부분적으로 이뤄지던 지원을 명시한 수준이며, 조력인 제도 자체가 권고 수준에 그치거나 실제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수진 대표는 "현재의 조력인 제도는 단순히 조사 과정에 동석하는 수준에 그쳐 아이를 실질적으로 대변하지 못한다"며 "조력인이 학폭 절차 전 과정에 개입해 경계선지능 학생의 특성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비로소 '조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 과장 또한 "조력인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 인력을 배정할 수 있는 기관을 교육청이 지정해 학부모들이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폭의 위협에서 경계선지능인은 형식적인 '자리 채우기'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진짜 조력자'가 필요하다.
결국 필요한 건… 경계에 선 아이들을 위한 지원
2013년부터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족의 치유를 지원해 온 해맑음센터의 조정실 센터장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센터장은 "경계선지능 학생의 입교 문의가 종종 들어오지만, 인프라와 프로그램이 일반 학생 위주라 적극적으로 입교를 권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센터에 머무르면 학폭의 위협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공동체 생활 적응이나 교육 프로그램 소화에 있어 또 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전문 기관을 찾아 연계하려 노력하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많은 보호자가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상담 시 자녀가 느린학습자임을 숨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폭력 피해학생만을 지원해 온 전문기관조차 난색을 표하는 현실 속에서 다른 기관에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경계선지능인의 인지 수준과 특성에 맞춘 별도의 회복 지원 시스템과 매뉴얼이 시급한 이유다.
뿐만 아니라, 경계선지능인이 겪는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회가 이 이슈를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응시해야 한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남아 있는 상흔을 돌보는 것도 그간 이들을 방임해 온 사회의 몫이다. '경계선지능인'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여오고, 현황과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며, 그에 맞는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것. 그것이 학교폭력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이들에게 내야 할 늦은 반성문이자, 시작해야 할 해결책이다.
※ 이 기사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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