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눈 내린 골짜기

등록 2025.12.06 15:33수정 2025.12.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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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는 새벽부터 시끄럽다. 밤에 내린 눈을 치우는 소리 때문이다. 오래전에 동원되었던 싸리비 대신 등장한 무선송풍기 소리가 요란하다. 이렇게 맑은 눈을 쓸어내야 한다니. 그냥 두고 볼 수 없을까? 잠시의 생각이었고, 어쩔 수 없이 눈을 치워야 한다. 눈이 오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살아내기는 쉽지 않아서다.

겨울이 찾아온 골짜기에 지난밤부터 눈이 내렸다. 포근함에 내리는 함박눈은 반갑고도 추억이 속의 풍경이었다. 왜 그렇게도 눈이 좋았을까? 맑은 하양이 좋았다. 눈을 이고 있는 노송의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푸른 하늘 밑 감나무에 주홍빛 감이 열려있다. 내리는 눈을 따라 일렁이는 까치밥은 물리칠 수 없는 추억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풍경들이다.


히말라야 언덕 작은 나라 부탄에선 첫눈 오는 날은 공휴일이란다. 왜 그랬을까? 언젠가 부탄여행길에 만난 가이드의 설명은 태연했다. 첫눈이 오는데 일이 되느냐는 질문이다. 마음이 설레서 일을 할 수 없으니 공휴일로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다. 옳은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마음이 셀레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엊저녁부터 골짜기에 하얀 눈이 내렸다.

눈 내린 골짜기 풍경 눈 내린 골짜기 풍경은 아름답다. 하얀 눈이 쌓이고 나무에 얹혀 있는 모습, 더없이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 세월이 지나며 눈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눈을 치워야 하고 삶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골짜기에 내린 눈이 신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눈 내린 골짜기 풍경 눈 내린 골짜기 풍경은 아름답다. 하얀 눈이 쌓이고 나무에 얹혀 있는 모습, 더없이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 세월이 지나며 눈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눈을 치워야 하고 삶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골짜기에 내린 눈이 신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박희종

아름다운 눈을 치워야 한다

세월이 지났고 삶에 익숙해진 어른은 눈이 무섭기 시작했다. 창문 밖을 바라보는 눈길에 근심이 가득하다. 새벽에 나서야 하는 길이 두려워서다. 혹시 차가 미끄러질까 두렵고, 눈길에 넘어지는 것이 걱정스러워서다.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 가고 걱정이 앞서는 세월이 된 것이다.

하양으로 뒤덮인 조용한 골짜기, 아름답다는 생각은 잠시였다. 우선은 싸리비를 들고 나섰다. 무선송풍기는 이웃들의 늦잠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서도. 현관 앞을 쓸어내고 대문 밖까지 눈을 치웠다. 눈을 쓸어내고 핸드폰에 풍경을 담는 사이, 익숙한 차량 소리가 난다. 염화칼슘을 뿌리는 차량이 등장한 것이다. 골짜기 눈도 치워주는 고마운 세월이다.

골짜기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 골을 타고 내리는 바람 따라 눈이 쌓인다. 싸리비나 무선 송풍기를 동원해서 될 일 아니다. 눈이 오면 등장하는 것은 제설차량이다. 농사용으로 쓰이는 트랙터가 대신 한다. 큰길은 물론 작은 동네길까지 트랙터로 눈을 치워주니 천만다행이다. 눈이 오면 어김없이 염화칼슘이나 모래를 뿌리는 차량도 등장한다. 작은 마을까지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동네 곳곳엔 모래주머니도 등장한다. 언덕마다 쌓여 있고, 모든 지자체의 직원들이 제설작업을 한다. 눈을 치운 골짜기를 빠져나오자 물이 흥건하다. 지난밤에 뿌려 놓은 염화칼슘이 역할을 한 것이다. 눈이 오는 대로 녹아 물에 젖은 아스팔트로 변한 것이다. 오가는 차량들이 신이 났다. 눈과는 상관없이 바쁜 발길을 재촉한다.

눈 내린 시골길 눈 내린 시골길은 고요하다. 아무 흔적도 없는 아름다운 길에 내린 눈은 오랜 추억을 불러준다.
▲눈 내린 시골길 눈 내린 시골길은 고요하다. 아무 흔적도 없는 아름다운 길에 내린 눈은 오랜 추억을 불러준다. 박희종

차량 모습이 재미있다


새벽부터 오가는 많은 차량들, 거주지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 눈을 싣고 달리거나 적당한 시야만 확보한 차량, 깨끗한 차량이 거주지를 알려준다. 시내 볼일이 있어 운전을 해야 한다. 골짜기에 주차된 차량이 온전할 리 없다. 눈이 쌓여있고 얼어붙어 걱정이다. 조심스레 눈을 쓸어내고 햇살이 찾아오길 기다려야 한다. 섣불리 치우다간 차량에 흠집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 출근하는 차량들 모습은 다양하다. 시야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눈만 제거했다. 이해불가능 했던 풍경을 골짜기의 삶은 이해할 수 있다. 골짜기에 햇살이 찾아왔다. 햇살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지붕에 얹혀있던 눈이 녹아내린다. 마치 비가 오듯이 녹아내리는 눈, 골짜기 눈의 흔적이 없어졌다. 햇살의 위대함에 감탄하는 사이, 언제 눈이 왔는가 싶게 눈이 사라졌지만 길엔 흔적이 뚜렷하다.

흥건했던 물이 마르자 염화칼슘이 드러난다. 왜 이렇게 많이 뿌려 놓았을까? 차량 부식이 염려스럽다. 눈이 녹자 나타난 것은 뿌려 놓은 모래의 흔적이다. 지나는 차량에 튀어 오르는 모래, 사람에게도 불편하고 차량이 온전할 수 없다. 눈이 내린 골짜기는 아름답지만, 이젠 불편한 세월이 되었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던 하얀 눈, 언제나 즐거움만 있을 줄 알았던 눈, 감나무에 내리던 그 눈은 같은 눈이었다. 세월은 흘러갔고 나서는 길이 두렵고, 운전이 어려운 세월이 되었다. 언제나 아름다움만 있을 줄 알았던 하얀 눈, 세월 따라 다르게 보인다. 하얀 눈을 뭉쳐 던져보는 아침, 눈사람이 언제나 사랑스러울 줄 알았다. 하얀 눈이 내린 골짜기는 아침부터 부산했다.
#첫눈 #추억 #골짜기 #제설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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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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