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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등록 2025.12.14 17:26수정 2025.12.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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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인공지능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쓴 <김대식의 빅퀘스천>이라는 책을 접하고서였다. 2014년에 발간된 책에서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31개의 질문을 던졌다. '진실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 '시간은 왜 흐르는가' 등 다소 철학적인 물음이 대부분이었던 질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책 말미에 언급된 다음의 질문이었다. '인간은 왜 필요한가'.

김대식 교수는 이 질문을 던지며 "인간보다 빠르고 뛰어나며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기계가 인간을 지구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판단해 멸종시킬 것"이라고 예측한 인공지능 학자 한스 모라비치의 말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얼마 전 유튜브 <지식인사이드>에서 김대식 교수의 영상("한국도 예외 아니다." AI가 절대 대체하지 못할 사람)을 접했다. 영상에서 김대식 교수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 시대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 이제 인공지능이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신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고 활용하기를 권했다. 자전거를 타려면 직접 타 보아야 하듯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더 이상 세상은 인간 대 기계의 경쟁이 아니고 인간 대 인공지능 활용을 잘하는 인간의 경쟁 구도로 가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으로 만화책도 만들어 보고 본인 이야기를 담은 5분짜리 단편영화도 만들어 보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흥미로운 지적에 큰아이에게 쓰고 있는 인공지능이 있느냐고 물었다. 큰아이는 '챗지피티'를 쓰고 있다며 자신의 계정을 열어 챗지피티를 보여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챗지피티와의 대화.

대화는 흥미로웠다. 내가 보고 있는 책에 대한 서평을 써 보라고도 하고, 내가 본 유튜브 영상을 바탕으로 신문 칼럼을 써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챗지피티는 그 어떤 요구에도 막힘 없이 글을 써냈다. 놀라움에 놀라움을 거듭하다 마침내 영상 만들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학창 시절 별명이었던 '코알라'를 떠올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서가에 사는 귀엽고 순한 코알라를 캐릭터로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챗지피티는 몇 초 만에 뚝딱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챗지피티가 만들어준 코알라 캐릭터 학창 시절 별명이었던 코알라를 떠올려 챗지피티에게 귀엽고 순한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챗지피티가 만들어준 코알라 캐릭터 학창 시절 별명이었던 코알라를 떠올려 챗지피티에게 귀엽고 순한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전영선

도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캐릭터에게 이름을 붙이고 싶다고 했더니 몇 개의 이름도 추천해 주었다. 그 이름들 중 한자 '글 서'자에 '루'라는 접미사를 붙인 이름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나만의 캐릭터 '서루'. 이 캐릭터를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 수도 있느냐고 챗지피티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챗지피티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응, 영상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다만 내가 직접 영상을 생성해 주는 단계까지는 아니고, 영상 생성 AI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어. 멘토 입장에서 정리해줄게."


그러면서 4개의 툴(Runway Gen-3, Pika, Luma Dream Machine, Sora)을 추천했다. 그중 챗지피티와 연계된 '소라'를 이용해 영상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챗지피티에게 영상 생성용 프롬프트(스토리보드)를 써 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챗지피티는 또 금세 프롬프트를 완성해 주었다.

"지브리풍의 따뜻한 색감의 2D 애니메이션. 귀엽고 순한 표정의 회색 코알라 캐릭터가 바닥에 앉아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수줍게 손을 흔든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 배경, 손그림 느낌의 라인, 잔잔하고 평온한 분위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 카메라는 정면 고정, 자연스럽고 느린 움직임, 3~5초 길이의 루프 영상."

이 문장을 복사해 소라의 스토리보드 창에 그대로 붙여 넣었다. 잠시 후 소라는 서가에 사는 코알라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냈다. 하지만 챗지피티가 작성한 스토리보드는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심심했다. 챗지피티가 소개하는 몇몇 스토리보드를 보다가 마침내 직접 스토리보드를 쓰기 시작했다.

"넓은 서가를 탐색하는 서루. 책장 위로 뛰어오르는 서루. 책장 하나에서 다른 책장으로 건너뛰는 서루. 책장을 징검다리처럼 건넌다. 먼지 쌓인 책장 위에 찍히는 서루의 발자국. 먼지 묻은 발로 얼굴을 쓰다듬는 서루. 책장으로 숨어들어가는 서루."

이 스토리보드를 소라에 입력하고 영상이 구현되길 기다렸다. 두근두근. 마침내 영상이 완성되었다. 그 영상이 바로 아래의 영상이다.

play

책장을 뛰어다니는 코알라 서루 인공지능 '소라'에게 코알라 캐릭터와 스토리보드를 주고 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소라는 10초짜리 영상을 몇 분도 되지 않아 완성해 냈다. ⓒ 전영선


영상 만들기를 체험한 결과,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선정하고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인공지능이 모든 작업을 쉽게 해주는 것은 맞지만 세부적인 요소는 결국 인간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김대식 교수가 왜 그토록 직접 사용을 권고했는지 알 것 같았다. 소라를 체험해 보기 전의 '나'와 체험해 본 후의 '나'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라를 사용해 본 결과, 위기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인간이 쓸모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기감은 인간은 '도구'를 만들고 활용해 온 '종'임을 확신하는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소라를 써보고 나니, 사진이 발명되면서 인상파가 생겨 났고, 마르셀 뒤샹의 <샘>이 발표되며 개념 미술이 생겨 났듯 인공지능은 또 다른 세계의 탄생을 우리에게 예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창작의 자리에서 인간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창작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인공지능 소라를 사용해 보고 인류의 역사에 또 다른 신세계가 도래하고 있음을 비로소 실감했다.
#인공지능소라 #서가에사는코알라서루 #인공지능이만든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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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하고 아름다운 나무 같은 사람이기를 꿈꿉니다. 현재 프리랜서 교정자로, 브런치 작가로, 전자책 전문출판사 '서가의나날' 운영자로, 어쩌다 보니 '코알라서루'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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