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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에서 공인중개사로... 74세 김 기사님의 '8전 9기' 도전기

[인터뷰] 8번 낙방 끝에 합격한 김석현씨, 경남지역 최고령 합격자 기록

등록 2025.12.08 17:50수정 2025.12.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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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채 평생 공사판과 버스 운전으로 살아온 74세 김석현씨가 대학 졸업생조차 쉽게 합격하지 못하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일흔 넷'이라는 나이에 합격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여덟 번 떨어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이루어낸 집념이 더 대단하게 다가온다. 그의 도전은 '포기를 쉽게 하는 작금의 세태'에 귀감이 될 만하다. 올해 그는 경남 지역 공인중개사 시험 최고령 합격자이기도 하다.

 올해 74세인 김석현 씨가 올해 있는 제36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지난달 27일 딸 시안 씨가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백세민들레재가노인복지센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올해 74세인 김석현 씨가 올해 있는 제36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지난달 27일 딸 시안 씨가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백세민들레재가노인복지센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남해시대

9년 전,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다

김석현씨는 전남 강진 출신으로, 50여 년 전 남해로 이사왔다. 중학교 시절 육성회비를 못 냈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화장실 청소를 시키자, 그는 친구들 보기가 부끄러워 학업을 중단했다.

가방끈이 짧은 탓에 어쩔 수 없이 공사판과 중장비 작업, 버스 운전으로 40여 년을 보냈다. 화전고속관광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있어, 사람들은 그를 '화전관광 김 기사님'이라 부른다.

김씨가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9년 전이다. 나이가 들수록 버스 운전도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모아 놓은 것이 없어" 쉬지도 못할 형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정년이 없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직업으로 공인중개사를 선택했다.

보리암 정상에 올라 공인중개사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진주에 있는 정우고시학원에 등록했다. 거금을 들여 학원비를 내고, 시험에 필요한 공인중개사법령, 부동산공법, 부동산공시법, 부동산세법, 민법 관련 책들을 받아 집으로 왔다.


집에 와 책을 펼쳐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아는 단어보다 생전 처음 보는 단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할 공부가 아니야"라고 생각한 김석현씨는 다음 날 다시 학원으로 가 수강료와 책값의 반이라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학원 원장은 "설령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지식만 쌓아도 그 값어치는 충분하다"며 도전을 부추겼다. 김씨는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공인중개사 공부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포기하지 않은 자에게 기회가 온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해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일을 마치자마자 진주 학원으로 달려가 수업을 들었고, 집에 돌아와서는 동영상 강의를 붙들고 씨름했다. 몰랐던 단어들이 하나둘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1차 시험을 통과했다.

문제는 2차 시험이었다. 될 듯 말 듯 조금씩 모자랐다. 부족함이 많았다면 포기라도 할 텐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두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법. 마침내 그는 올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지난 11월 26일 경상남도 민원콜센터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는 '아~ 이제 더 안해도 된다'는 생각에 덜컥 눈물이 났다.

"여러분, 당당히 도전하십시오."

이제 당당히 공인중개사가 된 김석현씨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나이에 남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가방끈이 짧고 평생 건설 현장과 버스 운전만 해온 나도 법을 다루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본보기 삼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그동안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8전 #9기 #74세 #청년 #김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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