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어떻게 사랑하나요? 2차 가해 재판부 기피신청 해야"

시설 장애인 성폭력 사건 피해자 측,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실체적 진실과 아무 관련 없는 차별적 발언"

등록 2025.12.08 16:25수정 2025.12.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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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애우권익연구소 등이 대검찰청 앞에서 장애인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 기피신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장애우권익연구소 등이 대검찰청 앞에서 장애인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 기피신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변상철

"증인은 앞으로 영원히 성관계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하는 것인가요?"

2025년 7월 4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열린 한 장애인 성폭력 사건 법정에서 재판부가 피해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피해자는 '장애인복지법' 상 '심한 장애'에 해당하는 중증 지적장애 여성이다. 그는 경기도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며, 시설 종사자에게 여러 차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피해자 측은 2차 가해이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발언이라며 검찰에 재판부 기피 신청을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자, 시민단체가 대검 앞까지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

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는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와 피해자 대리인들이 함께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검찰청에 법관 기피 신청 제기를 촉구했다. "법정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한 장애여성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기피신청뿐"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박민서 변호사(피해자 대리인, 법무법인 원곡)는 재판 과정에서 "중증 지적장애인 피해자에게 '영원히 성관계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요?'라고 묻는 것은 장애에 대한 노골적 선입견과 편견에서 나온 질문이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법원이 오히려 2차 가해를 행한 것"이라며 "국제적 기준에서 장애인과 시설 종사자 간의 성적 접촉은 동의 효력 자체가 부정되지만, 우리 법원이 이런 기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함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임한결 변호사 역시 이 사건을 '장애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로 규정했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는 장애인에 대한 언어적 모욕을 금지하고 있다"라며 "판사의 질문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아무 관련이 없는 불필요하고 차별적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부에 (재판을) 계속 맡길 수 없다"라며 "피해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지켜달라"라고 호소했다.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최정규 변호사는 사법부가 스스로 강조해 온 "피해자의 기본권 보호"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부재한지를 고발했다. 최 변호사는 "법원의 권위는 판사 개인의 권위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판결을 존중하지만, 그 권위가 인권을 짓밟을 때는 더 이상 존중할 수 없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가 피해자 측의 의견제기에 '연인들은 모텔에 가는데 왜 시설에서 성관계를 했느냐?'라는 천박하고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라며 검찰의 즉각적인 기피 신청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파이팅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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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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