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없이 살아온 사람 없는데... 탄광촌 소멸 방치하지 말라

과거의 기억을 남기면서 미래를 고민해야

등록 2025.12.09 12:03수정 2025.12.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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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삼척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았다. 작년에는 태백 장성 광업소가, 재작년에는 화순 광업소가 문을 닫았다. 석탄공사의 탄광이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75년을 이어온 석탄공사도 영업을 종료했다. 1950년 설립된 석탄공사는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공기업이었다. 이제 민영 탄광 두 곳이 남았다. 민영 탄광도 2030년까지 문을 닫을 계획이다. 탈석탄 정책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석탄광은 문을 닫는 순서로 간다. 광산이 문을 닫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미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도계는 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의 배경마을이다. 영화에서 도계중학교 관악부 학생들이 퇴근하는 광부들을 위해 갱구 앞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도계 광업소 광산 노동자들은 퇴사 직전 이제 더는 석탄을 캐지 않을 그 갱구 앞에서 6월 30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제 이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어디로 갈까.

폐광 직전 도계에 방문했을 때 전통시장은 한산함을 넘어 폐허에 가까웠다. 쉬는 날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문 앞에 붙어있는 '임대'를 보고 대부분 폐업한 가게임을 알 수 있었다.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오갔을 시장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시장을 구경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60여 개의 점포 가운데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10여 년 전부터 이미 차츰차츰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도계광업소 직원들이 살던 도계새마을 아파트에는460가구 규모로 한때 많은 주민이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80세대만 남았다.

높은 산에 둘러싸인 도계에 한때는 5만 명 정도가 모여 살았다. 지금은 8000여 명 정도에 머문다.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은 후 석 달 동안에만 300명 아까운 주민들이 도계를 떠났다. 지역 주민이 떠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떠나는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탄광이 문을 닫으면 노동자와 가족들 외에도 주변 상권이 붕괴되면서 큰 타격을 받는다. 폐광이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폐광 직전까지 대책 마련이 되지 않아 도계광업소 노동자들이 세종시까지 가서 투쟁을 해야 했다. 삼척시를 비롯해 도계광업소 노동자들은 폐광 후 대체산업으로 중입자 암치료센터를 유치하길 원했다. 삭발과 단식 등의 투쟁을 이어갔지만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잘 알려지지도 않거니와 1년 전 내란 사태로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사소화되었다.

8월 20일 중입자 암치료센터에 대한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직원들이 떠난 도계새마을 아파트 부지에 2030년까지 중입자 암치료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문제는 의료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된다고 해도 최소 5년 정도는 걸린다는 점이다. 그 사이에 폐광지의 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대체산업 조성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도계지역의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석탄과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은 없다. 도계나 삼척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광산 문화를 성급히 매몰시켜서도 곤란하다. 과거의 기억을 남기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미래를 위한 일자리 고민까지 함께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탄광촌 바깥에 있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탈석탄 시대에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과 지역 상권 붕괴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산은 닫혀도 사람은 살아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글쓴이 이라영 인권연대 칼럼니스트는 현재 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입니다.
#도계광업소 #폐광 #의료산업클러스터 #이라영 #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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