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구조 개선 협약 2017년 12월 27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마사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 공공연맹,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서 '말 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협약식'을 맺었다.
박진현
이러한 변화를 만든지 8년째, 마사회는 경마장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말(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협약'의 핵심 내용은 '경마장별로 조교사협회를 설립해 마필관리사의 집단고용을 통해 고용안정을 보장'하며, 조교사협회의 권한과 역할로 '말(마필)관리사의 채용 일반,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 이에 따른 예산편성 및 배분' 등을 명시했다. 즉,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의 사용자단체가 되는 것이다. 이 협약에 힘입어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가 '엿장수 마음대로'인 개별 계약이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말(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협약'의 이행을 위해서 '안전판'도 있었다. 조교사들이 '협회'에 가입하면 말칸을 추가로 주는 가점과 가입하지 않으면 말칸을 빼는 감점도 있었다. '협약' 이후 마사회가 그 합의를 이행하는데, 흔쾌하지 않았다. 85일의 박경근씨와 이현준씨 장례투쟁 만으로도 부족했다.
지켜지지 않는 고용구조 개선 합의에 노조는 2018년 3일간 파업도 했다.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그러던 중 2019년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 발생했다. 또 다시 100일간의 장례투쟁이 있었다. 노조와 시민대책위는 2017년의 합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2020년 드디어 '협약'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모든 조교사들이 "조교사협회"에 가입했다. 노조와 임금협약, 단체협약을 맺었다. 과거 '노예계약'에서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단체협약'으로 노동조건을 정했다. 고 지부장은 "좋은 세상이 왔다"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좋은 세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고 지부장에 따르면 마사회가 감점과 가점을 조금씩 줄이다가 작년부터 아예 없앴고, 이 과정에서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조교사들이 생겼다. 고 지부장은 "이들 조교사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마필관리사로 쓰지 않는다. 그러면서 제2노조가 부산경남 경마공원에 생겼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 조교사들이 생긴다는 것은 '말(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협약' 위반이며, 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으로 만든 집단적인 노사관계를 해체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현재 협회에 가입한 조교사가 22명이고, 가입하지 않은 조교사가 5명이다. 합의를 지키라는 노조의 항의에 공기업 마사회는 '조교사 간 해결할 문제' 또는 '노사간 문제로 마사회가 개입 내지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017년 12월 27일 노사정 합의의 한 주체인 마사회가 스스로 협약을 어기고 있으며, 그래서 생기는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한 것이다.
급기야 조교사 협회 해산 논의
급기야 올해 들어서 조교사협회 내부에서 '협회'를 해산해 합의서 이전 형태로 회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협회'를 해산하면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2017년 이전 그 때로 돌아간다. 노조와 맺었던 단체협약 파기는 당연한 수순이고, 사람 죽인 시스템을 또 적용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또 다시 누군가 죽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경근, 이현준 마필관리사는 부산경남 경마공원이 개장한 2004년에 입사했다. 고광용 지부장도 이들과 함께 2004년에 입사했다. 고 지부장은 "걔들은 말을 너무 좋아했어요. '나는 말이 좋아서 일합니다. 행님' 항상 그렇게 얘기했었거든요. 걔들이. 말에 대한 사랑이 좀 많았어요. 둘다"라고 말했다.
그런 박경근씨는 2017년 5월 27일 새벽 자신이 일하던 마구간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유서에 "X같은 마사회"라며 "진짜 썩어빠진 마사회. 시궁창처럼 썩었다"라고 유서에 남겼다. 박경근씨의 죽음으로 시작된 교섭이 결렬된 이틀 뒤인 8월 1일 이현준씨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마사회는 마필관리사의 연이은 죽음에 향후 재발 방치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그 결과가 '협약'이었다.
마사회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정부(농림축산식품부)도 '협약'의 당사자다. 사람 죽인 시스템이 유령처럼 다시 살아나려고 하는데, 국회의원도 정부도 "(마사회가) 말을 들어야 풀릴 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정부와 정치의 예방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같이 맺은 '협약'마저도 공기업이 지키지 않는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말하기 전에, 이미 맺은 사회적 대화부터 이행하는 힘을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면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조직국장으로 일한다. 노동조합, 노동관련단체에서 쭉 일했다. 두 아이의 아빠다. 평등육아를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어색한 조합이지만, 노동과 육아가 내 관심사다.
공유하기
또 누군가 죽기 전에 막아야 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쓰는 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