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ESG 점수 채우기용인가, 은평 미래 위한 투자인가" 국제청년포럼 설전

양기열 의원 "방송사 재허가 위해 구 행정력 동원, 정작 은평 청년은 0명" - 김미경 구청장 "은평 선언문 도출 등 성과 뚜렷, 도시 경쟁력 위한 필수 투자"

등록 2025.12.10 10:52수정 2025.12.10 10:52
0
원고료로 응원
 12월 9일 열린 구정질문에서 양기열 의원은 '은평구 행정은 왜 특정 방송사에 종속 됐는가'를 주제로 김미경 은평구청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12월 9일 열린 구정질문에서 양기열 의원은 '은평구 행정은 왜 특정 방송사에 종속 됐는가'를 주제로 김미경 은평구청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은평시민신문

은평구의회 구정질문 현장이 지난 10월 개최된 '국제청년포럼(IFWY)'의 성격을 둘러싼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9일 열린 은평구의회 구정질문에서 양기열 의원(국민의힘, 갈현1·2동)은 김미경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해당 포럼이 특정 방송사의 이익을 위한 사업으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하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양 의원은 은평구 행정이 특정 방송사(아래 A방송사)와의 업무협약 이후 방향성을 잃었다며, 양측의 관계가 '상호보완적 협력'이 아닌 '종속적 계약' 관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정 방송사와의 '종속적 관계' 의혹 제기

 양기열 의원 구정질문 PPT 자료.
양기열 의원 구정질문 PPT 자료. 은평시민신문

이날 구정질문에서 양기열 의원은 문제의 출발점으로 2023년 7월 체결된 A방송사와의 업무협약을 지목했다. 양 의원은 이 협약 이후 은평구의 주요 정책들이 A방송사의 사업 확장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평구청이 6억 원 규모의 '서울혁신파크 및 불광역 일대 전략적 발전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하면서, 자료 한 장 제출하지 않은 A방송사의 'XR스튜디오' 구상을 공공 도시계획 용역에 포함시켰다고 꼬집었다. 이는 사실상 방송사의 공간 유치를 위해 구 예산과 행정력을 갖다 바친 꼴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양 의원은 A방송사의 이사회 속기록을 근거로 제시하며, "해당 방송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를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 항목을 채우기 위해 포럼을 기획했고, 은평구가 이에 맞춰 행정력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A방송사 측이 이사회에서 '유수한 언론들처럼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ESG 친화적인 방송사로 나아가기 위해 UN 산하기구와 협업해 포럼을 할 생각'이라고 발언한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치매 예방 사업까지 '방송사 맞춤형 입찰' 논란


 양기열 의원 구정질문 PPT 자료.
양기열 의원 구정질문 PPT 자료. 은평시민신문

특혜 의혹은 청년 포럼에 그치지 않았다. 양 의원은 2024년 보건소의 치매 예방 사업(인지 중재 사업) 입찰 과정도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입찰 자격이 전문 의료기관이 아닌 '비디오물 제작업체' 혹은 '디지털콘텐츠개발 서비스업'으로 제한된 점을 지적하며, 이는 A방송사 혹은 그 자회사가 단독 입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맞춤형 공고'라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구민의 건강을 다루는 사업에서 의료 전문성보다 영상 제작사가 우선되는 구조는 의도적 배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십억 썼는데 '은평 청년' 없는 청년 포럼


 IFWY 사진 자료.
IFWY 사진 자료. 은평시민신문

양기열 의원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정작 본 행사에 은평구 청년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한 점을 뼈아프게 지적했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교부한 국비 20억 원 등이 투입되었으나, 양 의원은 이 예산이 사실상 A방송사의 광고비 형식으로 지급되었다고 꼬집었다.

양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청년 모집은 6월부터 시작됐으나 은평구 관내 홍보는 행사가 임박한 9월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그는 "세계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다면서 정작 은평 청년은 배제된 주객전도 행사"라고 질타했다. 또한 해당 포럼의 사무국 운영을 위해 은평구가 공유재산인 진관동 소재 건물을 임대료 감면 혜택까지 주며 제공한 점도 특혜 의혹으로 제기됐다.

 양기열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 중인 김미경 은평구청장. (사진: 정민구 기자)
양기열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 중인 김미경 은평구청장. (사진: 정민구 기자) 은평시민신문

이에 대해 김미경 구청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김 구청장은 양 의원이 지적한 파트너가 공영방송 'MBC'임을 명확히 하며 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진관포럼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포럼으로 성장하기 위해 UN, 그리고 MBC 등과 정식 협약을 맺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방송사를 돕기 위해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포럼이 전 세계 161개국 2만7천여 명의 청년이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93개국 150명이 은평을 방문해 토론을 펼친 성과를 강조했다.

은평 청년들의 참여가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인정하면서도, 첫 행사로서 준비 과정의 물리적 시간 부족과 토론 문화에 대한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 구청장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은평장학재단 장학생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은평 청년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답변했다.

"미래 비전" vs. "기본부터 챙겨야"

 보충질의에 나선 신봉규 의원과 이미경 의원. (사진: 정민구 기자)
보충질의에 나선 신봉규 의원과 이미경 의원. (사진: 정민구 기자) 은평시민신문

보충 질문에 나선 신봉규 의원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은평구의 현실을 언급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신 의원은 생존과 안전의 욕구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아실현 단계인 국제 포럼에 막대한 예산을 쏟는 것이 타당한지 물었다. 또한, 수십억 규모의 국제 행사를 준비하면서 긴급 입찰 공고를 내고 단독 입찰로 업체를 선정한 과정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의원 역시 포럼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은평 선언문'이 발표되었지만, 이를 구체적인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국회에서 관련 국비 예산 삭감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향후 사업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미경 구청장은 재정자립도가 낮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멈출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가 베드타운을 벗어나 문화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제적인 시도가 필수적이라며, 다보스 포럼처럼 은평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구정질문은 은평구의 미래 비전을 두고 내실 있는 지역 행정과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회의 견제와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강조하는 집행부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국비 예산 확보의 불투명성과 특정 방송사 종속 논란 속에서, 은평구가 '국제청년포럼'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지역 자산으로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정민구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은평시민신문은 은평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풀뿌리 지역언론입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지역의 정론지라는 본연의 언론사명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진실을 추구하며 참다운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평택' 밑으로는 인재 못 간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딨나 '평택' 밑으로는 인재 못 간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딨나
  2. 2 황혼 육아 고단함 날린, 며느리의 뜻밖의 선물 황혼 육아 고단함 날린, 며느리의 뜻밖의 선물
  3. 3 박찬대 40.5%, 박남춘 9.8%, 김교흥 5.4%...박찬대, 유정복에 오차밖 우세 박찬대 40.5%, 박남춘 9.8%, 김교흥 5.4%...박찬대, 유정복에 오차밖 우세
  4. 4 윤석열 사형 구형에 세계가 주목... "정치적 자살 행위로 몰락한 스타 검사" 윤석열 사형 구형에 세계가 주목... "정치적 자살 행위로 몰락한 스타 검사"
  5. 5 이광재 29.4%, 우상호 24.7%...김진태와 대결, 모두 오차밖 우세 이광재 29.4%, 우상호 24.7%...김진태와 대결, 모두 오차밖 우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