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소방관이 알려주는 건강하게 달리는 원칙 세 가지

등록 2025.12.10 13:45수정 2025.12.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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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감귤 마라톤 대회
제주 감귤 마라톤 대회 김애리

올해 유난히 전국적으로 달리기 열풍이 불었다. 주변에서도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이 부쩍 많아졌고, 나 역시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닌 발가락 통증 때문이었다.

약을 먹어도, 주사 치료를 받아도 아픔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던 중 물리 치료사 선생님이 "통증을 이기려면 몸의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며 달리기를 권해주셨다. 그러나 기존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달리기 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런데이' 앱을 다운로드하고, 1분 달리고 2분 걷기를 반복하는 30분 코스를 마치 벽을 깨는 마음으로 조금씩 도전했다. 1분이 2분이 되고, 10분이 어느새 20분이 되었으며, 30분은 1시간이 되었고, 지금은 2시간이 넘는 시간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통증이라는 벽은 결국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해준 과정이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주 감귤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11월에 열리는 제주 감귤 마라톤은 많은 러너 들에게 인기 있는 행사였다. 10km 종목 출발선은 사람들로 가득해 마치 만원 버스에 탄 듯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대로 앞으로 쏠리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러너 들은 일제히 속도를 내려고 했지만 병목 현상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 나는 천천히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고 달렸다. 왼쪽으로는 바닷 내음이 은은하게 풍기며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5km 지점까지는 내리막과 평지가 이어져 달리기 좋은 구간이었다.

달리면서 여러 러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달리는 아버지, 서로의 페이스를 확인하며 격려하는 커플, 그리고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달리는 풍경도 인상 깊었다. "아빠, 아직 멀었어?"라고 묻는 아들에게 아빠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가면 다 왔어. 아빠는 너를 믿어. 천천히도 괜찮으니 함께 가자. 지난 대회보다 훨씬 잘하고 있어."


그 말이 내 귀에도 선명히 들렸고,가슴이 뭉클했다. 그 순간 나도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날의 날씨는 초여름처럼 무더웠다. 전날까지만 해도 차가운 바람에 긴팔을 꺼내 입었는데, 막상 달리기 시작하니 등 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반팔 티셔츠를 입지 않은 후회가 밀려왔다.

8km 지점을 지나던 순간, 길 바닥에 누워 있는 러너를 보았다. 그는 얼굴이 창백했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탈수 증상으로 의식을 잃던 가던 그의 곁으로 의료진이 달려와 물을 적신 수건으로 이마에 올리고 즉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그는 천천히 의식을 회복했다.


나는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마라톤 대회가 열릴 때마다 구급 출동을 나가곤 했다. 대부분의 사고는 무리한 페이스 조절, 다리에 쥐, 탈수, 이 세 가지에서 비롯된다. 현장에서 이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에, 달리기는 '얼마나 빠르냐'보다 '얼마나 현명하게 달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건강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할 세가지 원칙이 있다. 이는 오랫동안 달리기를 지속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이기도 하다.

첫째,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달리는 것이다. 다른 러너의 속도나 경기장 분위기에 이끌려 달리다 보면, 초반에 급하게 속도를 올리면 체력이 빠르게 소모되고, 후반부에 힘을 쓰지 못하게 되고, 결국 완주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둘째,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고 수분 섭취해서 달리는 것이다. 관절 가동 범위를 넓혀주는 스트레칭은 근육의 긴장을 줄여주고, 경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쥐나 경직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달리기 전과 중간의 꾸준한 수분 보충이 더해지면 탈수 위험까지 줄일 수 있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셋째, 욕심을 내려 놓는 것이다. 오랫동안 달리기를 해온 고수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초반 페이스를 절대 무리하게 잡지 않는다. 과속하면 완주가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몇 분 페이스로 달리세요?"라는 질문보다 몸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속도를 찾는 일을 우선 시 한다. 심박이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고, 호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몸의 부담도 크지 않다.

달리기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마라톤 대회 현장에서 욕심을 부리는 순간 부상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마라톤 대회에서 잘 뛰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빠른 페이스로 달리면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달리기는 인생과 닮아 있다. 얼마나 빠르게 달리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즐겁게 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감귤 마라톤에서 느꼈던 공기와 응원, 그리고 러너들의 호흡까지 이 모든 순간은 경쟁이 아니라 나를 돌보고 삶의 한 장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오늘도 나는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달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제주감귤마라톤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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