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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혀보세요, 김장철에 가장 맛있는 전은?

굽다시피 부치는 아내의 배추천...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맛

등록 2025.12.11 08:25수정 2025.12.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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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전은 기름으로 튀기는 것이 아니라 노릇하게 구워내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배추전은 기름으로 튀기는 것이 아니라 노릇하게 구워내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이혁진

아내가 외출하면 가끔 혼자 밥을 지어먹는다. 나이 들어 '혼밥'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은살남: 은퇴 후 살림하는 남자'라는 칭호가 붙는다.

혼밥을 할 때는 모처럼 아내에게 배운 솜씨를 발휘해 찌개나 국을 만들어 먹는다. 김치찌개와 호박국이 대표적이다. 맛있게 만들면 식구들도 즐겨 먹는다. 주방을 기웃하며 아내에게 배운 음식이 한둘이 아니지만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전이다. 전은 만들다가 포기하고 마는 '그림의 떡'이다. 특히 '배추전'이 그렇다. 배추전은 먹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정말 힘들다. 몇 번 시도했는데 모양과 맛 등 아내의 기술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다. 이에 '은살남'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배추전은 배추의 시원한 맛과 기름의 조화로운 맛으로 빈대떡처럼 기름을 많이 넣지 않는다.
배추전은 배추의 시원한 맛과 기름의 조화로운 맛으로 빈대떡처럼 기름을 많이 넣지 않는다. 이혁진

아내는 고향에서 배추전을 자주 먹었다고 한다. 어릴 때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집집마다 전을 구웠는데 고향 친구들은 생각나면 지금도 자주 해 먹는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는 먹지 못하고 안동과 청송 등 경상도에서만 주로 먹었다고 한다. 경상도 고향 음식이라지만 배추전은 이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음식이 됐다.

내가 처음 배추전을 먹은 것은 결혼 이후다. 아내의 배추전은 서울에서 흔히 먹었던 전과는 맛과 풍미가 달랐다. 배춧잎만으로도 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배추전의 제맛은 지금 김장철

지난주부터 아내가 상에 올리는 배추전이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었다. 그러면서 아내는 고향에서 해 먹던 배추전의 추억을 소환했다. 아내는 시장을 보다 배추가 실하면 욕심을 내는 버릇이 있다. 속이 여물거나 튼실하면 계절에 관계없이 장바구니에 담는다. 일부는 국과 겉절이로 하고 나머지 배춧잎 몇 장으로 배추전을 만드는 것이다.


배추전의 맛은 어떨까. 배추전의 매력은 시원한 배추에서 배어 나온 물과 기름의 절묘한 혼합인데 어딘가 2% 부족해 보이는 심심한 맛에 있다. 이 맛에 배추전은 아버지도 좋아한다. 배추전이 호불호가 특별히 없는 까닭이다. 이 배추전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모양만으로 맛을 판단하면 오산이다. 한번 맛 들이면 2~3장은 기본이다. 맛있다는 빈대떡과 파전도 이렇게 많이 먹을 수는 없다.

 배추전에 두르는 기름은 윤이 날 만큼 적게 넣어야 바싹한 맛을 낼 수 있다.
배추전에 두르는 기름은 윤이 날 만큼 적게 넣어야 바싹한 맛을 낼 수 있다. 이혁진

모든 전이 그러하듯 배추전도 손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하지만 배추전은 기름을 살짝 두르지만 전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다. 프라이팬에서 튀기는 것이 아니라 거의 구워 내기 때문이다.


아내는 배추를 소금으로 살짝 숨을 죽이고 줄기 부분은 손으로 눌러준다. 프라이팬에 배추를 깔고 부침가루에 찬물을 섞은 반죽을 얹어 앞뒤로 뒤집으며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기름은 윤이 조금 날 정도면 충분하다.

배추전은 따뜻할 때 자르지 않고 여럿이 찢어 먹어야 맛있다. 혼자 먹는 음식이 결코 아니다. 실제 혼자 먹어보면 맛이 별로이다. 그래서 나는 배추전을 먹을 때 아내와 함께 먹는다. 배추전을 간장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심심한 맛을 잡아주는데 우리는 서로 입맛이 달라 아내는 초고추장, 나는 초간장을 곁들인다.

요즘 김장철 배추로 만든 배추전이 제일 달고 맛있다. 이참에 아내에게 배추전 만드는 법을 제대로 전수받을 생각이다. 아내는 나중에 배추전을 한다고 배추 몇 잎을 따로 보관해 뒀다. 추운 겨울 시원한 배추전은 별미이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배추전 #김장철 #배춧잎 #경상도음식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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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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