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성장의 후투티
이경호
흐름이 만든 생태의 귀환
이건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수문이 열린 뒤 회복된 모래톱, 얕은 물가, 드러난 육상 서식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장면들이다. 흐름이 멈추며 잠겼던 서식지들이 드러나자, 그곳을 먹이터와 은신처로 삼는 새들이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농성장을 지키는 우리에게 강의 변화는 한편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수문 개방 이후 자갈밭과 모래톱이 살아나고, 일부 멸종위기종이 다시 관찰되며, 담수 기간에 축적됐던 진흙과 녹조가 흐름과 함께 흘러나갔다. 어류와 철새 등 생태계의 조각들이 맞물리며 자연스러운 금강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농성장이 없었다면 다시 담수로 뒤집혔을 변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종보 농성장은 흐름을 지키는 최후의 근거가 된다.
물까치가 모이고 까치가 쫓고 할미새가 먹이를 찾아 움직여도, 이 작은 공간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경쟁과 공존이 얽힌 균형, 그 단순한 원리가 자연 생태계를 구성한다. 하지만 이런 균형은 강이 흐를 때만 유지된다.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수위가 높아지고 물은 고이며, 모래톱과 얕은 물가 생태는 다시 사라진다. 지금 관찰되는 새들의 활동도 함께 사라진다. 인위적으로 만든 구조물 하나가 강 전체의 생명 활동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흐를 것인가, 막을 것인가
천막농성은 2024년 4월 29일 세종보 재가동에 반대하며 시작됐다. 세종보 상시 개방과 4대강 보 재자연화를 요구하며 한두리대교 아래에서 600일 가까이 농성을 이어왔다. 이곳의 생명들이 주는 기록과 메시지는 단순하다. 강이 흐르면 생명이 돌아온다. 멈추면 무너진다.
결국 강의 상태를 결정하는 건 사람의 선택이다. 흐르게 할 것인지, 다시 막을 것인지. 기술적 결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태계와 지구를 지속시킬지 파괴할지에 대한 선택이다. 강의 균형은 인간 중심의 기준이 아니라 강 자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준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곳의 생명들은 매일 일러준다.
매번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체가 인간이라면, 인간에게는 과연 그럴 권리가 있는지 되묻게 된다. 4대강 사업에서 이미 확인된 것처럼 인간의 결정은 대부분 생태계 파괴로 귀결됐다. 지금 농성장 주변의 새들, 웅덩이에서 목욕하는 물까치, 하늘을 가르는 기러기의 울음은 모두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강을 다시 흐르게 하고, 그 흐름이 만든 균형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눈앞에서 이미 되살아난 생태를 지키자는 가장 단순한 요청이다.

▲ 목욕을 하다만 물까치
물까치
회복을 위한 마지막 끈
세종보 철거와 4대강 재자연화 요구는 생태 감상이나 과거 논쟁을 넘어, 회복된 생태계를 유지할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인간만이 이 균형을 무너뜨릴 힘을 가졌다면, 인간만이 이를 되돌릴 책임도 지게 된다.
세종보 철거는 파괴가 아니라 회복이다. 600일 가까이 이어진 농성은 금강의 회복을 현실로 끌어오는 마지막 끈이다. 강의 소리와 새들의 움직임, 그 모든 변화는 지금도 균형을 되찾고 있다. 세종보 농성장은 그 균형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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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수문 개방 후 돌아온 생명들, 600일 농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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