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작품으로 2종의 보드게임을 동시에 출시했다. 사진은 '크림향 낭자한 만쥬의 죽음'
보틀링컴퍼니 제공
동아리 역량이 핵심 경쟁력, 이어지는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
보틀링컴퍼니의 핵심 경쟁력은 그릴자유 동아리 활동으로 쌓은 창작 역량이다. 동아리 회원들은 대부분 그림을 잘 그리고, 그중에는 각종 그림 대회에서 상을 휩쓸던 실력자도 있다. 덕분에 게임 개발 과정에서 러프 스케치부터 캐릭터 디자인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저희 동아리 사람들이 대부분 그쪽 재능이 있다 보니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러프 스케치만 봐도 완성됐을 때 어떤 느낌일지 알 수 있거든요."
이런 역량은 제작비 절감뿐만 아니라 개발 속도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개발 중인 비주얼 노벨 게임도 이런 내부 역량 덕분에 가능한 프로젝트다.
해외 진출과 함께 IP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첫 번째 작품 무경고등학교를 원작으로 한 비주얼 노벨 게임은 플레이타임 40분 분량으로 완성되어, 지난 10월 진주에서 열린 경남 콘크릿 페스타(CONCRETE FESTA), 경상국립대학교 주관의 '제2회 J-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서 관계자들 앞에서 시연할 수 있었다. 12월 중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법령 또는 조약 등에 따라 인정되거나 보호되는 지식재산권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콘텐츠가 기업의 전략적 자산이 됨에 따라 원소스 멀티유즈 또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타 비즈니스로의 확장까지를 의미하고 있다.
"기존 세계관을 그대로 사용하되, 멀티플레이가 아닌 싱글 게임에 '역전재판' 같은 비주얼 노벨 형태로 만들었어요."
*비주얼 노벨 게임: 텍스트와 그림, 음악을 결합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인터랙티브 게임 장르로, 비주얼노벨(Visual Novel)이라고도 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분기되고 여러 엔딩을 경험할 수 있다. 일본에서 발전했으며, 소설 읽기와 게임 플레이가 결합된 형태로, 이동, 전투, 실시간 조작으로 이루어진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다.
이는 전형적인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다. 하나의 IP로 보드게임, 비디오게임, 향후에는 캐릭터 상품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할 수 있다. 기존에 제작한 보드게임은 일종의 굿즈 역할도 할 수 있고, 비주얼 노벨이 성공하면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발로 뛴 해외 시장 개척
일본 진출에도 희망을 품고 있다. 코레카라미스테리와의 미팅도 두 번 진행했다. 7월 첫 미팅에서는 영업 담당자를 만났고, 이어진 12월 두 번째 미팅에는 대표자 2명이 직접 찾아왔다. 관심의 온도가 달라진 것이다. 현재 번역 완료된 작품을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코레카라미스테리(これからミステリー): 2023년 말 일본에서 설립된 머더 미스터리 기업. 도쿄 시부야 등지에 체험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로젝션 매핑, 실감형 연극 등을 통해 팬들을 늘려나가고 있다. 업체명 코레카라미스테리를 직역하면 '여기부터 미스터리'라는 매우 직설적인 뜻을 지닌 기업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본 게임시장과의 교류를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11월에는 마쿠하리 멧세 전시홀에서 열린 '게임 마켓 2025 가을'에도 참가했다. 이 행사는 아시아 최대 보드게임 행사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모든 오프라인 게임을 다룬다.
"현재 출시하는 작품만으로는 절대 수량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2026부터 한 달에 작품 하나씩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하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일본 작품을 들여오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미 내년에 출시할 국내 작품 6개를 확정했기에 일본에서 6개의 작품을 들여오면 내년에 진행할 연간 펀딩 계획이 완성된다. 기본적으로 펀딩 한 번에 1,000만 원에서 1,100만 원 사이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이 계획이 실현되면 연간 1억 2,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예상할 수 있다. 2024년 700만 원, 올해 3,000만 원의 매출에 비하면 비약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작지만 빠르게 커지는 시장
홍 대표는 국내 머더 미스터리 보드게임 시장이 급속도 성장할 거라 전망한다. 그의 확신은 해외 시장 사례에서 나온다. 일본의 경우 이 장르가 들어온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시장 규모가 수십 배 성장했다. 장르가 정착한 현재도 매년 2배씩 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은 더 놀랍다. 방 탈출 게임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가 3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성(省) 단위로 라이센스 계약을 한다고 들었어요. 성 하나와 계약하면 기본 1,000만 원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어요. 인기 작가의 시나리오는 1억 원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물론 중국 시장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다. 보틀링컴퍼니의 콘텐츠가 중국과 잘 맞을지도 불확실하고 수출을 위한 과정에서 소모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단은 길이 열리기 시작한 일본부터 천천히 공략해 나가려 한다.
다행히 올해 지원사업에 집중한 덕분에 이제는 보여줄 포트폴리오가 생겼다. 내년에는 비버 락스 인디게임 페스티벌, 인디보드게임 마켓 등의 국내 행사는 물론 3월에 열리는 게임마켓(Game Market) 오사카 참여도 고민 중이다.

▲ 즐기는 것과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
보틀링컴퍼니 제공
게임보다 치열한 현실
"솔직히 쉬운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우리가 즐기는 거랑 그걸 만드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더라고요."
TRPG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정작 요즘은 바빠서 게임을 즐길 시간이 없다. 취미가 일이 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이런 홍우찬 대표에게 한 가지 큰 변수가 남아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하는 입대다.
이로 인한 창업팀의 지속가능성이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이다. 홍 대표 말고 다른 팀원들도 입대를 해야 할 나이다. 아직 창업 초기라 돈을 제대로 벌어들이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팀을 유지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최근의 스타트업 중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3년 동안 매출 못 내고 망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항공우주공학도의 꿈과 게임 크리에이터로서의 현실 사이, 입대라는 불확실성과 빠르게 커지는 시장 사이. 여러 갈림길에 서 있지만, 그의 대답은 언제나처럼 담담하다.
"솔직히, 전공에 집중해 로켓을 날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재미있고 관심도 많거든요. 어떻게든 되겠죠! 항상 그랬으니까요."
우연이 만든 필연적 성공?
보틀링컴퍼니의 성장 스토리는 정통 창업 공식을 벗어난다. 치밀한 사업계획서도, 거대한 비전도 없었다. 우연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과 동료들과의 자연스러운 협력이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다.
특히 취미를 위한 동아리 활동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체계적인 준비보다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자연스러운 모임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로서 더 큰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임보다 게임같은 창업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지만,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될 거라며 웃는 홍우찬 대표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앞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청년 창업이 가진 힘을 느끼게 한다. 게임보다 게임같은 보틀링컴퍼니의 다음 장은 어떻게 펼쳐질까? 그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방랑식객입니다. 먹고사니즘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담은 독립잡지 <매거진S>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친구 사귀러 갔다가 창업한 썰, 항공우주공학도에서 보드게임 제작자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