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람이 되는 '네 가지' 말

말씨에 깃든 마음의 온도

등록 2025.12.12 14:40수정 2026.02.0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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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말이 비로소 마음의 곁을 내어주는 일이다. 나이테는 세월의 흔적일 뿐, 어른의 증표는 아니다. 욕심이 먼저 묻어나는 혀끝의 말과, 짧은 한 줄에도 품격이 스며있는 마음의 언어. 우리는 결국, 그 언어의 결로 서로의 품격을 읽어낸다. 좋은 어른을 꿈꾼다면, 마음의 언어부터 배워야 한다.

 '처지를 바꿔서 그것을 생각하라.'
'처지를 바꿔서 그것을 생각하라.' 이점록

우리 집 책상 앞 벽에는 '易地思之' 네 글자가 묵언처럼 걸려 있다. 하루의 무게를 견디는 나를 묵묵히 내려다보며, 상대의 발자국 위에 서 보라 일깨우는 듯하다. 갈등을 줄이고 마음을 잇는 이 오랜 지혜를, 나는 매일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다시 새긴다.


나는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면 말씨도 자연스레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월을 한 겹 더 두르는 일이 아니라,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담아 올릴 줄 아는 때가 찾아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생이 깊어질수록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좋은 어른의 언어는 길지 않다. 그러나 오래 남는다. 인생 후반전에 비로소 찾아오는 말의 품격을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언어 네 가지를 건네는 일. 그 소소한 실천만으로도 세상은 지금보다 월씬 부드럽고 따뜻해질지 모른다. 말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을 품은 말은 오래 머물러 서로의 삶을 은은하게 밝힌다.

첫째, "그럴 수도 있지요."

젊었을 때의 나는 모든 일에 이유를 묻고 싶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다르게 생각하는지, 이해되지 않으면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사람의 행동은 논리보다 사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럴 수도 있지요. 요즘 많이 바쁘셨잖아요."
"아, 그럴 수도 있죠. 그런 상황이면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그 마음 이해돼요. 그럴 수 있지요."

"그럴 수도 있지요." 이 한마디는 옳고 그름의 저울을 잠시 내려 놓고, 각자의 삶이 지닌 무게를 존중하는 단정한 품격의 무게이다.

둘째,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예전에는 빨리 움직이는 것이 곧 유능함이라고 믿었다. 망설임은 곧 손해였고, 빠르게 결정해야 앞서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깨닫고 있다. 누군가를 다그치지 않고 '기다릴 시간'을 건네는 일이야말로 가장 깊은 배려라는 것을.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저는 기다릴 수 있어요."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한 때 말씀 주세요."
"천천히 하셔도 괜찮아요. 서두르지 않으셔도 돼요."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서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의자를 빼놓고 상대를 편안히 앉힐 줄 아는 이가 건넬 수 있는 관용의 언어이다. 기다리는 태도 속에는 보이지 않는 신뢰가 깃든다.

셋째, "제가 많이 배웁니다."

젊었을 때는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인정받는 줄 알았다. 아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고, 남의 말에서 빈틈이 보이면 서둘러 채우려 했다. 그러나 살아보니 진짜 어른은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탄하는 사람이었다.

"오늘 말씀 들으면서 제가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 생각은 미처 못 했네요. 제가 또 배웁니다."
"그렇게 보는 방법이 있군요.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가 많이 배웁니다" 이 말은 자신을 낮추는 표현이 아니라, 상대에게 가치와 존중을 인정하는 인사다. 듣는 이는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이미 존중의 빛을 입는다.

넷째,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뒤돌아보면,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보이지 않게 내 어깨를 떠받쳐준 손길들이 있었다.

"항상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의지가 됩니다."
"그 말 한마디가 힘이 됐어요. 덕분입니다."
"제가 잘 할 수 있었던 건 선생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젊을 때는 칭찬이 힘이 되고, 나이가 들수록 감사가 위로가 된다. '때문에'보다 '덕분에'를 먼저 꺼내는 사람이 결국 품격을 품은 어른이 된다.

좋은 어른의 말씨는 따뜻하다

말은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을 담은 말은 오래도록 한 사람을 기억하게 만든다. 어른의 말씨가 중요한 이유는 말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말을 선택하느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를 선택하는 일과 같다.

따뜻한 말 한 줄이 품격을 밝히고, 마음의 방향을 조용히 드러낸다. 그래서 오늘 내가 남기는 한 문장은 언젠가 내 삶을 대신해 말할 마지막 기록이 된다. 말 한 줄이 그 사람의 품성을 말해준다. 결국 우리는 말의 사람으로 남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말을 아낀다는 뜻이 아니라, 말 속에 마음을 담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뜻한 마음의 온도는 결국 이해에서 시작해 기다림으로 익어, 배움의 빛을 품고 감사로 완성되는 이 네 가지 흐름의 말씨에서 피어난다. 우리가 남기는 말이야말로, 우리 삶의 결을 고스란히 비추는 가장 정직한 얼굴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마음의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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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공직에 몸담고 퇴직했습니다. 지금은 은퇴 이후의 삶을 다시 배우는 60대 인턴으로 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인생 2막의 의미를 발견하는 글을 씁니다.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장년과 노년의 삶을 기록하며, 나이 들어서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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