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빨래
이현우
주거지여서 안에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외관으로만 봐도 국내 주택보다는 규모가 작아 보인다. 좁은 창문 간격만 보면 교도소 외관과 흡사하다. 법적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국내 최소 주거기준 면적은 14㎡이지만 홍콩은 8㎡다.
삼수이포 지역에는 '당방'이 있다고 한다. 당방은 우리나라에서 흔하진 않지만 서울 도심지와 몇몇 지역에 존재하는 쪽방과 유사하다. 당방은 방 하나를 둘이나 셋으로 나누어서 세를 주는 형태다. 당방에 이층침대나 삼층침대를 두고 다시 침대 하나씩 세를 놓는 형태인 '관재방'까지 있다. 홍콩 서민의 주거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는 주거 형태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일조권을 중요하게 여겨 같은 공동주택 단지 내에서도 인동 간격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홍콩은 그럴 만한 땅이 없고 토지 효율성을 위해 주택일지라도 일조권은 보장하지 않는다.
주상복합건축물뿐만 아니라 일반 공동주택단지의 풍경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 단지가 커서 세대수가 많지만 홍콩은 단지가 작고 건축물의 높이가 높다. 또 지상 녹지공간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의무 조경면적은 우리와 큰 차이가 없지만, 건폐율이 100%인 곳이 흔하기 때문이다. 1층에 조경면적 또는 공공공간을 마련하는 우리와는 다르게 건축물 내 공간을 활용하여 조경공간이나 주민커뮤니티공간으로 조성한다. 한국의 공동주택단지에서는 게이티드 커뮤니티(보안문 설치 등을 통해 외부인이 아파트 내부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문제 된 바 있는데 홍콩은 한 수 위다. 건물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아예 출입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비를 막아주는 도심지 건축물의 비밀은?
가장 흥미로웠던 건 거리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대다수의 오래된 주상복합건축물은 2층 이상 층이 1층보다 툭 튀어나왔다. 건축에서는 이를 캔틸레버 구조라고 한다. 이 때문에 1층 보행로 공간 위에는 자연스레 건물이 있고 비를 막을 수 있다. 자연스레 비막이 구조물이 되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센트럴역, 완차이역, 침사추이 일대의 오래된 건축물이 그러했다. 도심에서도 가벼운 비는 우산 없이 피할 수 있는 신기한 구조였다.

▲ 코즈베이웨이 시가지 내에 있는 주상복합건축물이다. 2층 이상 부분이 튀어나온 캔틸레버 구조의 건축물이 많다.
이현우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대나무 비계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대나무 비계는 천 년 이상 축적된 건축 기술로서 홍콩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비계는 높은 곳에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이다. 주로 외벽을 공사할 때 사용되고 국내 현장에서는 일본어 '아시바'로 통용되기도 한다. 국내 현장에서는 거의 철제 강관을 사용한다.
구룡반도 도심부에는 노후화된 건축물이 많기 때문에 외벽 보수 공사를 위해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홍콩 거리를 돌아보면서 놀랐던 점은 신축하는 현장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었고 딱 봐도 높은 건축물인데도 대나무 비계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대나무가 강관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설치가 용이하고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한다.
자연에서 나는 재료이며 재사용도 가능하다. 물론 국내에서 사용되는 강관 비계도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대나무 비계는 자연에서 나는 재료라는 점에서 더욱 친환경적이다.

▲ 도심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나무 비계
이현우
최근 홍콩 화재 사건 때문에 대나무 비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형 화재의 원인을 대나무 비계로 꼽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재의 근본 원인은 극단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때문 아닐까? 비계를 강관으로 전부 바꾼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다른 건축 자재를 저렴한 재료로 쓴다면 또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
건축 문화에서 느껴지는 홍콩식 자본주의의 쓴맛
홍콩은 낮엔 어둡고 밤에는 반짝이는, 참 이상한 도시다. 일조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햇볕도 들지 않는 주거 환경이 조성되었고, 해가 져도 반짝이는 고층 건물 때문에 홍콩은 잠들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작은 집, 일조권을 보장하지 않는 주거 환경, 우산이 필요 없는 거리의 모습도 홍콩식 자본주의를 보여준다.
당연히 나 같은 대다수 관광객은 고층 건축물의 풍경과 화려한 야경이 신선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홍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홍콩은 소득 대비 집값이 가장 높은 도시다. 부자가 아닌 이상, 주거 환경이 쾌적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홍콩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야경을 비롯한 건축물의 모습이 그저 낭만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건축물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도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체다. 고층건축물 사이 거리를 걷다 보니 홍콩식 자본주의의 쓴맛이 느껴진다.
다음 편에서는 홍콩의 교통수단과 대중교통을 리뷰한다.
[참고자료]
- 류영하, 2023, 홍콩산책
- 조성찬, 홍콩식 토지 공개념 진정한 아시아의 해방구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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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침대 놓고 층마다 월세... 홍콩 자본주의의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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