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 2024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들이 투입되고 있다.
유성호
지난 12.3 비상계엄은 국민들이 몸으로 막아섰기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 내란세력의 말처럼 '평화로운 계엄'이 아닌, 무장군인들이 동원된 내란이었다. 행정부의 수반이 군대를 동원해 입법부를 봉쇄하고 유리창을 부수고 정치인들을 포박하고자 했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키려 했던 헌정 파괴이자 명백한 내란이었다. '87년 체제' 이후 사법부의 독립이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 윤석열 내란 세력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법관과 야당 정치인, 주요 인사들을 처단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던 그야말로 야만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법부는 침묵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계엄이 해제되고 12월 4일 아침 출근길에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차후에 (계엄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계엄군의 위헌적 행태를 꾸짖고 사법부의 문을 걸어 잠그며 저항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
오히려 대법원은 지난 5월 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일주일여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하며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하려 했다. 이는 내란세력이 죄를 숨기고 다시 활개를 칠 수 있도록 만든 대선 개입 시도에 가깝다. 계엄 사태가 정리되고 국민과 국회의 힘으로 헌정질서가 가까스로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사법부는 그저 눈치만 볼 뿐이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가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거악(巨惡) 앞에 침묵하는 것도 모자라 줄 서기에 바빴다.
그런 사법부가 이제 와서 '사법부 독립'을 외친다. 그것도 내란 범죄자들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단죄하기 위해 마련하려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막기 위해서다. 이것은 기득권 수호 그 이상도 아니다. 현재 사법부가 내란 관련 재판에 보여주는 태도 역시 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년이 지나도록 재판을 늘어지게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내란 세력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주고, 법정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그야말로 공범적 행위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사법부가 말하는 '독립'이 판사들이 자기 마음대로 사건을 주무르고, 재판을 질질 끌 권리라면 국민은 그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 사법부 독립의 진정한 의미는 정치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법과 양심으로 재판을 지키라는 것이지, 국민의 심판 요구를 무시하고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삼권분립이 보장된 사법부가 다시 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도 않을 뿐더러 그저 사법부 마음대로 하기 위한 독립이라는 인상만 줄 뿐이다.
사법부의 선택적 정의가 내란을 돕는다

▲ 지난 11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국민들은 묻는다. 사법부는 과연 내란을 처벌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법 기술을 동원해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것인지.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반헌법 내란 사태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규탄 성명조차 제대로 내지 않았던 사법부가 이를 처벌하려는 입법적 노력에는 '위헌' 딱지를 붙이며 독립을 요구하며 발목을 잡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럴수록 국민들은 사법부를 더 신뢰할 수 없게 만들 뿐이다. 내란범들이 활개 치며 재판장 앞에서 선서도 거부하고 증언도 거부하는 오만한 태도는 사법부가 비호해주는 것이 않고서야 어찌 가능하다는 말인가. 법으로 아무리 선서거부와 증언거부를 보장한다고 해도 상식을 벗어난 내란세력들의 사법부 조롱은 결국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한 기둥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이익집단 카르텔로 남을 것인지 국민 앞에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사법부는 지금이라도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전국 법관들이 내놓아야 할 성명은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사법권을 유린했던 세력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어야 했다. 사법부가 끝내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한다면, 사법부 역시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사법부의 분골쇄신이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독립을 원한다면, 스스로 내란 세력을 단죄할 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사법부는 12.3 내란을 반헌법으로,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 내란이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사법부 독립' 주장이 적어도 말이 되는 얘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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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경흥(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피스아고라 대표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한반도 리빌딩 2025>(공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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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독립' 외치는 사법부, 착각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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