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근 시인의 산문집 『다시 희망을 그대에게』는 그 질문을 한 사람의 삶과 한 공동체의 풍경 속에서 조용히 증명한다.
도서출판밥북
책은 예고 없이 들어왔다. 알라딘 램프의 요정이 문 앞에 내려놓은 듯한 날이었다. 밖에서 입은 옷 그대로 좌식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겼다. 그의 첫 산문집은 내 저녁을 붙들었고, 읽는 동안 시간은 흐르지 않고 접혔다.
"오랜 시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첫 산문집."
문장은 고백으로 시작해 책 전체를 관통했다. 문학기행의 기록, 일상의 단상, 영화와 책에서 길어 올린 사유가 한 권 안에서 호흡했다. 산만함이 느껴질 수 있다. 삶의 결이 그 산만함을 닮았다. 굳어 있던 마음의 근육이 풀렸다.
책 속 한 장면에서 시선이 멈췄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효도할 곳이 없는지" 묻던 날의 기록이다. 아이의 제안으로 그의 친구들과 산청 성심원을 찾았다. 저자는 앞서지 못하고 뒤따라 걸었다고 적었다. 미화를 거부한 문장이 남았다.
솔직한 고백과 경험은 경험은 기억으로만 머물지 않았다. 산청성심원 뜨락에서 시 낭송이 이어졌다. 산청도서관과 산청성심원이 함께 마련한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프로그램은 책 속 문장을 현실로 끌어냈다. 편견 속에서 살아온 공동체에서 시는 치료도 교육도 아닌 이름이 되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부르는 목소리가 울렸다.
아흔을 넘긴 최 루시아 어르신이 읽은 시가 귀에 남았다.
"다 지나간다고 / 다 지나갈 거라고 /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토닥토닥'의 문장은 위로보다 공존에 가까웠다. 시를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았다. 한센 어르신들 앞에서 울린 시의 목소리가 '돕는 사람'과 '도움받는 사람'의 경계를 지웠다. 시를 읽는 순간, 삶의 중심이 다시 세워졌다.
"시낭송으로 마음껏 소리 지르자."
문장은 선언으로 남았다. 시 낭송을 교과목으로 삼고자 한 바람은 성심원 '시립대(詩로 일어서는 대학)'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시 읽기는 위로에 머물지 않았다. 내 안의 묵은 때를 벗기는 과정이었다.

▲ 김태근 시인의 산문집 『다시 희망을 그대에게』는 그 질문을 한 사람의 삶과 한 공동체의 풍경 속에서 조용히 증명한다.
김종신
책장을 덮으며 나 또한 묻는다. '다시'라는 말이 내 삶에서는 어디에 머물러 있었는지. 이 책이 보여 준 희망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었다. 생활 속에서 다시 시작하는 태도였다. 나 역시 미뤄 두었던 어떤 지점을 조용히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다시 희망을 그대에게>는 희망을 설교하지 않는다. 희망이 어떻게 삶 속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 준다. 시는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산청의 한 뜨락에서 시작된 낮고 따뜻한 목소리는 이제 책장을 덮은 삶을 향해 묻는다. 나는 오늘 어떤 '다시'를 시작할 것인가.
"'다시'라는 말속에는 무한한 꿈이 들어 있다 / 다시 꿈을 꾸자 / 다시 처음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자//~(김태근 <다시> 중에서)"
다시 희망을 그대에게
김태근 (지은이),
밥북,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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