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가수 지민주
신유아
2025년 11월 출간된 한 출판물을 둘러싸고 민중가요 저작권 문제가 사회적 논의로 확산되고 있다. 민중가수 지민주의 창작곡 '세상에 지지 말아요'의 가사 전문이 사전 동의 없이 책 제목과 장 제목, 본문에 그대로 수록돼 출판·판매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지민주는 이와 관련해 저작권 침해 혐의로 정식 고소 절차를 진행했고, 사건은 현재 수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번 사안은 특정 창작자 한 명의 권리 침해를 넘어, 민중가요가 오랫동안 겪어온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책 출간 이틀 뒤 노래 사용 관련 연락
문제가 된 책은 당초 2025년 11월 19일 출간을 목표로 준비됐으며, 실제로는 11월 24일 종이책이 출간돼 다음 날인 25일 북펀드 참여자들에게 배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민주에게 노래 사용과 관련한 연락이 시도된 것은 그 이후인 11월 26일이었다. 해당 연락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졌으나 전달되지 않았고 창작자 측은 출판 사실과 사용 사실을 12월에야 인지하게 됐다.
즉, 책의 출판과 유통이 먼저 이뤄진 뒤에야 창작자에게 연락이 시도된 구조다. 그 이후에도 책은 추가 구매를 독려하는 게시글, 언론 기고, 북토크 형식의 홍보 등을 통해 상업적 유통 경로에서 계속 판매됐다.
확인 결과 문제는 지민주의 노래 한 곡에 그치지 않았다. 책에는 총 9곡의 민중가요가 수록돼 있었지만, 이 가운데 8곡은 작사가, 작곡가 표기가 전혀 없었다. 단 한 곡만 작사가가 표기돼 있었으나,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았다.
책에 '문정현 작사'로 표기된 '평화가 무엇이냐'는 실제로는
문정현·조약골 공동 작사로 확인됐다. 저작자 표기가 누락된 데 이어, 표기된 정보조차 부정확했던 것이다. 또한 책에는 사진 저작물 역시 사전 동의 없이 사용된 정황이 확인돼, 노래 가사뿐 아니라 이미지 전반에 걸친 저작권 관리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지민주 외 다른 창작자들 역시 출간 전 사전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고, 출판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른 창작자들에 대한 연락은 출간 후 수 일이 지난 뒤, 그리고 지민주 측의 문제 제기 이후인 12월 8일 전후에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출판 이전의 협의가 구조적으로 부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민중가요 창작자들의 대응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평화가 무엇이냐'의 공동 작사가인 조약골은 현재 지민주와 함께 이번 사안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민중가요는 공짜 노래가 아니다
이번 논란은 '민중가요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오래된 오해를 다시 드러냈다. 많은 민중가수들은 집회·시위·광장 등 사회적 연대의 공간에서 노래가 자유롭게 불리는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아 왔다. 그러나 그것이 곧 상업적 출판과 유통까지 무제한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민중가요 역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며, 영리 목적의 이용에는 사전 협의와 정확한 저작자 표기, 정당한 절차가 요구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민중가요 저작권 보호를 요구하는 연서명이 시작됐다. 연서명은 시작 24시간 만에 1000명을 넘어섰으며, 초기에는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현재는
범시민 연서명으로 확대됐다.
연서명은 민중가요의 사회적 역할과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상업적 이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사회에 묻고 있다. 개인 대 출판사의 분쟁을 넘어, 민중가요 진영과 예술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문제 제기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민중가요를 연구하고 아카이브를 운영해 온 연구자이자, 이번 연서명의 제안자다. 동시에 지민주 측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사태의 핵심은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가리는 데 있기보다,
민중가요를 공공재처럼 취급해 온 관행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레퍼런스를 밝히고 출처를 정확히 표기하는 일은 연구자와 출판인의 기본 윤리임에도 그 원칙이 민중가요 앞에서만 느슨해진다면, 이는 특정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고 본다.
이번 연서명과 문제 제기는 처벌을 요구하기 위한 운동이 아니다. 민중가요가 앞으로도 광장과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창작자의 권리가 존중되는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자는 제안이다.
연대의 노래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서지 않도록, 지금 이 질문은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고 있다.
연서명에 참여하고 싶다면,
http://sign.plsong.com에서 하면 된다.

▲ 노래 '세상에 지지 말아요'의 악보
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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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연구자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면서,튀르키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안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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