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센터 헬스장 이용자들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운동 분위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혁진
자치회관 헬스장은 '동네 사랑방'
벌써 한해의 마지막 달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최근 주민센터 안내판에 내년도 자치회관 프로그램 회원 신청 접수를 시작한다는 공고문이 붙었다. 프로그램을 유심히 살피는 사람 얼굴에는 새로운 도전과 각오가 엿보인다.
자치회관 프로그램은 기초 영어회화, 기타 교실, 국선도, 요가, 라인댄스, 헬스장(체력단련실) 등 10여 가지로 다양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이용자도 증가해 주민센터 건물은 늘 북적이고 있다. 바야흐로 주민센터는 동네 사랑방이자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나는 프로그램 중에서 헬스장만 이용하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도 신청해 수강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두 개 이상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주민도 더러 있지만 나로선 과욕이었다. 사실 내가 헬스장 하나만 꾸준히 다니는 것도 스스로 칭찬할 일이다.
주민센터 헬스장은 우리 부부가 거의 매일 들러 운동하는 곳이다. 환경이 너무 익숙해 호텔에서 운영하는 시설 좋은 피트니스센터가 부럽지 않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 최소한 30분 정도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다.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헬스장 주민들은 헤어져 사는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는 이웃이다. 언젠가 한 주민이 지방에서 정성스레 거둔 여러 나물을 건네 우리 부부는 감동했다. 늘 보던 얼굴이 헬스장에서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괜스레 안부가 궁금해진다.
헬스장에는 우리 또래 노인들이 유독 많다. 10명에 7~8명은 65세 이상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나이보다 건강해 보인다.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습관 덕분일 것이다. 헬스장을 10년 이상 다닌 사람도 여럿이다.

▲ 주민센터 헬스장, 시설은 평범하지만 이용자가 많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혁진
헬스장에 '민폐' 끼치는 이용자 많아
하지만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가는 귀가 멀어 대화를 하는지 외치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말소리가 크다. 헬스장 배경음악에 묻혀 커지는 목소리는 소음에 가까울 지경이다. 이들에게 말소리를 줄이라고 눈치를 주어도 소용이 없다. 자신의 청력이 떨어진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자신의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운동하러 와서 도리어 스트레스 받고 간다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헬스장에서 운동하지 않고 잡담만 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몇 년 전에는 사고도 있었다. '덜덜이'를 이용하던 주민이 옆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방심해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져 머리가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헬스장 곳곳에 휴대폰 통화 자체를 요청하는 주민자치회 안내문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운동기구에서 휴대폰만 보거나 유튜브를 소리내 시청하는 사람도 있다. 주민자치회도 방관하는 실정이다. 나는 온전히 운동에만 집중하려고 휴대폰을 지참하지 않는다.
헬스장도 엄연한 공공장소이다. 하지만 자리를 피해 나가서 통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예 운동하는 사람들이 들으라는 식으로 시시콜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헬스장 예절'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헬스장 추태는 샤워실에서도 벌어진다. 샤워 후 좁은 탈의실에서 한참 동안 잡담하며 오가는 회원들의 통로를 막고 있다. 남이 겪는 불편은 아랑곳없다. 샤워실에서 자신의 옷과 수건을 세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머리를 염색하는 사람도 봤다.

▲ 주민센터 헬스장은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시설이지만 이용자들 간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혁진
헬스장 예절 지키는 좋은 사람 많이 입회하길
헬스장에서 벌어지는 추태에 대해 스스로 자제하는 노력과 분위기가 없자 주민 간 갈등마저 우려되고 있다. 개념 없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 쓰여 불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도 스트레스 받으면 운동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애써 참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신규 회원들이 들어오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노인들은 늘 이렇게 막무가내로 비칠까 두렵고 창피하다. 솔직히 이웃주민들에게 헬스장 회원 가입을 추천하거나 독려할 자신이 없다.
물론 묵묵히 자기 운동에 충실하고 남을 배려하는 예절 바른 주민들도 많다. 50대의 한 중년은 주민들에게 인사를 깍듯이 건네고 운동기구를 양보하는 등 신사적 행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나도 그에게 배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요새 주민들의 건강 수준을 진단하는 '지역건강지수'가 강조되고 있다. 우리 동네 주민센터 헬스장도 사랑받는 운동시설이 되면 좋겠다. 지난주부터 헬스장도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내년도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부디 헬스장 예절을 지키는 '좋은' 이웃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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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예절 실종... 이웃에 추천하기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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