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황령산 정상에서 마주한 두 개의 풍경

등록 2025.12.15 13:43수정 2025.12.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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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령산 정상석 인근 바위 사이로 보이는 해운대 엘시티 고층 건물. 자연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초고층 개발은 황령산 개발 논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황령산 정상석 인근 바위 사이로 보이는 해운대 엘시티 고층 건물. 자연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초고층 개발은 황령산 개발 논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남준

지난 14일(일), 부산의 허파로 불리는 황령산 정상에 올랐다. 겨울 끝자락의 산은 적막했고, 능선을 타고 부는 바람은 차가웠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물만골 마을은 계절보다 더 황량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빼곡한 도심과 맞닿아 있지만, 그 경계에서 삶의 온기는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상석 인근 바위 사이로 시선을 옮기자, 해운대 엘시티 초고층 건물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자연의 바위 틈 사이에 끼어든 인공 구조물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풍경을 잠식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조망을 넘어, 황령산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도시는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다.

황령산 개발 논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전망대, 케이블카, 대규모 상업시설 조성 계획은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난개발과 환경 훼손, 공공성 상실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마주한 풍경은 이러한 우려가 추상적인 걱정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령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물만골 마을 전경. 도심과 맞닿아 있지만 황량한 풍경은 개발의 논리 속에서 소외된 공간의 현실을 드러낸다.
▲ 황령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물만골 마을 전경. 도심과 맞닿아 있지만 황량한 풍경은 개발의 논리 속에서 소외된 공간의 현실을 드러낸다. 정남준

황령산은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부산 시민의 일상과 숨결이 스며 있는 공간이다. 바위와 나무, 마을과 도시가 공존해온 이 산이 더 이상 개발 논리 속에서 조각나서는 안 된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화려했지만, 그 화려함이 자연을 밀어내며 만들어진 것이라면 우리는 그 방향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황령산은 지금도 묵묵히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침묵을 계속 외면할 것인지, 아니면 개발을 멈추고 공존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이제 부산 사회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황령산 #부산 #엘시티 #비주류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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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드러나지 않은 삶과 소외된 이들의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그 긴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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