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만화 연재 꾸준하게 만화를 업로드 하고 있다
이혜란
그림 그리는 것이 익숙해지던 어느날, 자기도 만화를 연재하고 싶다고 하면서 창작한 만화 구성을 봐 달라는 것이다. <늑대인간과 동거>라는 그럴 듯한 제목까지 만들었다.
"좋네, 한번 그려봐. 재밌겠다."
격려 차원에 별 생각 없이 했던 말인데, 아이는 정말로 만화를 그렸고 연재를 시작했다. 이비스 페인트 프로그램 내 온라인 갤러리는 다수의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일러스트, 만화, 애니메이션을 올릴 수 있고 그 중 아이는 만화 연재를 택했다.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아이의 만화는 아직 그림이 엉성하고 대사 맞춤법은 틀렸으며 글자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았다. 탑 순위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어설펐지만, 그래도 매주 정해진 분량을 업로드 하고 반응을 살폈다. 아이는 이제 열 살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하면 아이의 주체성 그 자체에 감탄했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긴 겨울밤, 우리의 세계가 열린다
겨울이 오면서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진다. 저녁 6시가 넘으면 깜깜한 창밖으로 어둠이 내린다. 재택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학생으로, 각자 충실한 일상의 자아를 마치고 나면 겨울의 긴 밤이 시작된다. 우리는 제 할 일을 다한 후,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의 세계와 그 안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창작 친구이기도 하다. 아이의 만화가 완성되면 가장 먼저 보는 독자는 나이고, 내 소설의 아이디어를 아이에게 묻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곳의 세계에서 만큼은 엄마와 딸이 아니라 각자 고유한 작가이기 때문에 너무 솔직한 합평은 금물이다. 그랬다간 다음과 같은 말이 날아 들어온다.
"엄마 소설을 내가 그렇게 말하면 좋겠어?"
그렇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 습작생이다. 습작생에겐 '너의 발전을 위한다'는 채찍보다는 '무조건 잘했다'는 당근이 최고다. 일단 우리에게는 이 취미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내 소설도 아이의 만화도 분명히 엉망이지만,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주는 창작의 즐거움에 흠뻑 몰입하며 겨울밤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도 이 밤은 아직 충분히 긴 것 같다.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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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더 천진난만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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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연재하는 열 살 아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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