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폭포 주상절리와 인공폭포를 테마로 조성된 공간에 미디어아트가 한창이다
유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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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상절리 폭포 ⓒ 유수영
이후부터는 자유 관람이다. 정해진 방향은 있지만, 속도는 각자의 몫이다. 곳곳에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고 출입이 제한된 구간은 미리 막아두었기 때문에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바닥 위로 흐르는 파란 빛을 밟으며 걷는 구간, 나무 사이에 낮게 설치된 조명들이 별처럼 박혀 있는 공간, 그리고 숲 한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달 조형물 앞에서는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숲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달이 떠 있었다. 달 아래로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연못으로 비치는 달의 그림자 또한 멋진 볼거리였다. 그 앞에서는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췄다.

▲보름달 계속해서 달 안의 그림이 바뀌며 시선을 끈다
유수영
이곳에는 연인도, 가족도 많았지만, 분위기는 조용했다. 환호성이나 웃음소리 대신 낮은 목소리가 오갔다. 놀이공원식 야경과는 달랐다. 사람을 들뜨게 하기보다, 하루를 정리하게 만드는 쪽에 가까웠다. 숲과 빛이 경쟁하지 않고 겹쳐 있는 공간에서, 사람들 역시 각자의 하루를 조용히 내려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구조물이 나타났다. 거울로 둘러싸인 통로 안에서 빛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천장에서 가늘게 내려오는 빛의 선들 사이로 걸을 때, 바닥에는 다시 파란 물결이 번졌다. 마치 비가 내리는 숲속을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을 내밀어 빛을 받아 보았고, 그 손바닥 위에서 빛은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 유리벽면으로 되어있는 구조물. 비가 내리는 것처럼 빗소리도 함께 들린다.
유수영

▲ 비를 테마로 한 구조물 속에서 손바닥에 비를 받아보았다.
유수영
1.5km의 노선을 따라 걷는 동안 꽤 여러가지 테마의 공간을 지나게 되었다. 추운 날씨였는데도 그것이 관람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마음을 빼앗겼다. 하늘과 바닥에 수놓아지는 몽환적인 조명들은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바람 바람을 테마로 한 공간. 돌고래와 꽃송이가 공간을 수놓았다.
유수영
관람에는 대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만큼 흘렀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걷느라, 멈추느라, 다시 걷느라 바빴다.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여러 번 스쳤지만, 번번이 놓쳤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보다 눈으로 보고 서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기록보다 체감이 앞서는 공간이었다.

▲돌아가는 길 약 1시간 가량의 관람을 마치고 공원을 빠져나오는 길에 예쁜 조명들로 장식이 되어 있다.
유수영
만족스러웠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했다. 다 보고 나왔을 때,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음에는 서두르지 말고, 조금 더 천천히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절이 바뀌면 숲의 얼굴도 달라질 테니, 그때의 빛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돌아보면 특별한 선택을 한 것도 아니었다. 퇴근 후에 비싼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멀리 떠나는 여행을 계획한 것도 아니었다. 집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날 밤의 숲은 하루를 다르게 접어주었다. 멀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걸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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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지나가는 인물과 장소, 고단한 날들에서 흘러나온 진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닿아 위로가 되길 바라며,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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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한가운데 놓인 달... 사진보다 눈에 더 담고 싶었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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