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인정에만 10개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계속 절망 속에 사는 이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촉구를 위한 피해자 호소문 ④] 서울 관악구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

등록 2025.12.16 14:57수정 2025.12.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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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국정과제로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전세사기 피해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실효성 있는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최소지원금 예산 증액안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피해자 요구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또한 정부의 협조 없이는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에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릴레이 호소문을 전달합니다.[기자말]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전세사기 시민대책위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이재명 대통령님께 전세사기 피해자의 현실과 제도의 문제를 전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올해 1월, 전세로 살고 있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이후 2월 집주인을 사기죄로 고소했고, 현재 검찰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는 저는 곧바로 피해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무려 11월 말이 되어서야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지난 10개월의 과정은 또 하나의 재난과도 같았습니다.

먼저 같은 건물에서, 같은 집주인에게 동일하게 피해를 입었음에도 저마다 피해자 인정 여부가 달랐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같은 건물에 거주 중인 16가구 중 7가구만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왜 누구는 피해자 인정을 받고 누구는 불인정되는 걸까요.

특히 피해주택 경매 유예 등 특별법상 지원을 받으려면 반드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 받아야만 합니다. 그러나 피해자 신청을 하더라도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3개월이 걸릴 뿐 아니라, 기각이나 반려 사유도 제대로 통지되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 첫 신청에서 기각되었고, 이의신청 또한 반려되었는데, 어떤 증거가 부족한 건지, 어떤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지 아무런 설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통지서에는 그저 법 조항을 그대로 옮긴 내용인 "전세사기특별법 제2조 제4호 나목·다목 요건 미충족"이라고만 써 있었을 뿐입니다.

사기 정황과 형사 고소 사실까지 제출했는데도, 같은 건물에 이미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음에도 피해자 인정부터 이렇게 어렵다면 어떤 전세사기 피해자가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두 번째 신청 끝에 겨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 결과가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요건이 충족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인 것인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습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 행진에서 "전세사기 피해,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 행진에서 "전세사기 피해,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전세사기 시민대책위

전세사기특별법이 만들어지고 2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전세사기 피해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구조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특별법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전세사기'가 아닌 '단순 채무불이행'으로 분류된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또한 난데 없이 하루아침에 전재산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억울한 피해자들입니다.

집주인의 파산과 면책에 대응하고, 전세기간이 끝나면 높은 금리의 이자를 감당해야 하며, 이사를 나가야하면 이중의 주거비용까지 떠안아야 합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했던 저이기에 이러한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재명 대통령님,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사회적 재난을 입은 피해자들을 최대한 배제하지 않고, 사각지대 없이 동등하게 인정받고 구제받을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합니다.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신 이재명 대통령님의 약속을 믿고 전국 수 만 명의 피해자들은 버텨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 인정이 누군가를 걸러내기 위한 문턱이 아닌, 구제를 시작하기 위한 출발선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피해자들의 절망의 시간이 더는 지연되지 않도록 그 고리를 끊어주시기를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릴레이 호소문]
이재명 대통령님, 전세사기 피해자와의 약속을 잊으셨습니까 https://omn.kr/2gbjh
전세사기로 1억 빚 떠안은 97년생입니다, 제발 이 '겨울'을 끝내주세요 https://omn.kr/2gcgo
"전세사기특별법 개정만 기다렸는데... 희망은 언제 오나요?" https://omn.kr/2gdbc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청년 백00 씨입니다.
#전세사기 #전세사기특별법 #이재명 #이재명대통령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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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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