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기록’ 부문 수상작 <케이 넘버> 다큐의 조세영 감독 ‘K-Number’는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낼 때 개별 입양 기관이 아이를 분류하기 위해 붙인 표식이다. 해외입양의 그늘을 따라가며, 기록이 현재의 폭력에 맞서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묻는다.
이향림
이날 시상식에서는 검열 문제를 정면으로 꺼낸 수상 소감도 이어졌다. '주목할 만한 담론' 부문 수상자 남웅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 도록에 지난해 12월 3일 비상 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원고가 실리지 못한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서울시립미술관이 겉으로는 행동과 환대의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 내부에서는 정치적 사안을 이유로 글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무대에 오른 수상자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검열'과 '배제 이후의 시간'을 꺼내 놓았다. '주목할 만한 형식' 부문을 수상한 개인전 '아무래도 나쁜 의도는 없어(영원히)'의 작가 '사랑해'는 정체성을 이유로 현장에서 밀려났던 시간을 말했다. 스스로를 변호하고, 증명하고,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는 고백은 담담했지만 무거웠다.
"이 한 몸에 너무 많은 내가 있습니다. 그 모든 나를 안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예술은 삶의 힘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 객석의 공기가 조금 바뀌었다. 박수보다 먼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성노동자,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기록 활동가, 노동자, 예술가… 제도 바깥에서 오래 살아온 '몸'들이 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의 말이 누군가에게 '설명'이 아니라 '확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대표 없는 수상… '광장의 시민들'에게 열린 상
올해 레드어워드는 '불법계엄을 막아낸 광장의 시민들'에게도 상을 주었다. 이 상에는 특정한 대표나 단체가 없었다. 대신 현장에서 추첨을 통해 시민 3명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내란의 밤 이후 국회 앞과 광장, 남태령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노래하고 행진하며 계엄에 맞섰다고 시상 측은 설명했다. 개인에게 상이 건네졌지만, 그 상은 분명히 광장에 있었던 모두를 향해 열려 있었다.
레드어워드는 처음부터 '성과'를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시상식은 어느새 열네 번째 해를 맞았다. 2017년부터는 매년 테마를 정해, 놓치지 말아야 할 의제들을 더 또렷하게 불러왔다. 2017년 '트 : 혁명과 공전 사이에서'에 이어, 2025년의 테마는 '동맹'이었다. 올해는 조선프롤레탈리아예술가동맹(KAPF) 결성 100주년이기도 하다. 예술이 현실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던 그 시대의 질문은, 오늘의 검열 논란과도 맞닿는다.
적야 위원장은 "각자 서 있는 자리 자체가 광장"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이날의 장면들을 한 문장으로 묶어냈다. 검열을 말한 사람, 광장에 남았던 사람, 멀리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연대를 이어가는 사람, 그리고 그 곁에서 상을 건네는 유가족까지. 이 밤은 '성공담'보다 '지속'의 언어에 가까웠다. "내년에 더 나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인사는 희망이라기보다, 서로에게 남긴 약속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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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같았던 시상식, '광장의 시민들'도 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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