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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알바 갔더니 휴대폰에 뜬 문구

'인파'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곳...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

등록 2025.12.21 11:09수정 2025.12.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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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쿠팡 알바 후기 찾아보니 똑같이 하는 말 https://omn.kr/2gexd 에서 이어집니다. )

버스는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빗줄기는 약해져 있었다. 크고 작은 셔틀버스 여러 대가 나란히 줄을 서서 주차가 되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출근 확정 문자에는 셔틀버스에서 내린 후 어디로 오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었다. 이럴 때는 역시 눈치껏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쪽으로 따라가는 게 가장 좋다. 물류센터는 크게 A와 B, 두 개의 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수십 개의 도크에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인파'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 곳

 셔틀버스에서 내린 곳.
셔틀버스에서 내린 곳. ashtreeimages on Unsplash

주차를 한 곳은 1층이 아니라, 물류센터의 4층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인도인접장은 7층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있었지만, 사람이 많은 탓에 한 차례 만원 엘리베이터를 보내고서야 탈 수 있었다. 7층 인도인접장에 들어서곤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인파'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파도.

인도 인접장에 모인 사람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 듯했다. 쿠팡 아르바이트(아래 알바)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처음인 사람들. 유경험자들은 익숙한 듯 출근 체크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온 사람들에겐 몇몇 안내 직원들이 붙어 어떤 식으로 하면 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인도인접장 한쪽 벽면에는 처음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쿠팡 전용 와이파이에 자동으로 연결이 되고, 그 후엔 쿠팡 어플 '쿠펀치'에서 어느 센터 어느 업무에 지원했는지 설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 하고 나니 휴대폰에서는 업무 시작까지 몇 분이 남아 있으니, 그때까진 쉬고 있으라는 문구가 떴다. 업무 시작까지의 시간은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곤 종이 서류에 자신의 건강 상황을 체크하는 내용이 있었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암 등등. 이런저런 병의 여러 항목이 있었는데, 종이를 나눠주는 직원은 종이의 한쪽 부분을 가리키며 "해당 사항 없으시면 여기 체크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7층 한 쪽에는 여러 대의 혈압 체크기가 놓여있었다. 건강 확인서까지 제출하고는 안내 데스크로 가서 '오늘 자 업무 체크인'을 하면서 출입증 카드와 사물함 키를 받게 되었다.

출입증 카드에는 네 자리의 사물함 번호가 쓰여 있었다. 어떤 센터의 후기에서는 사물함 키가 따로 없어서 자물쇠를 직접 챙겨가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혹시 몰라 자물쇠 하나를 챙겨왔는데 괜히 가방의 무게만 더하게 되었다.


사물함은 셔틀버스가 주차되었던 4층에 위치해 있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내려가 사물함 번호를 찾았다. 그 전에 개인 사물함 맞은편에 있는 안전화 사물함을 먼저 뒤졌다. 쿠팡 알바를 하기 위해서는 안전화 착용이 필수였는데 쿠팡에서는 안전화 대여를 해주고 있었다. 사물함에 적힌 발사이즈를 치수를 보고는 안전화 하나를 꺼내 신었다. 안전화를 신으면 발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보았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우산을 우산꽂이에 넣고는 개인 사물함을 열었다. 가방과 휴대폰 등 개인 물품을 집어넣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는 휴대폰이나 워치 등 전자기기 등도 모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물류센터에서 단순 반복되는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는다고 하던데, 실제로 일을 하면서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만화 <드래곤볼>에는 '정신과 시간의 방'이 나온다. 밖의 하루가 안에서는 1년 정도가 되는, 수련의 방. 후에 서술하겠지만, 시간을 확인할 수 없는 물류센터의 일은 마치 '정신과 시간의 방'에 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어린 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개인 사물을 모두 정리한 후에는 다시 7층으로 올라갔다. 쿠팡에서 처음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안전교육을 들어야 한다고 해서,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로 들어서니 한 여성 분이 이미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강의를 들을 때엔 늘 뒷자리를 선호하곤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눈도 침침해지고, 뒤에서는 화면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앞쪽으로 가서 앉았다. 뒤를 돌아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보였다. 어린 학생들부터 50대로 보이는 어른들까지.

안전 교육에 성희롱 예방 교육이 이어졌다. 강의는 동영상으로 이루어졌는데 비교적 뻔한 내용이었다. 상식선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라는 내용. 그 후로는 쿠팡에서의 업무 관련 교육이 이어졌다. 물류센터가 대략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와 바코드를 찍는 PDA 사용법, 포장라인에서의 포장하는 법 강의가 이어졌다. 교육을 듣는 도중 몇몇 사람들이 강의실로 들어와 몇몇 사람들을 호명했다.

"OOO님, OOO님 계십니까?"

그렇게 불린 사람들은 직원을 따라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몇몇의 직원들이 오고 또 몇몇의 사람들이 불려 나가면서 강의실의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강의실에 스무 명 남짓이 남았을까. 한 직원이 와서 "XX센터 입고 지원자분들 모두 나오세요"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덩달아 같이 일어났지만, 내가 지원한 센터 번호가 달랐다. 이 물류센터에는 몇 개의 센터가 모여 있었다. 직원에게 "저는 OO센터인데, 지금은 XX센터인 거죠?" 물었더니, '그렇다'며 기다리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간 강의실에는 나와 한 아저씨만이 남았다. 아저씨에게 "OO센터 입고 아직 안 불린 거 맞죠? 저희는 왜 두 명 밖에 없죠?" 물었더니 아저씨는 답했다.

"제가 듣기로 여기는 중량물(부피에 비해 무거운 물건)을 취급하는 곳이라 지원하는 사람이 많이 없대요."

아니, 잠깐만. 중량물이라고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쿠팡 #알바 #투잡 #물류센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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