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폐지 조례안을 의결
서울시의회 제공
교사들이 말하는 '교권 침해'의 언어 뒤에는 존중받고 싶다는 욕구, 안전하게 가르치고 싶다는 욕구, 전문가로서 신뢰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학생들이 말하는 '인권 보장'의 언어 뒤에는 존엄하게 대우받고 싶다는 욕구, 참여하고 선택하고 싶다는 욕구, 차별받지 않고 보호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이 욕구들은 서로 적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상당 부분 겹친다.
문제는 욕구가 아니라 방법의 충돌이다. 통제와 처벌이라는 방법, 저항과 권리 주장이라는 방법이 맞부딪힐 때 우리는 이를 '교권 대 학생인권'이라는 프레임으로 단순화해 왔다. 그 결과, 관계는 더 경직되고 학교는 더 불안해졌다.
이제 서로에게 이렇게 제안해 본다.
첫째, 교권을 통제의 권리가 아니라 요청의 권리로 재정의하자. 교사는 교실에서 필요한 욕구—집중, 협력, 안전—를 분명히 말하고, 그것을 충족하기 위한 합리적 요청을 할 권리가 있다. 이는 권위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관계 속에서 회복하는 일이다.
둘째, 학생인권을 무제한적 자유가 아니라 욕구를 표현하고 협상할 권리로 이해하자. 학생은 규칙에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고, 그 이유와 욕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셋째, 조례의 존폐를 넘어 대화의 구조를 제도화하자. 갈등이 발생했을 때 민원과 징계로 곧장 이동하는 대신, 회복적 대화와 중재가 작동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어느 한쪽의 승리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를 보호하는 안전망이다.
서울시의회의 결정 이후, 누군가는 안도하고 누군가는 좌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승패의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교실에 앉아 있고, 교사들은 여전히 그 앞에 서 있다. 우리가 지금 던지는 언어는 곧 그들의 관계가 된다.
학생인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시작된다면, 이번에는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서로의 욕구를 번역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때 비로소 학교는 자신의 권리만을 중요하다고 싸우는 장소가 아니라,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공간, 민주주의가 연습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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