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가수 지민주의 입장문 페이스북 캡처
지민주
민중가요는 오랫동안 '공공의 노래', '함께 부르는 노래'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함께 불려 왔다는 사실이 곧 저작권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한 출판물에 민중가요 가사가 사전 협의 없이 수록·출판·판매된 사건은, 이 오래된 오해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드러낸다.
지난 12월 15일, 해당 출판사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출판사는 사전 동의가 생략되었음을 인정하며, 책 판매 중단, 재고 폐기, 저작권 사용료 지급 의사 등을 밝혔다.
그러나 이 입장문을 창작자 입장에서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지점들이 남아 있다(관련 기사:
민중가요는 '공짜 노래'가 아니다 https://omn.kr/2gdrr).
우리의 요구는 세 가지였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저작권자(피해자) 측이 일관되게 요구해 온 것은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저자와 출판사 공동의 공식적·공개적 사과.
둘째, 저작권 침해 상태로 제작된 책의 회수와 폐기.
셋째, 상업적 이용에 대한 적정한 보상 등이다.
이는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저작권 침해가 확인된 출판 사안에서 가장 기본적인 책임 범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출판사 입장문이 발표되었지만,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공식 사과 제안은 출판사로부터 거절되었다.
또한 이번 사안에서 중요한 책임 주체 중 하나인 저자는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이나 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즉, 형식상 '사과'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을 뿐, 피해자와의 합의를 전제로 한 진정한 사과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사과의 대상이 빠진 입장문
출판사 입장문은 전체적으로 연서명과 여론에 대한 해명에 더 가까웠다. 입장문의 중심에는 '상처받은 청년 저자'와 '오해로 인한 갈등'이 놓여 있었고, 정작 저작권 침해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창작자에게 향한 사과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피해자인가, 그리고 그 피해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이다. 그러나 입장문 말미에서 강조된 연민의 서사는 피해자인 창작자의 위치를 상대적으로 흐리게 만들었다.
출판사는 문제를 "편집 과정에서 사전 동의를 생략한 관행적 판단"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단순한 편집상 누락이나 관행의 문제가 아니다.
가사 전문의 무단 복제, 노래 제목과 가사 일부를 책 제목과 장 제목에 사용한 점, 저작자(작사가·작곡가) 표기의 광범위한 누락과 오류, 그리고 문제 제기 이후에도 지속된 전자책 출판과 판매는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상업적 저작권 침해의 구조를 갖는다. 이를 '관행'으로 설명하는 것은 책임을 축소하는 표현에 가깝다.
저자의 책임이 사라질 수는 없다
출판사 입장문은 저자를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 신분"으로 묘사하며 책임을 출판사에 한정하려 했다. 그러나 해당 저자는 대학원생 연구자로서 이미 학술논문을 발표한 당사자이며, 저작권과 출처 표기, 표절 금지에 대한 교육과 실천을 요구받아 온 위치에 있다. 저자를 보호 대상으로만 규정하는 방식은 오히려 저자를 윤리적 판단의 주체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저자의 공식적·공개적 사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출판사는 판매 중단과 재고 폐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의 핵심은 금전 보상이나 유통 여부에만 있지 않다. 문제는 창작자의 이름과 권리가 지워진 상태로 제작·유통된 출판물 그 자체이다. 수정과 정정, 책임 인정, 공식 사과 없이 단순히 유통을 멈추는 것은 문제 해결이라 보기 어렵다.
특히 저작권 침해 상태가 유지된 책을 '기증' 형태로 처리하겠다는 발상은 피해를 종결시키기보다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요구는 명확하다.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저자와 출판사의 공식 사과, 침해 출판물의 회수와 폐기, 그리고 상업적 이용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다. 이는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이번 사안은 개인과 출판사의 분쟁을 넘어, 민중가요와 예술 창작물이 '공공성'이라는 이름 아래 권리 보호에서 배제되어 온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진정한 사과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지워졌던 창작자의 자리를 다시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민중가수 지민주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출판사 입장문에 대한 우리의 입장
1. 출판 및 문제 제기 경과(사실관계 정리)
· 2025년 11월 24일: 문제의 도서 종이책 출간
· 2025년 11월 25일: 북펀드 참여자들에게 도서 배송
· 2025년 11월 26일: 출판 이후 지민주가수에게 저자가 첫 연락 시도(전달되지 않음)
· 2025년 11월 30일: 인터넷뉴스에 저자가 직접 작성한 홍보성 기사(셀프기고) 게시
· 2025년11월29: 출판사측에 사실확인 메일발송.답변없음
· 2025년 12월3일 :2차메일 발송.답변없음
· 내용증명발송 반려됨
· 2025년 12월 7일: 직접통화 시도
· 출판사측의 저작권위반 불인정
. 공개사과거부
· 작가통화 시도 지민주 가수에게 "전자책 및 재쇄본에서 저작자 표기를 수정하겠다"는 메시지를 저자가 발송.
· 2025년 12월 8일: 전자책 출판(내용 수정되지 않음)
· 지민주 가수, 저작권 침해 혐의로 정식 고소장 제출.
· 수록곡 창작자들이 처음으로 사후승인 요청 문자 받고 출판사실 인지
· 2025년 12월 15일: 출판사 입장 발표
· 저작권자 측의 공식 문제 제기 이후에도 전자책 판매는 중단되지 않은 상태
즉, 출판·유통·홍보가 모두 진행된 이후에야 저작권자에게 연락이 시도된 사안입니다. 저희는 책이나온 직후부터 사과를 요구하며 합의를 하기위해 1주일 동안 세번의 연락(메일, 문자 내용증명)과 두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답변이없었고 전화통화에서는 연락을 먼저못한건 미안하다.그러나 저작권 침해 없다는 말과 공개사과는 힘들다는 말을들었습니다. 그래서 고소까지 간것입니다
2. 출판사 입장문이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
출판사 입장문은 형식상 사과를 표방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직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1) 책임의 구조적 축소와 사실관계 왜곡
입장문은 "편집 과정에서 사전 동의를 생략했다", "기존 관행에 기댄 판단이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 사안은 단순한 편집상 누락이나 관행의 문제가 아니라, 가사 전문의 무단 복제·수록 책 제목 및 장 제목에 동일한 노래 제목·가사 일부 사용, 저작자(작사가·작곡가) 표기의 광범위한 누락 및 오류, 출간 이후에도 지속된 상업적 유통이라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의 복합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관행'으로 설명하는 것은 책임을 희석시키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2) 저자를 '사회 경험 없는 학생'으로 규정한 문제적 서술
입장문은 저자를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학생 신분"으로 묘사하며 책임을 출판사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저자는 대학원생으로서 이미 학술논문을 발표한 연구자이며, 논문 작성 과정에서 저작권·출처 표기·표절 금지에 대한 교육과 실천을 요구받아 온 당사자입니다.
이러한 저자를 일괄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운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자의 주체성과 판단 능력을 과도하게 축소하는 서술입니다.
(3) 저자의 공식 사과 부재
출판사 입장문 어디에도 저자 개인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출판 기술상의 문제를 넘어, 창작자의 권리를 직접 침해한 행위, 연구자·저자로서의 기본 윤리와도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결락입니다.
저자의 사과가 배제된 채 출판사가 모든 책임을 '대신 떠안는 구조'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책임의 불투명화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4) '판매 중단·폐기·기증' 중심의 해결 인식의 한계
출판사는 판매 중단과 재고 폐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이 사안이 '금전적 손해 보상'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접근입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창작자의 권리 인정, 저작자 명시와 출처 표기, 상업적 이용에 대한 사전 협의라는 원칙의 확인입니다. 수정·정정·공식 사과 없이 단순히 유통을 중단하는 것은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5) 무료 기증 제안은 피해를 해결이 아닌 가중
출판사는 문제의 도서를 폐기 원칙으로 하되, 민중가수나 문화예술 단체가 원한다면 기증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피해를 확산시키는 방식입니다.
저작권 침해 상태가 전혀 수정되지 않은 책이 무료라는 이유로 더 널리 유통되는 결과를 낳게 되며 이는 피해자의 권리 침해를 종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복·확대하는 행위입니다.
이 사안은 금전 보상이나 책의 소유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의 이름과 권리가 지워진 상태로 유통된 출판물 자체가 문제입니다.
(6) 가해자와 피해자의 전도
입장문 말미에서 저자를 "상처 입은 청년"으로 묘사하며 연민을 요청하는 부분은, 본 사안의 피해자인 창작자의 고통을 상대적으로 지우는 효과를 낳습니다.
저작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사회적 피해를 감내해 온 피해자는 우선적으로 창작자입니다. 이 점이 분명히 인식되지 않는 한, 진정한 사과는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3.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보상'이 아니라 '최소한의 책임'
우리는 이 문제를 금전적 배상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다음의 원칙이 분명히 확인되어야 합니다.
- 저자와 출판사 모두의 공식적·공개적 사과
- 무단 사용 사실과 경과에 대한 명확한 인정
- 민중가요를 포함한 모든 창작물에 대해 상업적 이용 시 사전 협의·정확한 저작자 표기가 필요하다는 원칙의 재확인
이는 처벌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자는 요청입니다.
4. 맺으며
이번 사안은 개인 대 출판사의 분쟁을 넘어, 민중가요와 예술 창작물이 오랫동안 '공공의 것'이라는 이름 아래 권리 보호에서 배제되어 왔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진정한 사과는 책을 거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지워졌던 창작자의 자리를 분명히 다시 세우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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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연구자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면서,튀르키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안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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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무단 출판 논란, '사과했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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